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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바이올린 전공' 류보리 작가 "브람스, 현실적? 제 경험담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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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0-21 12:12:10  |  수정 2020-10-21 14:07:17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대본 집필
2018년 SBS 문화재단 극본공모 당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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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SBS 월화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스틸. (사진=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공) 2020.10.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진심을 다해 꿈꾸고 사랑했다면 그 시간은 결과를 떠나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시간이고, 그런 나는 누구보다도 가치 있고 소중한 사람입니다."

SBS 월화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류보리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 20일 종영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아슬아슬한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잔잔하면서 클래식한 감성으로 그려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류 작가는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활자로 종이에 쓴 세계가 영상으로 생생히 살아나는 것을 보는 느낌은 정말 신기하고 신비로웠다"며 "아름답고 애틋한 세계를 만들어내신 감독님과 배우분들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고마움을 느낀다. 드라마를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께도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류 작가가 지난 2018년 SBS 문화재단 극본공모에 당선돼 인턴작가 생활을 하던 당시 미니시리즈 과제로 처음 작업했다고 밝혔다. 당시 인턴작가 합평회에서 만난 조영민 감독과 마음이 잘 맞아 2부작 드라마 '17세의 조건'을 같이 해 지난해 방송했고, 이번 미니 시리즈도 함께 준비했다고 전했다.

드라마는 음대와 문화재단의 일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는 평도 받으며 주목 받았다. 더욱이 류 작가는 바이올린 전공으로 음대를 졸업하고 경영학도 함께 공부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하지만 류 작가는 "주인공들은 허구의 인물이고 이들이 겪는 일도 허구의 사건들"이라며 "제 경험담도 들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제목에 담긴 작곡가 브람스는 절친한 음악적 동료이자 멘토였던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평생 사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는 '브람스-슈만-클라라'의 삼각관계를 혼란과 불안 속에 있는 청춘들의 짝사랑 이야기로 담아냈다.

드라마는 잔잔하게 흐르지만, 그 속에서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류 작가는 담담하고 고요하면서도 팽팽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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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SBS 월화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진=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공) 2020.10.21. photo@newsis.com
"전체적으로 잔잔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주인공들은 각자 가득 차 넘칠 것 같은 감정들을 품고 있는 드라마를 쓰고 싶었어요. 컵에 물을 가득 담으면 표면장력 때문에 표면이 볼록하게 담기게 되는데, 평온해 보이지만 살짝 건드리거나 한 방울만 물을 더 붓게 되면 바로 넘치죠."

대본을 쓰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극 중 '채송아'(박은빈 분)와 '박준영'(김민재 분)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쌓아가는 부분이었다고 했다.

류 작가는 "두 사람 모두 첫눈에 반해 불같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짝사랑이 있는 상태로 처음 만나 안면을 트고 점차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이기에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또 두 주인공을 통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믿고 사랑하는 것이 행복을 찾아가는 1순위 조건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류 작가는 "송아는 주인공 중 제일 평범해 보이고 조용하지만 내면이 가장 단단하다. 하지만 꿈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절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잠식되는데, 그런 상태에서 연애도 제대로 될 리 없다고 생각했다"며 "나를 가장 아끼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건 바로 자신이고, 자기중심이 먼저 단단하게 잡혀야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주자로 산다는 건 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준영은 늘 자기 자신보다 타인의 만족을 우선순위로 두며 연주하는 삶을 살아온 인물"이라며 "준영이 자기 자신을 오롯이 믿고 자기 마음을 따라가는 연주를 하게 되는 결말을 통해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것이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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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SBS 월화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진=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공) 2020.10.21. photo@newsis.com
채송아와 박준영 역을 맡은 박은빈과 김민재의 연기와 연주는 완벽했다고 극찬했다. 두 배우의 진실된 눈빛과 연기 덕분에 송아와 준영이가 실제 인물처럼 느껴졌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두 배우 모두 엄청난 노력을 들여 악기를 연습했어요. 두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큰 신뢰를 느껴 사실 걱정은 하지 않았죠. 연주 연기 영상을 처음 봤을 땐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어요. 제 주변의 프로 연주자들도 드라마를 보고 놀라서 연락이 많이 왔는데, 실제 음대생을 캐스팅해 촬영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였죠."

드라마 속 박준영이 연주하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비롯해 다양한 클래식들은 귀를 사로잡는다. 류 작가는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송아의 졸업연주회 곡인 브람스의 '스케르초'와 준영이 졸업연주회에서 연주하는 슈만의 '헌정'(리스트의 피아노 편곡 버전)을 꼽았다.

"송아의 졸업연주회 곡으로 브람스의 다른 바이올린 소나타를 고를 수도 있었지만, 이 소나타 자체가 슈만과 브람스가 함께 작곡하고 클라라의 피아노 반주로 처음 연주된 곡이라는 의미가 있기에 송아와 준영이 같이 연주하는 곡으로 알맞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F-A-E'라는 제목('자유롭고 고독하게' 독일어 문구의 머리글자)과 송아의 마지막 내레이션('자유롭고 행복하게')이 맞물려 드라마의 키워드인 '행복'을 말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스케르초'는 브람스와 슈만, 다른 작곡가 한 명이 악장별로 나눠 공동 작곡한 'F-A-E' 소나타에서 브람스가 작곡한 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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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SBS 월화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OST 스페셜 앨범. (사진 = 냠냠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10.14. photo@newsis.com
"송아에게 말보다 음악을 먼저 건네며 송아의 마음에 스며들었던 준영이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 다시 사랑을 고백하는 음악으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선곡했어요. 드라마 작업 전부터 이 곡을 무척 좋아했는데, 제가 매우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씨의 연주 음원으로 방송에 나갈 수 있어서 더욱 특별하게 여겨져요."

'클래식 멜로'를 선사한 류보리 작가가 현실 속 또다른 송아와 준영 같은,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전하고픈 말은 무엇일까.

"꿈꾸고 사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일단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설사 실패했다 하더라도 너무 큰 상처를 받고 지난 시간을 모두 허무하게 여기진 않았으면 해요. 결과를 떠나서 후회 없이 꿈꾸고 사랑해 본 사람만이, 그렇게 사랑해본 내 자신을 스스로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사람만이 다음에 만날 또다른 꿈과 사랑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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