•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코로나 리셋/전국민 고용보험]사각지대 없앤다…모든 취업자 고용안전망에 포용

등록 2020.09.06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예술인 시작, 특고 77만명…내년 자영업자 논의

취약계층도 실업급여·육아휴직 급여 수령 가능

전문가들은 긍정적…"소득 기반 체계 구축해야"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진보당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을 비롯한 7개 정당 및 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정부의 고용보험법 개정안 입법 예고에 대한 7개 단체 공동 의견 제출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별·단계적 적용 정부안을 비판하고 제대로 된 전국민고용보험 도입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07.28.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진보당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을 비롯한 7개 정당 및 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정부의 고용보험법 개정안 입법 예고에 대한 7개 단체 공동 의견 제출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별·단계적 적용 정부안을 비판하고 제대로 된 전국민고용보험 도입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07.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사회 고용안전망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는 취약계층 근로자를 중심으로 가속화됐고,고용 시장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전일제 근로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제도로는 일감이 증발해 먹고 살 길이 없어진 예술인, 학습지 교사 등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제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모든 취업자를 고용안전망으로 끌어안기 위한 시대를 열기 위해선 지금이 제도를 손질할 적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용 위기도 빈익빈…전국민 고용보험, 보편 안전망으로 대두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에 대한 공론화는 코로나19 고용 충격이 취약계층에 집중되면서 시작됐다.

감염병 사태에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대면 서비스업을 비롯해 영세 사업장에서부터 피해가 가시화됐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3월 고용보험 가입자 중 5인 미만 사업장 소속은 4만9000명이었다. 2월(8만4000명)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수만큼 고용이 줄었다는 의미다. 30인 미만 사업장 가입자 역시 2월 8만8000명에서 3월 5만3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50인 미만 사업장은 2월보다 1000명 늘어난 3만6000명, 300인 미만 사업장의 감소폭은 4000명에 그쳤다. 고용 취약계층이 충격을 가장 먼저 흡수한 것이다.

이 같은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각종 지표에서 확인된다. 정부가 휴업 수당을 90%까지 지원키로 한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사업장은 지난 3일까지 7만9116개사로 집계됐다. 5인 미만 사업장 비중은 무려 77.1%(6만1023개사)에 달한다.

그나마 이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해 정부로부터 지원이 가능하다. 문제는 일감이 증발해버린 학습지 교사와 같은 특수형태근로 종사자(특고),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피해는 더욱 막심할 것이란 데 있다. 이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당장 실업과 해고가 닥쳐도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다.

노동계에서는 정부 지원에서 배제된 특고 노동자들의 무급휴직·권고사직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부랴부랴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만들고 1조5000억원대 예산을 투입해 특고·프리랜서, 무급휴직자에게 150만원의 현금을 지원한 배경에는 안전망 밖 근로자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재발할 때마다 시혜성 대책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정 여력도 부족할 뿐더러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보편 안전망으로서 전국민 고용보험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모든 취업자의 사회안전망…정부, 2025년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 완성

전국민 고용보험은 임금근로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고용보험 제도를 뜯어고쳐 모든 취업자에게 제도를 적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고용보험 가입자는 1400명 미만이다. 전체 취업자(2600만여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고용보험 제도가 '고용 관계'에 기반한 임금근로자를 중심으로 설계돼 특고 종사자나 자영업자의 가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특고의 경우 여러 업체로부터 일감을 받기 때문에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고용보험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반반씩 부담하기 때문에 사업주를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자영업자의 경우 임의 가입이 가능하지만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 한 푼이 아쉬운 이들이 언제 닥칠지 모를 실업에 대비해 보험료를 지불하기 꺼릴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2020.05.20.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2020.05.20. [email protected]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무르익은 상태다. 비록 불발됐으나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도했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에도 담겼으며 정부의 한국판 뉴딜 계획의 일부로 포함됐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뉴딜 계획 중 안전망 강화 분야에는 2025년 약 2100만명의 취업자에게 고용보험 제도를 적용, 고용안전망을 완성한다는 목표가 담겼다.

12월10일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을 골자로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예술인을 시작으로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단계적으로 늘려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고용노동부(고용부)는 '예술인복지법'에 따른 예술활동증명서를 발급받은 예술인이나 예술활동에 대한 증명이 없어도 문화예술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활동하는 신진·경력단절 예술인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2018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른 예술인 규모는 17만8000명이다. 지난해 기준 예술인복지법에 따른 등록예술인은 6만9000명으로 정부는 일단 3만여명 규모에서 예술인 고용보험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예술인을 시작으로 특고 종사자, 자영업자로 범위를 확대한다. 특고의 경우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14개 업종 종사자 77만명이 우선 대상이 된다.

고용부는 특고의 고용보험 당연가입을 골자로 한 '고용보험법'과 '고용보험료 징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연내 국회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후에는 자영업자에 대한 적용 방안이 논의된다.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될 경우 반발이 예상되지만 전국민 고용보험 적용에 불가피한 수순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보험 혜택으로는 구직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뿐 아니라 육아휴직급여 등 고용안정장려금, 고용창출장려금, 재취업을 지원하는 취업촉진수당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에게도 출산전후급여를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김영빈(왼쪽 두번째) 쿠팡이츠 라이더 유니온 조합원이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이츠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팡 라이더들은 과도한 배달시간제한으로 사고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밝히며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쿠팡 본사에 요구했다. 2020.06.16.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김영빈(왼쪽 두번째) 쿠팡이츠 라이더 유니온 조합원이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이츠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팡 라이더들은 과도한 배달시간제한으로 사고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밝히며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쿠팡 본사에 요구했다. 2020.06.16. [email protected]

◇시도 자체 긍정적…완성되려면 '소득 기반 징수' 체계 불가피

시민사회단체와 학계는 코로나19로 촉발된 고용안전망 확충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취업자 절반이 고용보험 지원을 받지 못하는데도 사실상 문제를 방치했던 점과 비교했을 때 의미있는 진전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결국 사각지대 해소라는 목표를 고려한다면 '소득 기반의 보험료 징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소득 기반 보험료 징수 체계는 보험료를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부과하는 방식이다. 사업주는 법인세 과세 기준인 순이익에 일정 요율로 보험료를 부과받게 된다. 이러한 내용은 노동계와 학계,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부각됐지만 정부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안은 임금 근로자나 고용 관계에 기반한 제도를 유지하는 선상에서 포괄 범위를 특고로 넓히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국민 고용보험을 위해서는 결국 소득 기반의 고용보험 제도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제도 확대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을 고려해 매출이나 이윤 기반의 보험료 부과 방식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는 정부가 기존 제도의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장해나가면서 시간을 버는 동시에 사각지대를 소멸시키기 위한 논의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임금근로자 중심의 고용보험 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거의 방치됐던 점을 고려한다면 코로나19가 동력이 된 이번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라며 "그러나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을 늘려나가는 방식으로는 급한 불을 끌 수 있겠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 공동운영위원장은 "특히 소득 기반 징수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예상되는 만큼 제도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국세청 등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