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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창무' 김매자 "전통 춤 지원은 발레만도 못해…우리것 등한시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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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11 13:43:59
"제26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온라인 공연
"우리 춤 발전위해 인식 제도 개선 평생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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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매자 창무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이 11일 서울 마포구 창무예술원 포스트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9.11.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이건 창무류 같아요."

한국에서 춤의 한 장르로 '창무'가 언급되곤 한다. 그 창무류로 일컬어지는 창무의 본류는 1976년 무용가 김매자가 설립한 '창무회'다. '창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창작 무용'의 준말일 뿐.

그만큼 '창작'을 중시했던 무용가 김매자는 단순히 '한국무용가'로 불리기를 거부한다. 궁중무용과 불교의식무용, 그리고 민속무용과 무속춤(굿) 등을 두루 연구했으며, 무형문화재 제27호인 한영숙류 승무의 이수자이기도 한 그가 자신의 타이틀에서 '한국'을 빼고 싶은 이유는 뭘까?

"우리 춤을 '한국춤'으로만 국한시키는 게 싫어요. 세계를 넘나드는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다고 봐요. 방탄소년단도 전통적 요소를 많이 차용하잖아요. 저는 우리의 춤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일평생을 바쳐 왔습니다. 고운 옷을 입고 똑같이 맞춰서 추는 춤이 우리 춤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1943년생인 그는 '춤'은 '기생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편견 속, '춤'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인 1950년대 중반, 당시 국민학교 행사에서 대중 앞에서 처음으로 '춤'을 선보였다.

이후 20여년 뒤 1975년에 무대 위에 맨발로 올라 한국의 무용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고운 비단옷을 차려 입고 버선 발로 우아하게 올라 선보이는 이전까지의 한국무용 전통을 거부하고, 맨발에 삼베·모시옷을 입고 무대에 섰다. 터부시됐던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공연계와 평론계에서는 혹평이 계속됐다. 하지만 그는 꿋꿋이 그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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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매자 창무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이 11일 서울 마포구 창무예술원 포스트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9.11.

myjs@newsis.com
그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곳은 전 세계 문화의 중심지인 '미국'이었다. 그는 미국의 유명한 댄스 잡지에 동양인 최초로 동양적 무대 의상을 한 표지 모델이 되는가 하면, 뉴욕타임스는 미국 내 그의 초청공연을 극찬했다.

88올림픽 당시 솔로로 무대에 오르기도 한 그의 스승 한영숙은 당시 한국 춤의 세태에 대해 묻는 뉴욕타임스 기자의 질문에 김매자를 언급하며 "지랄춤"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김매자는 "선생님은 일찍이 저를 이수자로 삼으려고 했다.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결국에는 이수자가 됐다. 선생님 앞에서 춤을 출 때면 마음이 정리가 되고 수련됐다"며 "우리의 전통 춤을 기반으로 해 이 시대의 춤을 모색하려는 나의 실험적인 연구 자세를 선생님만의 표현으로 칭찬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매자와 창무회는 세계적 페스티벌과 유수의 극장으로부터 초청받아 20개국 100여 도시에서 800여 회의 해외공연을 했다. 88올림픽 폐막식에서 안무한 "떠나가는 배"와 2002년 요코하마 월드컵 폐막식 기념 오페라 '춘향' 안무를 통해 세계인에게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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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공연 'Here'(사진=창무예술원 제공)2020.09.11 photo@newsis.com
그가 이끄는 창무예술원이 개최하는 창무국제공연예술제는 1993년부터 시작된 오랜 전통의 국제공연축제로, 올해 26회를 맞는다.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강동아트센터, 서울남산국악당 등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11일과 12일의 녹화 중계 공연으로 대체됐다.

올해의 창무국제공연예술제는 '춤의 길굿 - 추는 길굿'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김매자는 올해 주제를 이와 같이 선정한 이유에 대해 "'굿'에는 치유의 의미가 있고, '길'은 '좋은 일'을 뜻한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또 '길'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나. 예술제가 곧 30년을 맞는데 더 앞으로 발전해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개막작은 예술제의 예술감독 김매자가 안무한 'Here'(히얼, 여기)이다. 25일 개막작이었는데, 그날 녹화돼 11일 오후 7시부터 강동문화재단 네이버 TV를 통해 2주간 공개된다. 

지난 4월 미국 3개 도시 공연장에서 초청을 받아 미국에서 먼저 관객을 만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의 악화로 순회 공연은 취소되고 예술제 때 최초로 무대에 올랐다. 그가 대전시립무용단 때 만들었던 기존 작품을 새롭게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공연의 1부는 한국의 강강수월래 춤의 구조와 한국인의 미의식을 중심으로 하는 작품으로, 양용준의 한국적 창작음악을 사용한다. 2부는 칼 오르프의 합창곡을 기반으로 "여기"라는 제목으로 동서양의 공통된 정서를 찾아간다.

"외국에서 공연을 할 때 두 가지 형식의 공연을 항상 함께 준비해요. 하나는 동양적인 미학을 가진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춤 자체가 서양적인 감성이나 감각에 흡수될 수 있는 작품이죠.(관객이)1부와 2부를 각각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봐 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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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공연 'Here'(사진=창무예술원 제공)2020.09.11 photo@newsis.com
12일에는 서울남산국악당 네이버TV를 통해 전통춤과 국악연주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춤과 음악으로 펼치는 풍류', 무용전문 소극장인 포스트극장의 신진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한 '젊은 무용가 스테이지 from 포스트각장' 공연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영상도 마찬가지로 2주간 공개된다.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올릴 예정이었던 대공연은 공연장의 폐쇄로 전면 취소됐다. 이에 대한 아쉬움을 묻는 질문에 그는 전통 무용에 대한 행정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한편 이것이 앞으로 자신에게 남겨진 과제의 일부라고 했다.

"발레 같은 서양 무용에 대한 지원은 전통 무용의 지원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죠. 대중들과 행정가들 모두 우리 것을 등한시하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피아노 치는 건 멋진 거고 장구를 치는 건 유행에 뒤처지는 것인가요?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평생을 살아 왔습니다. 앞으로의 제 남은 임무 역시 이러한 인식적·제도적 부분을 개선하며 우리의 춤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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