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코로나 리셋/신교육]'가보지 않은 길' 원격수업 시대…교육변화 이끌까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20/09/06 06:00:00
사상 초유 온라인개학…교육격차 좁히기 관건
거세진 등록금 환불 요구…사이버대와 비교도
교원양성체제 개편 등 교육혁신 담론 불 붙어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고등학교 3학년을 예외로 약 3주간 서울·경기·인천지역 유치원과 학교가 등교를 중단,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 빈 교실에서 교사가 원격수업하고 있다. 2020.08.26. dadazon@newsis.com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학교'라는 일정 공간에 여럿이 모여서 선생님이 가르치고 학생은 배운다는 공교육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놨다.

출생률이 낮아지고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학생 한 명 한 명 맞춤형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공교육 혁신 목소리는 나왔지만 오랫동안 고착된 교육체제를 바꾸기는 쉽지 않았고 공전을 반복해왔다.

6일 교육계에서는 코로나19가 교육혁신을 적어도 수십년 이상 끌어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공교육의 본질로 돌아가 학교와 교사의 역할을 고민하고 미래교육체제를 만들어갈 절호의 기회라는 낙관론도 적지 않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온라인 개학…과제 수두룩

교육부는 올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결단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지만 약 한 달간 세 차례 개학을 연기한 끝에 내린 고육책이자 모험이었다.

인프라 확충, 스마트기기 보급 등 시간을 벌기 위해 교육부는 지난 4월9일 고3과 중3부터 온라인 개학을 실시했으며 4월16일 중학교와 고등학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이, 4월20일에는 초등학교 1~3학년 순으로 개학했다.

온라인 개학을 위해 EBS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 등 학습관리시스템(LMS) 서버 등 인프라를 확충했다. e학습터는 기존 47만명 수준에서 3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EBS 온라인클래스는 기존 1만명 수준에서 300만명까지 총 600만명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온라인 개학 이후 약 1~2주 동안에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증설한 LMS 서버와 기술 한계로 혼란이 상당했다. EBS 온라인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e학습터, 위두랑 등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류가 발생해 교사와 학생들의 애를 태웠다. 2학기 들어 수도권이 원격수업으로 전환했을 때 인프라는 안정됐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교육부가 수도권 유치원, 초중고교 원격수업을 전면 실시한 26일 서울 화랑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화상을 통해 제자들에게 수업을 하고 있다. 2020.08.26.kkssmm99@newsis.com
문제는 온라인 학습의 질이다. 컴퓨터 등 장비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과 익숙한 교사 간 수업 질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한 교사는 기존의 강의를 그대로 보도록 하는 반면 다른 교사는 화상강의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자체 수업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각 학교마다 관련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가장 잘 다루는 대표교사를 뽑아 만든 '1만 커뮤니티'를 만드는 등 집단지성 프로젝트까지 급하게 조직됐다.

실제로 지난 5월 기준 원격수업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 형태는 교사와 학생 간 화상수업이 아닌 동영상 강의 등 콘텐츠를 활용한 수업이었다. 교육부가 지난달 27~29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교사 43.3%는 원격수업을 콘텐츠, 과제수행 등을 혼합해 사용했다. 40.9%는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만으로, 10.6%는 과제 수행 중심으로 수업을 꾸렸으며, 실시간 쌍방향 수업만으로 유지한 경우는 5.2%에 머물렀다.

지난 5월20일 고3부터 순차적으로 등교가 시작된 이후에도 원격수업은 사라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거나 학교에 확진자가 나오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됐고 기본적으로 학교 내 밀집도를 3분의 1, 3분의 2 이하로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격주, 격일, 1주에 하루 등교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2학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큰 우려는 여전히 교육격차다. 단적으로 지난 6월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에서는 상위권 성적은 예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중하위권의 성적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에서 상위권 1등급 학생 비율은 8.7%로 지난해 수능(7.4%)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2∼4등급 학생 비율은 모두 감소했다.

앞으로도 가정환경에 따라 교육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성적을 유지하고 사회성을 기를 기회도 많지만 학교에만 의존해왔던 저소득층 학생이라면 기회가 더 좁아지기 때문이다. 장애학생, 다문화학생 등 대면수업으로 일일이 챙기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복지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교육부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미래교육 차원에서 초중고교 수업에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을 지속할 방침이다. 특히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시될 경우 원격수업을 함께 운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이처럼 원격수업이 '뉴 노멀'이 되면서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집중 관리하기 위해 2021년부터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기초학력 관련 현황과 실태 조사, 제도 개선 연구를 추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교육부는 또 2021년 전자책, 디지털교과서 등 다양한 온라인 교과서로 교수 학습 모형을 개발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해 원격수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대폭 늘릴 예정이다.

associate_pic
[용인=뉴시스] 김종택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31일 경기 용인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서 자유교양대학 박성순교수가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비대면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2020.08.31.jtk@newsis.com
◇결국 중요한 건 내용…교사와 학교공간 바뀌어야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만큼 결국 그에 맞게 교수학습법과 평가, 인력, 조직 운영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교사의 역할도 기존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교사는 교실 안에서 권위를 갖고 지식을 전달하던 역할이었지만 앞으로는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학생 간 협력을 촉진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할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학급 규모나 운영 방식도 마찬가지다. 현재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20~25명 내외인데 원격수업 환경에서 교사 1명이 이 학생들을 모두 통제하기란 어려운 구조다.

분반이 되더라도 수업이 가능하고 적어도 학생들의 학적을 관리하고 상담할 수 있는 지원인력을 두는 1교실 2교사제, 교사 2~3명이 팀을 짜서 동영상 강의를 함께 제작하고 학생들을 나눠 관리하는 방식도 나올 수 있다. 지금까지 담임교사와 교과담당 교사, 보직이 있는 교사와 없는 교사 등으로 구분되던 조직 구성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교육회의 차원에서 교원양성체제 개편 숙의에 착수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사대는 과거 틀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교사 재교육, 분과학문체계를 완화하는 등 이번 기회에 예비교원 양성방식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격수업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바로 학생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학습데이터가 매일 쌓인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데이터가 학교생활기록부나 대학입시자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시됐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등록금반환본부 소속 대학생들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전국 42개 대학 3500명 대학생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 선포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2020.07.01.  misocamera@newsis.com
서울 계성초 조기성 교사는 "학생의 학습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원격수업의 장점을 활용해 학생들이 진로·직업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대학생들 "사이버대와 다를 바 없다" vs 대학은 "원격수업 돈 더 들어"

비교적 원격수업이 익숙했던 대학도 흔들린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1학기 비대면 수업으로 중심축이 옮겨간 이후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육 질 하락 논란이 일었고 이는 대학 등록금 환불 요구로 이어졌다.

사실상 사이버대와 다를 바 없는데 등록금 차이는 천지차이라는 비판이 골자다. 사이버대는 한 학기 등록금이 평균 144만원인데 4년제 대학은 2배 이상 많은 350만∼400만원대이기 때문에 상당액수를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결국 각 대학은 학생들과 논의해 1학기 등록금을 일부 반환하기로 했지만 2학기도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불가피해지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면을 전제로 한 실험과 실습, 실기수업도 난항에 부딪혔다. 특히 장비 활용이 필수적인 의학공학계열이나 예체능계열 등록금은 더 고액인 만큼 논란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전문대학과 직업계고에서는 선박·항공기 조작 등 쉽게 체험하기 어려운 실습교육에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건의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우선 대학의 원격강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강의를 지원할 권역별 원격교육지원센터를 지정하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사회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