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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무한경쟁…"위기·기회 같이 온다"

등록 2021.01.2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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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28개사 마이데이터 본허가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정교화 기대"

"침범 못하던 영역 오픈…경쟁 치열"

"신기술 사업자, 성장 발판 삼을 것"

대주주 문제로 심사 보류 기업 '울상'

마이데이터 무한경쟁…"위기·기회 같이 온다"

[서울=뉴시스] 박은비 최선윤 기자 =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모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데이터(My Data·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산업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에서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기존에 제공하던 유사서비스를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중단하게 된 회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제2차 정례회의에서 KB국민은행 등 28개사에 대한 본인신용정보관리업 본허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각사가 제공해온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지금보다 정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데이터란 은행, 보험회사, 카드사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모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상품추천 서비스가 다른 금융회사 상품까지 확대되고, 머신러닝 기술을 토대로 성별·연령·소비패턴 등에 맞는 맞춤형 카드를 추천하는 식이다. 자동차보험 만기 데이터를 활용한 만기 알림, 보험 추천도 신규 출시 예정인 서비스 중 하나다. 원스톱 온라인 대환대출이나 금융사기 방지 부가서비스 등도 가능하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권에서는 무한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지만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금융업 기반 데이터도 쉽게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핵심 수익사업은 아닌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경쟁에 놓이게 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날 본허가를 받은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나 어느 정도일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이라며 "위기이자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사업자 간 서로 침범할 수 없던 영역이 오픈되면서 서로 얼마나 마이데이터 사업을 잘 추진해 나갈지, 기존 강점인 부분들은 어떻게 잘 방어해 나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새로운 기술을 잘 습득하고, 적절히 마이데이터 사업에 활용하는 사업자가 가장 큰 혜택을 보지 않을까 싶다"며 "고객수는 부족하나 기술 습득과 적용 속도가 빠른 사업자는 이번 본허가 획득 기회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고, 데이터 활용에서 열위에 있는 사업자는 되려 고객 이탈이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가장 큰 견제 대상은 금융업을 처음 시도하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Bigtech)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2대 주주인 중국 앤트파이낸셜의 형사 처벌·제재 여부 관련 확인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비허가 단계에서 심사가 보류됐다.

카카오페이는 이번주 중으로 마이데이터 유관 서비스를 일시중지한다는 사용자 공지를 준비하고 있다. 주로 자산관리 서비스가 대상으로 이미 이 서비스 사용자가 1500만명인데, 다음달 5일부터는 이용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카카오페이 가입자만 3500만명이라 잠재적 사용자까지 포함하면 불편을 겪는 소비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외에도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발목이 잡힌 회사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핀크, 경남은행, 삼성카드 등의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하나은행은 이달 초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하나원큐 내 '내자산연구소'의 일부 서비스를 다음달 5일 자정부터 중단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내자산연구소는 카드, 보험, 연금, 현금영수증, 세금우대 조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서 일부 서비스가 중단될 예정"이라며 "어떤 서비스들이 중단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허가를 받지 못한 기업의 경우 마이데이터 허가 기업과의 제휴, 서비스 개편 등으로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금융위가 오는 3월 예비허가 기회가 열려있다고 밝혔지만, 이번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단시간 내 해소될 가능성이 낮게 점쳐진다.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청 기업들은 기존에 마이데이터 유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기업"이라며 "경쟁사와 제휴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고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 투자가 있어야 할지 모르는데, 확실한 결격 사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기존 서비스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라도 있어야 소비자 불편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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