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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전쟁]③"주도권 잡자"…美·中, 백신 패권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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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1-04 05:00:00  |  수정 2021-01-11 09:37:11
美, 화이자·모더나 백신 앞세워 선두권 싸움
中, 백신 실크로드로 '포스트 코로나' 영향력 시동
英,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맹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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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티지=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포티지에 있는 화이자 글로벌 공장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옮겨지고 있다. 2020.12.14.
[서울=뉴시스] 신정원 이재우 기자 = 감염 8400만 명, 사망 180만 명….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암울한 이정표다. 전 세계 인구 78억 명의 1% 이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이들 중 2%가 목숨을 잃었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첫 보고된 지 불과 1년여 만의 일이다.

펜데믹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다. 1918년 발병한 스페인 독감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괴멸해 역사를 바꿨듯 코로나19 팬데믹도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국경이 닫혔고 작게는 가족, 지인 간 모임도 피해야 했다. 영업 제한 등의 규제는 경제적 타격을 증폭시켰고 일부 사람들은 생존권마저 위협받았다. 경제가 멈춰서고 사회적 불평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했다.

백신은 이에 대항하는 인류의 대반격으로 일컬어진다. 인류는 지난해 12월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을 개시,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바이러스의 공격에 저항해 반격을 시작했다. 팬데믹 종식을 논하긴 이르지만 정상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백신 개발은 범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통상 10년까지 걸리는 백신 개발을 불과 1년 미만으로 단축했다. 효능 역시 기존 독감 50~60%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였다. 인류가 힘을 합해 저항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면엔 복잡한 셈법이 자리잡고 있다.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부터 얼마나 빠르게 많이 선점하느냐를 두고 수면 밑 경쟁이 치열하다. 더 나아가 누가 글로벌 주도권을 잡느냐를 두고도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다. 자존심을 넘어 패권이 달린 문제가 됐다. 신(新) 글로벌 패권 경쟁의 서막이 열렸다.

미국, '최대 피해국' 속 백신 개발 선두
백신 개발의 선두에 서 있는 것은 단연 미국이다. 현재까지 많은 국가에서 긴급사용을 승인한 것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BNT162b2'와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mRNA-1273'이다.

이로써 미국은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에서 '백신 개발 선두 주자'로 체면을 살렸다. 전 세계 확진자의 4분의 1, 사망자의 5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방역에서 실패했지만 백신 개발에서 앞서면서 세계 최대 경제대국(G1)의 체면은 지켰다.

화이자 백신은 사실상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12월2일 영국을 시작으로 바레인,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미국 등의 순으로 잇따라 허가가 났다. 러시아는 자체 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 5'를 이보다 먼저 사용 승인했지만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 공신력이 떨어진다.

이어 같은 달 모더나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을 받았다. 화이자 백신에 이어 두 번째다. 모더나 백신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지원을 받았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젝트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OWS)의 일환이다. 미국 정부는 이 백신 개발에 20억 달러(약 2조 176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모두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이다. 바이러스 단백질을 투여해 면역 체계를 훈련시키는 기존 '벡터' 방식과 달리, 바이러스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 물질인 mRNA를 통해 몸에서 직접 항체를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2개 백신 모두 95% 안팎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두통, 발열, 근육통, 피로감 등 통상적인 반응 이외에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고 보고했다. 다만 실제 접종 후 미국과 영국 등에서 알레르기 전력이 있는 일부 접종자에게 '유사 초과민반응'(아나필락시스)이 나타났다.

이 외에 존슨앤드존슨, 노바백스 등의 미국 제약사들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참여하지 않는 등 백신 공급에선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있다. 코백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감염병혁신연합(CEPI)·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중심이 돼 운영하는 국제 프로젝트로,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백신을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또한 자국 제약사가 개발했다는 점과 기존 패권을 내세우며 백신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앞둔 지난달 8일 미 제약사들이 백신을 외국에 수출하기 전 미국에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백신 확보를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할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당장 실행하지는 않았다. DPA는 비상상황에서 민간 기업에 의료물자 생산을 명령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곧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도 주목된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후 100일 내 1억 명 접종"이라는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있지만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이바지할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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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최고 회의에 참석해 미 제약사들이 미국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중국, '백신 외교' 시동…발원지 오명 벗고 영향력 확대 시도
반면 중국은 '백신 외교'를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라는 오명을 벗고 이미지를 쇄신하면서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8일 자국 내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방역 성과를 내세우는 한편 32개국 의료진 파견, 150개국 의료물품 지원 등을 강조하면서 자국 우선주의에 빠진 미국을 우회 비판하기도 했다. '우한 바이러스'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격으로도 읽혔다.

한 달 뒤엔 코백스에 합류했다. 중국이 개발한 백신을 글로벌 공공재로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외신들은 미국이 국제적인 백신 협력을 거부하는 동안 중국은 팬데믹 초기 불투명한 정보 공개 등으로 국제사회의 반감을 샀던 것을 억누르려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글로벌 공중보건 분야에서 미국이 떠난 리더십 공백을 채우려는 목적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14개의 백신 후보 물질이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이 중 4개 제약사의 5개 후보 물질이 최종 단계인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중국 제약사 시노팜의 백신은 중국과 10여 개 국가에서 100만 명에게 투여됐다고 중국 정부는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제약사 시노백, 캔시노 등도 다른 국가들과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과 백신 협정을 맺은 국가는 100여 개국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엔 우선 공급을 공언했다. 백신 구입 대금을 지원하고 임상시험 등에서 협력하는 것도 진행 중이다. 다만 일부 국가에선 중국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믿지 못하거나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백신 접종을 꺼리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중국 제약사들의 백신 임상시험은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요르단, 이집트, 터키, 모로코, 멕시코, 브라질,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등 주로 개발도상국 또는 저개발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다. 상당 수가 '일대일로'(一帶一路) 참가국이기도 하다. CNN은 "중국이 보건 실크로드를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외교협회(CFR) 국제 보건 전문가인 옌중황은 "중국은 외교 정책상 필요한 국가와 관계를 촉진하기 위해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UAE, 브라질 등처럼 임상시험을 실시해 백신을 제공하거나 관련 기술을 이전해 영향력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은 해외 임상시험으로 일대일로 사업에 호의를 얻고 싶어 한다"며 "백신 협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븐 모리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글로벌 보건정책센터 책임자는 "(중국의 백신 전략은) 매우 신중하고 용의주도하다"며 "중국 정부의 전략적 목표는 향후 10년 내에 '바이오 경제'에서 패권적 영향력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어 "코백스는 미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고 중국은 주요 국제기구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며 "중국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코로나19 진앙지란 오명과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도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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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2차 신흥경제 5개국,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해 화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사태를 악용해 탈세계화와 경제적 탈동조화를 조장한다면 서로의 공동 이익을 저해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유럽, '저렴·보관 용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추격
서방국에서 초기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 'AZD1222'였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지난 7월 3상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그러나 시험 참가자의 중증 이상 반응으로 시험이 잠정 중단됐다 재개되는 등 부침을 겪으면서 9월로 예상됐던 사용 승인이 미뤄지게 됐다.

예방효과는 평균 70%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1차 접종 때 용량의 절반, 2차 접종 때 1회분 용량을 전부 투여할 경우 90%, 1.2차 접종을 전체 접종할 경우 62%다. 이후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7일 '승리 공식'을 알아냈다면서 "입원해야 할 정도의 중증 감염은 100%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달 3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했으며 1월4일 배포를 시작한다. 유럽의약품국(EMA) 승인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4달러 수준으로 화이자(19.5달러), 모더나(32~37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화이자 백신이 영하 70도 안팎의 초저온, 모더나 백신이 영하 20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반면 일반 냉장온도인 2도~8도에서 6개월 간 보관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한편 러시아는 지난 8월 전 세계에서 가장 처음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5'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1957년 옛 소년이 인류 최초로 쏘아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딴 것이다. 국제 질서의 양대 축으로 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면서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채 사용 허가를 내준 것이어서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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