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공개 싫다" 위안부 할머니 요구 외면…"인권침해"
나눔의집 직원, 소장·사무국장 진정 제기
'할머니 버릇 나빠진다'는 모욕적인 발언
인권위 "동의 없는 신상공개는 인권침해
[경기 광주=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6월 24일 경기 광주 나눔의집. 2020.06.24. [email protected]
20일 인권위에 따르면 나눔의 집 직원인 진정인은 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이 당시 소장, 사무국장 등에게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이 주장한 피해사실을 살펴보면 ▲부당한 언행 ▲부당한 신상공개 ▲할머니들 요청 거부 ▲부적절한 의료조치 및 식사제공 등으로 다양하다.
일례로 할머니 1명이 외부 나들이 중 노래를 해 후원금이 많이 모인적이 있는데, 시설 소장이 이 후원금을 가져간 것에 할머니가 항의하자 "위안부가 무슨 돈이 필요하냐"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또 간호사가 이 할머니에게 소고기를 대접하자 사무국장은 "아깝다"고 말하며 다른 할머니도 소고기를 좋아했지만 사주지 않았다는 말을 한적도 있다고 한다.
나눔의집은 일반식을 먹지 못하는 할머니에게도 일반식을 제공했는데, 이를 보다못한 일부 직원들이 사비를 들여 곰탕, 추어탕 등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서 제공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러자 사무국장은 "이런 식으로 하면 할머니들 버릇이 나빠진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사례를 보면 할머니 1명은 평소 자신의 신상이 공개되는 것을 매우 꺼려했지만, 이같은 의사가 무시됐다고 한다.
당시 시설의 소장과 사무국장은 홈페이지에 이 할머니의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여성가족부 장관이 왔을 때도 같이 사진을 찍게 했으며, 특히 소장은 할머니의 사진을 자신의 개인 블로그나 SNS에도 올렸다는 것이다.
이에 직원들이 평소 할머니와 가족이 신상공개를 하지 말아달라고 한 점을 소장에게 말했지만, 소장은 오히려 화를 내며 비공개를 요청한 가족들을 비난했다고 주장한다.
직원들은 지난해 4월 시설내 건물 증축 공사를 한다며 할머니들을 임시 거처인 뒤채로 이사를 시키고, 할머니의 짐들을 건물 밖에 두는 바람에 이 짐들은 장맛비에 다 젖게 된 적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경기 광주=뉴시스] 조수정 기자 = 경기 광주 퇴촌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 2020.06.20. [email protected]
피진정인인 전임 운영진들은 인권위 조사 도중 사임했다. 하지만 이들은 진정인의 주장들의 사실관계가 과장 및 왜곡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위는 시설 직원들과 간병인, 시설에서 근무했던 사회복무요원들 및 자원봉사자, 유가족의 진술을 청취하고, 사진 및 녹음기록, 관련 기관에서 조사한 자료, 현장조사 및 면담조사 결과를 종합해 사실관계를 일부 확인했다.
그 결과 신상 비공개를 요청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시설 측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해왔다는 점, 시설 증축공사 시 충분한 안내 없이 피해자들의 개인물품들이 이동돼 훼손됐다는 점, 피해자들을 지칭하며 '버릇이 나빠진다'와 같은 부당한 언행을 했다는 점 등이 사실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이 알려질 경우 개인 및 가족들에게 미칠 피해를 염려해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기를 원한다면 이는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이며,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및 명예권과도 관련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시설 공사 당시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피해자들의 물건이 옮겨진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임 사무국장의 "버릇이 나빠진다" 등의 언행도 충분히 모욕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후원금 사용 관련 주장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같은 사안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또한 그밖의 진정인 주장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이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거나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로 각각 기각했다.
인권위는 법인 이사장에게 해당 시설에 대한 기관경고, 원장과 이사장에게 신상 비공개 요청자의 개인정보를 조치할 것, 피진정인인 전임 운영진들에게 특별인권교육 수강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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