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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남의차 보닛 올라가 장난치다 추락…보상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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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05 11:00:00  |  수정 2020-09-05 11:18:55
술 먹고 차 보닛에서 떨어져 하반신 불구…소송
보험약관 '피보험자 고의 손해는 배상안해' 조항
1심 '배상해야'→2심 '안해도 돼'→대법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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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술 한잔만 더 하고 가라."

지난 2013년 12월 어느 추운날. A씨는 친한 직장동료 3명과 밤새 술을 마셨다. 아침 해가 떠오자 A씨는 차에 친구들을 태우고 한명씩 집 앞에 내려주기 시작했다.

A씨는 가장 먼저 친구 B씨를 집 앞에 내려줬다. 집에 가기 싫었던 B씨는 "술 한잔을 더하자"고 했다. A씨는 남은 친구들을 데려야줘야 한다며 거절했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B씨는 A씨의 차 보닛에 올라갔다.

평소 서로에게 장난을 자주 치던 A씨도 지지 않고 차를 천천히 움직였다. A씨가 장난을 그만하기 위해 차를 멈추는 순간, 보닛 위에 있던 B씨가 굴러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B씨는 이 사고로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하반신 마비가 됐다. 아내와 세 자녀가 있던 B씨는 일은커녕 하루 종일 간병인 없이는 거동조차 못하는 몸이 됐다. 당시 음주운전이었던 A씨는 이 사고로 상해죄로 기소, 벌금 200만원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A씨의 보험사가 B씨에게 6000만원 이외의 보상은 못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A씨가 든 보험약관에는 '기명피보험자 이외의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에 해당되면 대인배상,대물배상을 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보험회사는 이 사고가 A씨 고의로 일어났기 때문에 면책약관에 의해 6000만원 외의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1심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와 B씨 모두 사고의 결과를 미리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의성이 없다고 봤다. 또 B씨의 상해가 사망에 준하는 중상해에 해당된다고 봤다.

1심은 "보험계약자 등이 적극적으로 사망 등의 결과를 의도한 것이 아닌 이상 그에 대한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사고 경위와 전후 사정을 비춰 볼 때 보험계약자 등이 상해에 대해선 인지했으나 이같은 하지마비 등 중상해를 (일부러) 조장하진 않았다"고 봤다.
 
1심은 보험회사가 B씨에게 5억8900만여원을 배상해야한다고 봤다. 다만 차에 매달린 B씨에게도 과실 40%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사고 결과를 예상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심은 "A씨는 차량을 급제동하면 사람이 도로에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또 A씨는 이로 인해 상해죄 유죄를 받았고 B씨의 상해에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걸로 보인다"고 했다.

또 "B씨 상태를 감정한 결과, 도시일용노동자 44%의 영구장애를 입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 상해가 사망에 준하는 중상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최종 결정은 결국 대법원의 몫으로 돌아갔다. 대법원은 A씨가 B씨가 당한 중상해를 미리 예상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보험회사가 B씨에게 배상을 해줘야한다고 보고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해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차량을 운전한 A씨가 B씨가 어느정도 상해를 입을 것을 인식했다고는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정도의 영구장애와 중증 의존 상태에 이르는 중상해를 입게 될 것을 인식하고 용인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 고의에 의한 손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의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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