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and]민주당은 과연 오세훈을 역선택 했을까
국민의힘, 경선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 진행
민주당 지지층 오세훈 역선택할 가능성 있을까?
전문가 "역선택 가능성 낮아…당락에 영향 못줘"
"중도 확장 가능성이 있는 오세훈을 선택한 것"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05. [email protected]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최종 득표율은 1위 오세훈 전 서울시장 41.64%, 2위 나경원 전 의원 36.31%, 3위 조은희 서초구청장 16.47%, 4위 오신환 전 의원 10.39%.
오 전 시장은 2위인 나 전 의원을 5.33%포인트 차로 가볍게 따돌리고 낙승을 거뒀다. 나 전 의원이 여성 가산점(10%)을 받은 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대세가 꺾이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국민의힘 경선이 응답자의 지지 정당에 대한 구분 없이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 진행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역선택'을 차단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 전 시장의 이변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보수 진영에서는) 진보 지지층들이 약체로 평가받는 후보를 올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면서 "오 전 시장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민주당 쪽이 생각보다 조직적으로 움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경선은 응답자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을 경우, 그래도 정 고른다면 어떤 후보를 지지하겠냐고 '재질문'을 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진보·중도층에서 '비호감'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나 전 의원이 지지를 못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서울=뉴시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4일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각각 선출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역선택 가능성 낮아…당락에 영향 못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역선택 가능성이 크지 않다. 아무리 훈련된 민주당 지지라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몇 초 사이에 판단해서 전략적으로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며 "강경 보수 이미지가 있는 나 전 의원보다는 상대적으로 친숙하게 느껴지고 중도 성향이 있는 오 전 시장을 선택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엄 소장은 오히려 기존 ARS(자동응답) 방식의 여론조사에 '함정'이 있다고 했다. 그는 4~5%대 정도의 응답률을 보이는 기존 여론조사와 관련해 "응답률이 낮으면 고령층이 응답을 잘하기 때문에 보수 의견이 과다 반영된다"면서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2021.03.04.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이번 경선에 대해서 중도 확장 가능성이 결국 당락을 결정했을 것으로 봤다. 나 전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던 진대제 회장을 선거 캠프 고문으로 전격 영입하는 등 중도 확장 노력을 기울였으나, 유권자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오 전 시장이 생각보다 큰 표 차이로 이겼다. 여기에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 시민들은 중도 확장성이 있는 오 전 시장이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은 당 원내대표까지 했지만 시민 여론에서는 네거티브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에게 빨간 운동화를 전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05. [email protected]
특히 오 전 시장의 경우, 예비경선 결과 발표 직전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 파일명 'v' 표기가 'VIP(대통령의 약어)'라고 주장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조롱과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악재'라는 평이 나왔음에도 1위를 차지했다.
엄 소장은 "나 전 의원의 경우,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하면서 한국당의 '우클릭'을 주도한 장본인"이라며 "진대제 전 장관을 영입하면서 중도 확장 전략까지 펼쳤지만, '어제의 강경보수가 오늘부터는 중도'라고 하는 게 유권자에게 먹히지는 않았다"고 평했다.
중원패권 싸움 치열할 듯…오세훈 당심 모을 수 있을까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04. [email protected]
또 중도 확장성을 가진 오 전 시장이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올라오면서 '중원 패권'을 둘러싼 야권 내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동안 안 대표를 지지해왔던 국민의힘 지지층이 다시 오 전 시장으로 중심 이동을 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전문가들은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이 오 전 시장으로 재결집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물론 오 전 시장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오 전 시장의 2011년 무상급식 투표 무산은 '보수 몰락의 시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 전 시장이 10년 전 과제를 청산하고 얼마나 당심을 끌어모으냐가 관건이다.
이종훈 평론가는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국민의힘 쪽으로 결집을 하게 된다.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안 대표가 여전히 많이 나오고는 있는데, 그중에는 국민의힘 지지층도 섞여 있다. 꼭 안 대표로 단일화한다는 보장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박상병 교수는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굳이 안 대표를 지지하지 않고 오 전 시장으로 가더라도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오 전 시장은 국민의힘 후보이기 때문에 강경보수 표도 끌어안을 수 있다"며 "안 대표로서는 나 전 의원보다 오히려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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