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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도전' SK 김정빈, 메모장에 적어둔 김광현의 조언

등록 2021.01.2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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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이 형이 '장점 살리라'고 조언"

"잊어버릴까봐 바로 메모장에 적어놨죠"

"10승이 목표, 목표는 크게 잡아야죠"

[서울=뉴시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김정빈.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서울=뉴시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김정빈.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뜻깊은 2020시즌을 보낸 SK 와이번스 좌완 투수 김정빈(27)이 올해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해 이전까지 1군에서 2017시즌 2경기 등판이 전부였던 김정빈은 2020시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불펜 투수로 뛴 김정빈은 57경기에 등판해 47⅓이닝을 던졌고, 1승 1패 1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5.13을 기록했다.

크게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김정빈은 지난해 5월5일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부터 6월26일 LG 트윈스전까지 2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해 불펜 투수로 풀타임 시즌을 보낸 김정빈은 새롭게 SK 지휘봉을 잡은 김원형 감독으로부터 '선발로 시즌을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티 르위키, 윌머 폰트, 문승원, 박종훈이 1~4선발을 맡을 예정인 가운데 김원형 감독은 5선발 후보로 김정빈과 정수민, 이건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정빈은 "감독님이 면담에서 '너는 중간보다 선발로서 자질이 더 있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불펜 투수로는 부족한 점이 있고, 공을 던지는 체력은 남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으니 선발 준비를 하라고 하신 것 같다. 류선규 단장님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선발은 김정빈에게 더 익숙한 보직이다. 퓨처스(2군)리그에서는 주로 선발로 뛰었다. 1군에서의 선발 투수는 김정빈에게 꿈이었다.

김정빈은 "1군에서 선발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선발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았다'며 "하지만 고민도 되더라. 2군에서 선발로 많이 뛰기는 했지만 1군에서는 처음이 될 것이 아닌가. 그래도 선발이 더 익숙해 불펜 투수로 뛴 지난 시즌 초반보다는 덜 떨릴 것"이라고 말했다.

선발 도전에 나선 김정빈에게 SK 에이스 출신 메이저리거인 김광현이 아낌없는 조언을 해줬다.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뒤 국내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김광현은 지난해 12월 종종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을 방문해 운동을 했다. 김정빈은 김광현과 마주쳤을 때 조언을 부탁했다.

김정빈은 "(김)광현이 형이 운동을 하러 오셨길래 선발 투수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며 "'1회 첫 타자와 5회가 중요하고, 네 장점을 살리라'고 조언해주셨다. 또 체인지업을 좌타자에게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이야기도 해주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또 광현이 형이 선발 투수를 하다보면 위기에 몰릴 때가 있는데, 상대하는 타자도 떨리기 마련이라고 하더라. 확실하게 어떤 공을 어떤 코스에 던질 것인지 생각하고,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고 덧붙였다.

김정빈은 메이저리거이자 평소 존경하던 선배의 조언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바로 메모장을 꺼내들었다. 김정빈은 "대단하고, 존경하는 선배의 조언이었다. 바로 메모장에 적어놨다"며 웃었다.

지난해가 선수 생활의 전환점이 됐지만, 김정빈에게는 아쉬움도 많은 시즌이었다. 특히 체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해였다.

김정빈은 "선수 생활의 전환점이 된 시즌이었다. 시즌 전에 1군에서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전반기에는 22경기 연속 무실점을 하면서 좋았다"며 "하지만 후반기에 엄청 못했다. 그래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솔직히 시즌 중에는 체력이 떨어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을 마친 뒤 문제가 뭐였을까 생각해보니 체력 문제였다"며 "나만의 것을 밀고 나갈 멘털도 부족했다. 내가 했던 것을 까먹고 다른 것을 시도했다. 후반기 부진에 빠지면서 선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는데, 나의 장점을 잃어버리고 단점만 보완하려다 이도저도 안되는 상황이 됐다"고 털어놨다.

선발에 도전하는 만큼 체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 김정빈은 예년과 다르게 시즌을 준비 중이다. 하지 않던 등산을 하고, 러닝도 기존보다 2~3배 늘렸다.

김정빈은 "산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체력이 좋아진다고 해서 산을 타고 있다. 점점 등산이 좋아지더라. 계양산에 주로 오른다"며 "러닝도 기존에 하던 것보다 2~3배 많이 한다. 예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겨울에는 러닝을 더 집중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선발로 뛰려면 일단 5선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김정빈은 선발 자리를 꿰차면 두 자릿수 승수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김정빈은 "선발 경쟁에 대한 부담은 없다. 팀 성적이 먼저인 만큼 잘하는 사람이 선발로 뛰고, 내가 경쟁에서 밀리면 불펜 투수로 뛰는 것이 맞다"며 "오히려 경쟁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발로 뛰게 되면 목표는 과감하게 10승으로 잡겠다. 목표는 크게 잡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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