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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술의 알콜로드]상그리아·글루바인으로 망한 와인 살리기

등록 2020.09.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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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탄산수 넣고 시원하게, 상그리아

시나몬 향 은은한 감기 예방, 글루바인

[서울=뉴시스] '옐로우테일 제미 레드 루'로 만든 상그리아.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서울=뉴시스] '옐로우테일 제미 레드 루'로 만든 상그리아.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날이 덥고 차고의 기준을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당기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당기냐로 따진다지만, 내 기준은 '상그리아(sangría) vs 글루바인(Gluewein)'이다.

호기롭게 와인 병을 땄다 다 못 마셨거나, 취향에 맞지 않아 남긴 와인을 방치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안 맞는 술을 꾸역꾸역 마시기는 고역이지만, 버리자니 아깝다면 이를 활용해 샹그리아와 글루바인을 만들어 보자.

◇스페인의 정열이 담긴 칵테일, 상그리아

볕은 뜨거웠고, 목은 탔다. 차고 달달한 음료 한 잔 마시면 떨어진 당이 쭉 올라올 것 같은 기분. 5월이지만 한낮 기온은 30도에 육박하는 스페인 마요르카에선 '1일 1 상그리아'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낮술은 휴가자의 특권이다. 그렇다고 도수 높은 술을 마셔 얼굴이 벌게지면 사진을 망친다. 그래서 선택한 게 상그리아다.

상그리아는 와인에 레몬, 사과 등 각종 과일을 섞어 만드는 칵테일이다. 오랜 시간 스페인에서 여름 음료로 사랑받았다. 어원을 보면 '피 흘리는'이라는 의미가 있다. 레드와인의 붉은빛 덕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그렇다고 꼭 레드와인만 상그리아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인 까바(cava)로도 상그리아를 즐길 수 있다.

유리 물병에 와인을 부은 뒤 적당한 크기로 썬 레몬, 오렌지, 사과, 복숭아, 포도 등 과일을 넣고 숙성한다. 냉장고에 하루 정도 두면 과일즙이 더 많이 빠져나와 풍미가 좋아진다. 기호에 따라 설탕을 추가하기도 한다. 마시기 직전 탄산수를 섞거나 알코올 보충용으로 보드카를 넣어도 좋다.

상그리아와 비슷한 것이 '틴토 데 베라노'(Tinto de Verano)다. 틴토는 레드 와인, 베라노는 '여름'을 뜻한다. 즉, '여름의 레드와인'이라는 의미다. 스페인 사람들은 상그리아보다 틴토 데 베라노를 선호한다는 얘기도 있다.

갖가지 과일을 준비할 필요 없이 레몬 환타만 섞으면 간단하다. 한국에선 여기에 들어가는 레몬 환타를 구하기 어렵다. 사이다에 레몬즙을 섞거나 레몬청과 탄산수를 넣으면 비슷한 맛이 난다.

◇글루바인, 유럽의 크리스마스를 느껴볼까

[서울=뉴시스] 칼로로시 콩코드, 산타리타120, 베어풋으로 만든 글루바인.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서울=뉴시스] 칼로로시 콩코드, 산타리타120, 베어풋으로 만든 글루바인.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상그리아가 여름 음료라면, 글루바인은 겨울 음료다. 독일에선 글루바인으로, 프랑스에선 뱅쇼(Vin chaud)로 불린다. 요즘같이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 몸이 으슬으슬할 때 생각난다.

겨울 유럽 여행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이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이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와인을 끓여 만든 음료, 글루바인이다. 도자기 잔에 글루바인을 준다. 추위에 꽁꽁 언 손을 녹이는 데 그만이다.

계산할 때 음료 값과 잔 값을 같이 낸다. 잔을 반납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잔 모으는 재미로 글루바인을 마시는 이들도 있단다.

재료는 상그리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포인트가 되는 것이 바로 향신료다. 시나몬 스틱이 대표적이다. 정향, 클로브 등을 쓰기도 한다. 시나몬이 들어가 몸을 후끈하게 덥혀주기에 우리가 쌍화음료를 마시듯 유럽 사람들은 글루바인을 감기약, 감기 예방약 등으로 생각해 겨울에 자주 마신다.

끓이는 과정에서 알코올은 거의 날아가고, 과일과 향신료 향은 더 응축해 진한 맛이 난다.

◇어떤 와인으로 만들까?

상그리아와 글루바인은 망한 와인을 되살리는 기특한 녀석들이다. 처치 곤란한 와인을 사용해 만들면 된다. 부재료들을 잔뜩 넣으니 고급 와인을 쓰는 것은 아깝다.

마트에서 저렴한 와인 중 어느 것을 집어와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낼 수 있다. 어차피 설탕이나 꿀 등을 타 단맛을 내니 스위트 와인을 활용하면 더 좋다. 부재료들을 하나하나 고르기 귀찮다면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파는 패키지를 사면 간단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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