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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데이터 기반 정책결정의 기회와 조건

등록 2020.11.16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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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국가 경쟁력 차이는 신뢰자본 차이"임을 강조한 바 있다. 신뢰자본이 축적될수록 혁신주체 간 위험이 공유되어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역할을 하며, 각종 거래비용이 감소해 경제체제 전반의 학습 효율성 및 외부효과가 증대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신뢰부족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상황이다.

일반화된 신뢰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7년 보고서(World Value Survey)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26.6%만이 타인을 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더불어, OECD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정부 신뢰도 수치와 순위는 상승했지만, 국민 10명 중 6명은 여전히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는 정부의 중장기 미래비전과 정책에 대한 낮은 지지도를 불러오고, 경제사회 및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제한한다. 그에 따라 미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설계, 이행 및 추진과정 내 동력이 상실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다시금 정부 정책의 성과창출을 저하시킴으로써, 정부에 대한 신뢰형성을 더욱 제한하게 된다. '저신뢰의 악순환'이 미래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향후 다가올 미래는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 변동성, 복잡성 그리고 모호성이 복합화되어 전개되는 비선형적 정책환경으로 전망할 수 있다.

이로써 다양한 형태의 급진적 외부환경 변화와 정책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부 역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데, 정부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 신뢰 제고가 선제될 필요가 있다.

정부 신뢰 제고를 위해서는 협치와 소통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기반요소로서 '데이터 기반(data-based) 정책결정(혹은, 증거 기반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과거 주요 정책결정과정이 주로 검증되지 않은 개인이나 집단의 이데올로기나 특정 의견 및 관행에 의존하여, 정부 불신을 초래하였다는 문제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는 데이터(정보) 및 근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정부정책의 정당성의 원천을 객관성 및 합리성에 두자는 정책적 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정부와 경제 및 시민사회 간 소통의 접점이 정책정보 및 관련 데이터라는 측면에서, 데이터 및 과학적 방법론에 기반한 정책의사결정은 정부정책의 투명성과 합리성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즉, 주요 정책성과 및 관련 증거가 정책유지 및 종결과정과 관련 예산배분에 활용됨으로써 정책집행의 효과성과 정책의사결정에 대한 국민 인식이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객관적 데이터 및 분석에 기반한 정책결정과정은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과 갈등해결을 위한 합리적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합의를 지향하는 협치 구현을 촉진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우리나라 주요 부처 및 공공 부문은 공공데이터 공개를 확대하고, 부처 및 기관별로 파편화된 형태로 축적되는 데이터 및 정보를 연계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예로, 2013년 행정안전부가 주도하여 공공데이터를 통합하여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는 공공데이터포털을 구축한 사례가 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분석기술 및 인공지능 기술발전과 함께 데이터 기반 정책결정의 효용성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미래 이슈 및 환경변화 예측·전망과 부문별 모니터링 체계 기반 문제 진단 및 정책대안 발굴 등에 빅데이터 및 지능형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부처 및 공공 부문은 데이터 수집, 저장 등 관리를 위한 인적, 물적, 기술적 인프라 구축을 활발히 이행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즉, 현재는 통계자료, 정보 및 데이터 등과 같은 정책 증거의 생산과 관리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관련 인프라 구축을 넘어, 데이터 기반 정책결정과정의 실질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선제 조건이 해결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주요 부처 및 공공 부문에서 축적하고 있는 데이터 및 정보(증거)들을 어떤 정책문제 해결에 활용할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까지 공공데이터의 개방 및 이용 건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실제로 정책결정과정 및 민간 부문에서 적극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정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문제의식을 구체화하기 위해, 부문별 사회문제와 정책이슈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공공서비스의 수요를 전략적으로 파악하는 정부의 전문성 배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합리성 및 실용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인해 정책결정의 민주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데이터 기반 정책결정과정 내 시민사회의 참여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

데이터 및 증거 기반으로 정책이 설계 및 이행되더라도, 맥락적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여 정교화될 때, 정책 수용성을 더욱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의 정책문제들은 다양한 요소들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복합화된 형태로 전개될 것이므로, 특정 지표나 데이터로 포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므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주요 정보를 바탕으로, 시민사회의 의견 및 창의력이 정책과정에 투입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기회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둔 정책 선택은, 다수가 정책결정과정의 경험 및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숙의적, 참여적,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실현될 수 있다.

세 번째로, 데이터에 대한 해석 및 데이터 기반 정책분석 과정에서 정책입안자의 주관이 지나치게 개입되어 내용이 왜곡되지 않도록 견제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데이터 및 근거를 기반으로 관련 정책사업 및 과제를 과감히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관련 부처 및 관료의 이해관계가 개입되는 경우, 정책결정과정의 효율성 및 실용성이 훼손될 수 있다. 증거 및 데이터 선택과정에 있어서 편향성이 개입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데이터 및 증거기반 정책평가 과정 내 책임성 및 전문성에 근거한 전문가 활용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또한 정책입안자 및 정책정보 수요자들의 정치화를 해소하고, 배태적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데이터 해석 및 적용과정에 있어 왜곡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정보 수요자와 연구자 간 지식공유를 촉진하고, 증거 및 데이터 활용 방법론을 습득하는 학습 네트워크 구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네 번째로, 각 기관들이 보유한 정보 및 데이터 자원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재설계하고, 상이한 데이터 생산 및 관리체계를 조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기관별 상이한 데이터 생산 및 관리 수준은 정책증거 간 충돌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기관 및 부처 간 상호 이해가 상충하는 사안 및 증거에 대해 논의를 하고 협의할 수 있는 협의의 장을 제공하고, 정보 및 데이터 축적의 중복과 낭비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성할 필요가 있겠다.

이와 같은 선제 조건들을 해결함으로써 정부는 데이터 기반 정책결정의 실질화를 실현하고 정부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 등 "기술 도입"만 우선시하여 시스템 구축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정책결정의 목표와 지향점을 명확하게 정립하고, 경제사회 내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 신뢰 회복'과 '정책의 효과성 강화'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적 혁신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 환경에서 유연하고 민첩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역량은 정부 체질 개선과 제도 혁신에서 출발한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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