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7시 무렵부터 엄마는 부엌에서 아버지의 저녁 술상을 차렸다"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21-01-23 06:00:00  |  수정 2021-01-25 09:33:45
'한국문학 거목'박완서 작가 타계 10주기
맏딸 호원숙 작가, 어머니 그리움 담아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펴내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호원숙 작가. (사진 = 뉴시스DB) 2021.01.22.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어머니는 이 집을 나에게 물려주셨다. 그냥 살아라 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나는 이 집에서 그냥 살았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집의 부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재도 아니고, 마당도 아니고, 부엌이었다.'

호원숙 작가는 '한국 문학의 거목'으로 불리는 박완서 작가의 맏딸이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어머니가 생전 살았던 경기 구리 아치울 마을이다.

호원숙 작가는 지난 22일 박완서 작가 타계 10주기 되는 날, '정확하고 완전한 기억 - 엄마 박완서의 부엌'을 펴냈다.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그 위치만으로도 특별한 박완서 작가에 관한 기억을 부엌에서부터 조명했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에는 그 시절을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마치 현미경으로 분석한 듯한 섬세한 묘사가 담겼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체험을 바탕에 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한다. 이러한 묘사는 문학적 장치이자 시대상의 반영이기도 했다.

호원숙 작가는 "어머니가 떠오르는 그리운 장면은 거의 다 부엌 언저리에서, 밥상 주변에서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 엄마 박완서의 부엌'. (사진 = 세미콜론 제공) 2021.01.22.photo@newsis.com

어머니를 떠올리는 음식도 뭇국, 나박김치, 만두, 민어, 멘보샤, 준치, 비빔국수, 회, 대구, 한국 전통 떡인 느티떡 등 다양하다.

"7시 무렵부터 엄마는 부엌에서 아버지의 저녁 술상을 차렸다. 그때 엄마가 특별히 만들었던 요리를 잊을 수 없다. 그걸 여러 번 만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새우살을 다져 쫀득해진 것을 식빵 사이에 넣어 튀긴 요리는 참으로 황제의 음식처럼 보였다. 그 당시 어느 집에서도 그런 음식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의 만족감과 행복감은 거의 완벽해 보였다. 그걸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거기에는 그 어떤 눈길도 새어들지 않은 우리 가족만의 낙원이 있었다."('거의 완벽에 가까운, 멘보샤'중에서)

어머니가 물려준 집, 어머니가 사용하던 부엌이라는 공간은 이제는 과거가 된 박완서 작가의 현재와 딸 호원숙 작가의 현재를 자연스레 이어준다.

그래서 단순히 음식 이야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음식을 매개로 '삶에 대한 태도'를 폭넓게 담아냈다. 박완서 문학 이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호원숙 작가는 1954년 서울에서 호영진, 박완서의 맏딸로 태어났다. '뿌리깊은 나무' 편집기자로 일했고 1992년 박완서 문학앨범에 일대기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을 썼다. 2011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치울에 머물며 '박완서 소설 전집', '박완서 단편 소설 전집' 등을 출간하는데 관여했다. 박완서 대담집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박완서의 말'을 엮기도 했다.

펴낸 책으로는 ▲큰 나무 사이로 걸어가니 내 키가 커졌다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그리운 곳이 생겼다 ▲동화 '나는 튤립이에요 등이 있다. 180쪽, 세미콜론, 1만1200원.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문화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