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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⑦'치유' 내세운 사회정책…양분된 미국 통합할 수 있을까

등록 2021.01.20 05:00:00수정 2021.01.25 09: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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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사건이 야기한 '경찰 개혁' 필요성

DACA 프로그램 확대…국경 장벽 낮출 듯

트랜스젠더 군복무 허용…성평등 초점

[윌밍턴=AP/뉴시스] 제 46대 미국 대통령에 오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가장 큰 무기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얻은 신뢰다. 사진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경기부양안 관련 기자회견 중인 바이든의 모습. 2021.1.18.

[윌밍턴=AP/뉴시스] 제 46대 미국 대통령에 오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가장 큰 무기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얻은 신뢰다. 사진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경기부양안 관련 기자회견 중인 바이든의 모습. 2021.1.18.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제 46대 미국 대통령에 오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최우선 과제로 '치유'와 '통합'을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야기한 인종·성별·국적에 따른 갈등과 시대를 종료하겠다는 의지다. 

바이든 당선인이 사회 정책과 관련해 밝힌 구체적인 사안은 단 하나, 취임 100일 이내 경찰을 관리·감독하는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미국 사회가 바이든 당선인에 기대를 거는 건 36년의 상원의원과 8년의 부통령 시기 보여준 그의 시민의식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얻은 신뢰는 그의 가장 큰 무기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후보 당시 흑인의 감금을 증가시킨 1994년 연방범죄법안 통과에 큰 역할을 했다는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사법 당국과의 유대'로 해석하며 "그는 사법 당국과 시민 사이의 분열을 메울 수 있는 대통령"이라고 전했다.

'인종차별' 유산 타파할 '형사·사법 개혁'

[보스턴=AP/뉴시스] 작년 6월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시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시위. "보스턴의 기도. 단결과 정의를 위해"라는 이름의 이 시위는 같은해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향한 백인 경찰관의 폭행치사 이후에 일어난 전국적 시위 가운데 하나였다. 2021.01.18.

[보스턴=AP/뉴시스] 작년 6월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시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시위. "보스턴의 기도. 단결과 정의를 위해"라는 이름의 이 시위는 같은해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향한 백인 경찰관의 폭행치사 이후에 일어난 전국적 시위 가운데 하나였다. 2021.01.18.


인종 차별과 그에 따른 법적 형평성, 경찰의 대응 문제 등은 바이든 행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난제다.

작년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는 전 세계로 번졌다. 인종 차별주의와 경찰의 폭력으로 이어진 생활 저변의 문제는 기업, 학교 교육, 스포츠 등 모든 영역에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4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는 동안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활동은 기승을 부렸다. 바이든 당선인은 입후보 당시 이같은 사회 현상을 꼬집으며 자신이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이유는 이같은 미국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작년 7월 포괄적 형사·사법 개혁안을 발표하고 경찰이 '학대' 혐의로 기소한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의 수사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결국 경찰 수사에 대한 감시로 이어지게 된다.

흑인 감금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인 마약 관련 범죄와 관련 양형 기준은 통일하겠다고 밝혔다. 기호용 마리화나도 연내 합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사회 안전을 위한 자금 활용은 '감금'에서 '예방'으로 중점을 옮기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메릭 갤런드는 자신의 우선순위는 "우리 사법체계에서 인종적 형평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불법체류 청소년에 시민권 & 국경장벽은 미완으로

[바도온도=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과테말라를 지나 미국 국경으로 향하던 온두라스 이주자들이 국경 바이온도 지역에서 고속도로를 봉쇄한 과테말라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유입 억제 정책을 완화한다는 소문과 함께 신년부터 중남미 캐러밴 행렬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親)이민자 정책이 새로운 난민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1.01.18.

[바도온도=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과테말라를 지나 미국 국경으로 향하던 온두라스 이주자들이 국경 바이온도 지역에서 고속도로를 봉쇄한 과테말라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유입 억제 정책을 완화한다는 소문과 함께 신년부터 중남미 캐러밴 행렬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親)이민자 정책이 새로운 난민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1.01.18.


바이든 당선인의 이민자 관련 공약에는 인권 운동가들과 민주당 활동가들의 희망사항으로 가득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의 보호 범위를 늘리고, 연간 수용 가능한 난민 수를 현재 1만5000명에서 12만50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미 국가 이주민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세운 멕시코 국경장벽은 건설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이민의 벽을 높이기 위해 시행한 행정조치는 약 400여 개에 달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들 중 다수를 거부, 혹은 철회하라는 압력 속에 취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직후 DACA 해당자들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민서비스국(USCIS)에 따르면 2020년 3월 기준 DACA 신청자는 76만7000명이다.

이민자를 관리하는 국토안보부(DHS) 장관에는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이 지명된 것도 주목할 점이다. 인준을 마친다면 그는 이민자 가운데 처음이자 라틴계로서 첫 국토안보부 장관에 오르게 된다.

그는 트위터에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미국은 내 가족과 내게 피난처를 제공했다"며 "이제 나는 국토안보부의 장관으로 지명됐다.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찾아, 고통을 피해 도망쳐 온 모든 미국인을 보호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멕시코 국경장벽은 건설이 중단될 예정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작년 여름 "내 행정부에서는 장벽이 단 한 뼘도 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이미 국경장벽 건설 관계자들과 공병대 등은 작업중지 명령에 대비하게 위해 긴급회의까지 마친 상태다.

다만 WP는 국토안보부 관계자들과 분석자들은 인용해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억제 조처를 한꺼번에 완화하면, 새로운 난민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美 역사상 가장 '성평등'한 정책…트랜스젠더 군복무·낙태 옹호

[내슈빌=AP/뉴시스] 작년 1월 테네시주 내슈빌 법원에서 여성들이 낙태를 결정한 이들에 48시간의 유예 기간을 강요하는 주법이 정당하지 않다며 시위를 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연방정부가 낙태제한법을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01.18.

[내슈빌=AP/뉴시스] 작년 1월 테네시주 내슈빌 법원에서 여성들이 낙태를 결정한 이들에 48시간의 유예 기간을 강요하는 주법이 정당하지 않다며 시위를 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연방정부가 낙태제한법을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01.18.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야심찬 성(性 )소수자(LGBT) 정책을 내놨다.

바이든 당선인은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행정명령을 발동해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막은 트랜드젠더의 군복무를 허용할 예정이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커밍아웃한 소수자의 군 복무를 막아온 '묻지도 말하지도 마라(Don’t ask, Don’t tell)' 기조를 타파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트랜스젠더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오바마 시대의 지침을 부활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당선 선언 연설에서 트랜스젠더를 비롯해 성소수자, 여러 인종의 미국인을 호명하며 역사상 가장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성애 정체성을 밝힌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새 행정부 교통부 장관에 지명하며 바이든 당선인은 행정부의 방향성을 보다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성 인권 문제의 핵심인 낙태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당선인은 분명한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과거 자신의 가톨릭 신앙과는 관계없이 낙태를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히며 종교계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낙태 정책과 관련해 더욱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다. 적극적으로 여성의 낙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연방정부가 낙태제한법을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미국의 가치' 재정립할 수 있을까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자신을 인종차별과 정치 불안으로 고통받는 미국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경찰의 권력 남용을 억제하고, 형사 처벌을 개혁하며, 사회적 불평등에 시달린 저소득층을 위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가 남긴 분노와 폭력이라는 유산은 미 역사 초유의 국회 습격,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 방해라는 당혹스러운 현상으로 남았다.

바이든 당선인이 직면한 문제는 전례가 없던 상황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아메리칸 대학의 레오나드 스테인혼 역사학 교수는 "바이든이 물려받은 건 1960년대 시작돼 지금까지도 미국 사회를 괴롭히고 있는 '문화전쟁'이다"고 평가했다.

단순한 정치 갈등을 넘어선 이 사회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바이든 당선인은 국가적 담론을 시작해야 한다. WP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이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수십 년간의 사회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바이든 당선인은 자신만의 '언어'와 '정책'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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