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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온고이지신·스토리텔링·소통…국악팀 The 세로

등록 2020.09.28 18:34:18수정 2020.09.29 13: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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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The 세로.(왼쪽부터)김범식, 황소라, 양성태, 이승민(사진=정동극장 제공)2020.09.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The 세로.(왼쪽부터)김범식, 황소라, 양성태, 이승민(사진=정동극장 제공)2020.09.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불교에서 '세로(世路)'는 삼세번에 걸쳐 변화하는 인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뜻을 의미한다. 전통은 과거로부터 왔지만 현재에도 켜켜이 쌓아지고 있는 생동하는 문화다. '세로(世路)'라는 주제는 전통을 지켜내 온 수많은 명인들의 후학으로서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세상에서 전통음악을 지키고 새로워지겠다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확고한 신념도 내포하고 있다."

2020 정동극장의 청년국악인큐베이팅 사업 '청춘만발'의 입상팀 'The 세로'는 직관적으로 딱 와닿지 않는다는 말에 팀명에 담긴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소재 'The 세로'의 연습실에서 이 팀의 4명의 구성원인 양성태(타악) 이승민(소리) 김범식(아쟁), 황소라(가야금)를 만났다.

이승민은 "세상세 자, 길로 자를 쓰는 불교 언어다. 항상 과거의 음악을 배워 왔다. 멀게는 400년 전 음악부터 짧게는 100년 전 음악을 해 왔다. 현재에 서 있다고 보고, 저희가 먼훗날 과거가 됐을 때 미래 세대가 저희 음악을 하고, 또 즐겼으면 좋겠다.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뜻하는 모두 내포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The 세로 공연 사진(사진=정동극장 제공)2020.09.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The 세로 공연 사진(사진=정동극장 제공)2020.09.28 [email protected]

The 세로는 지난해 '제4회 청춘열전 출사표'에 참여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절친한 선후배들이 뭉쳐 만든 그룹이다. 당시 '세로'라는 곡으로 출전한 그들은 이 대회에서 1등을 하며 관계자들과 국악팬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이들은 지난해 대회 출전곡 '세로'라는 곡에 5곡의 편곡을 더해 총 6곡으로 이번 경연 무대를 꽉 채웠다. 여섯 개의 공연 곡은 모두 한자로 이루어졌는데 각각 '세', '로', '세로', '환', '생', '환생'이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모든 곡이 한자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팀의 멤버들은 공연의 중간중간 곡에 대한 설명을 겻들여 이해를 도왔다.

이승민은 자신들의 이번 경연곡에 대해 "관객이 접근할 때 가장 친근할 것 같은 심청가를 먼저 잡았다. 여기에 우리만의 해석이 들어갔다. 판소리를 15년 넘게 했지만 기존의 심청가가 와닿지 않는다. 다른 시선으로 심청을 바라보고 싶었다. '심청이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빠질 때 한탄하진 않았을까', '심청의 죽음은 과연 올바른가', '몸을 던져서 아버지가 눈을 못 떴으면 어떻게 됐을까' 등 많은 의문을 곡에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곡 안에서 가야금이 심청이 되고, 아쟁이 심 봉사가 되어 둘이 싸우는 느낌의 곡도 있고, 가야금과 아쟁 둘 다 함께 심청이를 연기할 때도 있다. 이런 면에 주목해서 저희 공연을 본다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28일 서울 서초구 소재 The 세로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정동극장 제공)2020.09.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28일 서울 서초구 소재 The 세로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정동극장 제공)2020.09.28 [email protected]

그러면서도 이들은 온고이지신을 기치로 내건 만큼 전통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황소라는 "악기로 치면 가야금과 아쟁만 있는 편성이 작은 팀이다. 하지만 우리는 편성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계량악기 대신 전통 악기들 위주로 쓰려고 노력했다. 이번 본선에 선정된 8팀 중 12현 전통 가야금을 쓴 건 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The 세로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한다. 그만큼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국악의 확장을 추구한다.

김범식은 "이번에는 시간의 한계로 제대로 구현하지 못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공연을 스토리로 엮어 중간중간에 연기도 넣는 등 하나의 이야기로 가져가고 싶다. 12월 서울문화재단에서 있을 기회에 제대로 선보일 예정이다. 저희가 하는 음악이 쉬운 음악이 아니다 보니 그런 식으로 해서 관객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청춘만발'이 경연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고, '정동극장에서의 50분 단독 공연'이라는 기회에 이끌려 이번 이벤트에 참여하게 됐다는 The 세로. 이들은 갈수록 설 수 있는 국악 무대가 너무 적어지고 있다며 이번 '청춘만발' 기회에 지극한 감사함을 전하는 한편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드러냈다.
[서울=뉴시스]The 세로.(왼쪽부터)이승민, 양성태, 황소라, 김범식(사진=정동극장 제공)2020.09.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The 세로.(왼쪽부터)이승민, 양성태, 황소라, 김범식(사진=정동극장 제공)2020.09.28 [email protected]

어떤 팀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지극히 현실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황소라는 "롱런할 수 있는 팀이 목표다. 전통을 가지고 길게 가는 팀이 사실 적다. 매해 만들어지는 팀이 많은데, 사라지는 팀이 더 많다. 매년 없어지는 팀이 90%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The 세로는 초청을 받아 6월에 폴란드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내년으로 잠정 연기됐다. 만들어진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미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The 세로, 세계로 뻗어나갈 그들의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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