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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출근길 나섰다면…아직 사생활일까, 업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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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0-17 05:00:00  |  수정 2020-10-17 09:01:10
근로자 "출·퇴근길 사고도 업무상 재해" 행정소송
행정법원 "통근 중 재해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돼"
근로자의 통근은 사생활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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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지난 6일 오전 출근시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외투를 입은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20.10.06.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직장인이 통상적인 출·퇴근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직장인의 통근을 업무 일부라고 봐야하는지, 사생활로 봐야하는지를 둘러싼 시각과 연관된 문제이기도 하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5년 2월2일 오후 9시50분께 야간 근무를 위해 동료 근로자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출근하던 중 부산 기장 모처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는 골절상을 입고, A씨 동료는 사망했다.

A씨는 사고 약 두 달 후 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을 신청했다. 출·퇴근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근로복지공단 두 달간 심사 끝에 A씨의 요양 신청을 불허했다.

이에 A씨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해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해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2006년 6월14일 "통근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해 통근 중 발생한 사고로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는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공무원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하여 출·퇴근하거나 임지부임 또는 귀임 중 발생한 교통사고·추락사고, 기타 사고로 인하여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에는 이를 공무상 부상 또는 사망으로 본다"는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을 인용하기도 했다.

근로자의 출·퇴근 시간에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근로자가 출근길을 사생활로만은 보기 어렵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7년 9월28일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의 재해로 되기 위하여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모든 통근 재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 판단이다.

그런데 당시 김영란·박시환·김지형·김능환·전수안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출·퇴근 행위란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주거지와 근무지 사이를 왕복하는 반복적 행위로서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라며 "사업장 밖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라 하여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음이 부정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합리적인 방법과 경로에 의한 출·퇴근 행위라면 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근로자가 출근을 하기 위해 나선 이상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다고 볼 수 있고, 이에 업무상 영역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수의견을 낸 양승태, 김황식, 안대희 대법관은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것인지, 인정한다면 출·퇴근 재해 중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를 업무상 재해에 속한다고 할 것인지 여부는 사회보장적 견지에서 입법에 의해 그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보충의견을 냈다.

이홍훈 대법관은 "현행법의 해석을 통하여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보충의견을 내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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