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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유죄 사필귀정…5·18헬기사격 재입증(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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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1-30 20:05:49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자위권 발동 허구' 또 드러나
회고록 부메랑 돼 법정 3차례 나왔지만, 끝까지 참회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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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89)씨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1980년 5월 계엄군이 헬기에서 광주시민을 향해 총을 쐈다고 판단했다. 전씨가 이를 알고도 회고록에 허위 사실을 적시, 조 신부를 비난했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신군부의 자위권 발동'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또 입증했다. 40년 동안 사죄하지 않는 전씨를 단죄, 역사 왜곡·폄훼를 끊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전두환, 징역형 선고 집행은 유예

광주지법 형사 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장은 5·18 헬기 사격 관련 군 기록(공중화력 지원, 탄약 소모율 등)과 증인들의 법정 진술, 전일빌딩 탄흔 등으로 미뤄 계엄군이 헬기에서 총을 쏜 사실을 인정했다.

1980년 5월 21일에는 500MD 헬기, 5월 27일에는 UH-1H 헬기로 위협 또는 기총사격이 이뤄졌다고 봤다. 다만, 조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한 21일 상황을 토대로 유죄를 판단했다.

재판장은 "피고인은 5·18 당시 지위·행위를 고려할 때 미필적으로나마 5·18 헬기 사격을 인식했다고 본다"며 "자신의 주장이 허위임을 인식하면서도 회고록을 집필, 명예 훼손의 고의가 있다"고 판시했다.

헬기 사격 목격 증인 16명 중 8명의 증언은 군 헬기 작전 기록과 일치해 내용에 신빙성이 있고, 군인들의 일부 진술도 헬기 사격을 지향하는 내용이 있는 점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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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격 지시, 자위권 허구 재입증

이번 판결은 그동안 국가 차원의 여러 차례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난 5·18 헬기 사격을 재입증, 자위권 발동론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전씨가 '국군이 국민을 적으로 간주해 공격했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고록을 집필·출간했다는 뜻이다.

헬기 사격을 비롯해 사격·발포 관련 자료를 위·변조·삭제해온 신군부 세력에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군 수뇌부의 발포 명령이 있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만큼,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도 활동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헬기 사격 진실을 적극적으로 알려, 5·18 역사 왜곡·폄훼를 끊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스스로 반성·사죄하지 않는 전씨를 단죄해 역사 바로 세우기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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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전두환씨가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재판을 받은 뒤 3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30.
photo@newsis.com

◇ 끝까지 반성·사죄 없었다

전씨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40년 동안 은폐와 궤변으로 일관하다 결국 자신의 회고록이 부메랑이 돼 광주 법정에 섰지만, 끝내 사죄하지 않았다.

이날 선고 공판까지 19차례 중 3차례만 법정에 나왔는데, '진실의 역사 앞에 사죄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저버렸다.

매번 무책임하게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고, 혐의를 부인하기 바빴다.

취재진 질문에는 단 한 차례, "왜 이래"라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판 중인 지난해 11월 골프장 나들이에 이어 12·12 오찬까지 후안무치한 그의 행보에 전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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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3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혐의 재판이 열린 가운데 5·18단체 한 회원이 구속을 촉구하며 오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30.
photo@newsis.com

◇ "유죄 판결, 사필귀정...형량은 아쉽다"

이번 사건 고소인이자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와 소송을 이끈 김정호 변호사는 판결에 대해 '사필귀정'으로 평했다.

조 신부는 재판 직후 "5·18 주범인 전씨에 대해 재판부가 유죄 판결을 내린 점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사필귀정이다"고 했다. 이어 "'유죄 판결'은 5·18 진상규명 단초,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출발이다. 국민이 힘을 모아 5·18 진상규명을 위해 동행해주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김 변호사는 "전씨의 유죄 판결로 1980년 5월 21일과 27일 헬기사격이 역사적인 사실로 인정됐다. 상식과 역사적 정의를 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형량에 대해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 전씨가 국민의 공적 관심사인 역사 왜곡 문제에서 반성·사죄 없는 태도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고는 사법적 단죄 측면에서 아쉽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dhdre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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