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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대웅 연출 "'코로나로 우울한 요즘, 피식피식이라도 웃었으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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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0/23 06:00:00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 류진 더 뱀파이어' 초연
뱀파이어 B급 코미디로 변주
회전문 관객 많아 11월1일까지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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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 이대웅 연출가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0.23.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요즘처럼 우울한 상태에 대처할 수 있는 장르는 코미디죠. '웃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울로 시작해서 우울로 끝나는 지금 '피식피식'이라도 웃음이 나왔으면 했죠."

대학로 TOM 2관에서 초연을 공연 중인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 류진 더 뱀파이어'는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는 작품이다.

어둡거나 섹시하거나 아니면 미스터리하게 다뤄져온 뱀파이어 이야기를 B급 코미디 감성으로 풀어내면서 '회전문 관객'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8월 개막해 애초 지난 11일까지 공연 예정이었으나 오는 11월1일까지 연장했다.

어려운 라틴어로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대신 "일어나요. 모래요정 바람돌이"라고 외치는 순간, "또각 또각 또또각"이라고 인물 입에서 구두소리가 새어 나오는 순간, 배시시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이대웅 연출은 "어떤 작품은 현실보다 가혹하잖아요. 관객분들이 가끔은 만화 속 상상처럼, 만화적 기법으로 표현한 소년소녀의 성장물을 보셨으면 했어요. 또 (현실에 대한) 부채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작품을 보시고 또 다른 세계관을 찾아가셨으면 했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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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 이대웅 연출가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0.23. dahora83@newsis.com
세계관은 지적인 측면뿐 아니라 실천·정서적 측면을 아우르는 세계 파악을 목적으로 한다. 철학 용어이던 세계관은 게임, 영화, K팝 등으로 넘어오면서 시나리오의 근간을 이루는 시간적, 공간적, 사상적 배경을 가리키게 됐다.

캐릭터부터 전반적인 이야기를 구성하는 뼈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 '다크 유니버스', '방탄소년단 유니버스'(BU) 등이 예다.

신예 작가 정호윤과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의 음악감독 엄다해가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의인재동반사업'을 통해 개발한 '블러디 사일런스 : 류진 더 뱀파이어'는 이 세계관을 뮤지컬로 끌고 들어온다.

서울체고 사격부 만년 2등인 '류진'.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한눈에 반할만한 꽃미모의 뱀파이어 '준홍'과 구마사제 '헌식'을 만나게 된다. 류진, 준홍, 헌식은 '전략적 동맹'을 맺고 뱀파이어 숙주인 생제르맹의 저주로부터 준홍을 구하기 위한 결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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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 류진 더 뱀파이어'. 2020.10.23. (사진 = 컨텐츠원 제공) photo@newsis.com
1등 콤플렉스가 있는 류진, 무색무취의 준홍, 날라리 신학생인 헌식은 이 과정에서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성장한다. 여기에 뱀파이어를 죽일 수 있는 총으로 인격화된 '피닉스 포포' 역시 성장담을 가지고 있다.

1년여의 개발 기간 동안 멘토링을 해온 이 연출은 "한편의 '도시 우화', '도시 괴담'을 떠올리면서 창작진과 만든 작품이에요. 처음에는 '공연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하나의 고유한 세계관을 갖게 됐죠"라고 자부했다.

앞서 뮤지컬 '셜록홈즈'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여러 시즌을 선보이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뮤지컬업계에서 이런 시스템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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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 이대웅 연출가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0.23. dahora83@newsis.com
이 연출은 "조금 더 견고하게 만들면, 이를 소재로 시리즈물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중문화의 흥미로운 소재인 세계관을 공연계에도 이식하면, 좀 더 다양한 창작물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출가 문삼화의 조연출을 거쳐 2008년 '창문에서 당신이 보입니다'로 데뷔한 이 연출은 독특한 움직임과 미장센을 갖고 있는 극단 여행자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블러디 사일런스'에 앞서 연극 '보물섬', 뮤지컬 '아랑가'와 '데미안' 등 '성장 세계관'을 지닌 작품들을 주로 선보이며 '성장담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이 연출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협업을 계획 중이다. 엠넷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등에 참여한 가구 디자이너 케빈박과 함께 하는 산업 디자인 프로젝트 '화성 호텔 벨보이'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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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 이대웅 연출가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0.23. dahora83@newsis.com
해녀의 삶과 가치를 담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제주도 해녀 공연 '해녀의 부엌' 시즌2 쇼케이스도 준비하고 있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이진욱 음악감독,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 황정은 작가와 협업 중이다. 뮤지컬 '차미'의 조민형 작가와 뮤지컬 '빨래'의 민찬홍 작곡가가 뭉친 뮤지컬 '렛미플라이' 내년 공연도 앞두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처음으로 '공연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은 이 연출은 "지금까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재앙에 더 다양하게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원피스' '권법소년' '슬램덩크' '드래곤볼' 등 어릴 때부터 다양한 만화를 섭렵해온 이 연출은 "'블러디 사일런스'를 작업하면서 '마니아의 세계'는 위대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뮤지컬로 시작했지만, 다른 장르로 진화했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 같은 위기에 뮤지컬도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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