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박원순 성추행에 큰 고통" 언급한 법원…판단 근거는?

등록 2021.01.14 16:16:17수정 2021.01.14 16:42:1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동료 성폭행' 전 서울시 직원…1심 실형

故 박원순 성추행 의혹…피해자 동일해

"박원순 성추행에 정신적 고통" 언급해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2020.07.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2020.07.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별건사건의 재판에서 처음으로 인정됐다.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미궁에 빠졌던 이 사건을 재판부가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14일 전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A씨의 준강간치상 혐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아울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이날 선고를 받은 A씨는 총선 하루 전인 지난해 4월14일 만취해 의식이 없는 동료 직원 B씨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피해자 B씨는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와 동일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박 전 시장에 대한 재판부의 언급은 피해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장애를 입게 된 직접적 원인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가 PTSD를 겪은 것은 자신이 아닌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B씨의 상담 및 의무기록 전체를 대상으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법원에는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B씨가 정신과에 내원해 치료 및 상담을 받은 내역 전체가 제출됐다. 그 중에는 B씨가 박 전 시장으로부터 당한 성추행 피해사실을 여러차례 진술한 내용도 있었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박 전 시장의 비서로 근무하는 동안 야한 문자와 속옷 사진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 중에는 상당히 외설적 표현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B씨가 다른 부서로 옮긴 후에도 박 전 시장이 '남자에 대해 모른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갈 수 있다'는 등의 문자를 보냈다는 내용이 진술에 수차례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판부는 "여러 차례 진술한 내용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근본적 원인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이 아닌 이 사건 A씨의 범행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진술하기 전에 이미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A씨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에 대한 수치감, 그리고 억울함과 두려움으로 급성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작성됐다며 A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이날 선고를 마친 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결국 박 전 시장을 고소했지만 피고소인의 사망으로 법적 호소의 기회를 잃었었다"며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재판부가 일정 부분 판단을 해주셔서 피해자에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김 변호사는 "오늘 선고가 나온 뒤 피해자도 박 전 시장으로부터의 피해에 대해 재판부가 언급한 부분이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한편 박 전 시장은 지난해 7월8일 B씨에게 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업무상위력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피소되자 그 다음날인 9일 오전 시장공관을 나간 뒤 10일 자정께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해 12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고소 사건을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종결하고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피고소인이 사망할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이 내려진다. 이는 피고소인 사망으로 범죄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