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C세대]⑩29살 백수 김씨에게…"당신은 실패한게 아냐"

등록 2021.04.01 07:01:00수정 2021.04.01 07:03:5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생충'처럼 계획이 없는 게 계획" 자조

일할 의지도 없는 니트족 5년만 최대 증가

무기력 심해져…20대 우울증 환자 상당수

전문가 "청년이 희망 잃으면 미래 잃는것"

"개인의 실패나 의지부족으로 치부 안 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천민아 하지현 기자 =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29살 백수 김모씨는 요즈음 말 그대로 아무 일도 안 한다. 가끔씩 회사에 이력서를 내보기는 하지만 사실상 취업은 포기한지 오래다. 그는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라는 문장이 본인을 정확히 묘사하는 말이라고 자조했다.

평소 김씨는 점심 가까운 시간에 느즈막히 일어난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출근한지 오래다. 김씨는 씨리얼로 아침 겸 점심을 대충 때우고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본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는 운 좋게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이 "회사 일 힘들다", "결혼 준비 고되다"는 등의 토로를 하고 있다.

김씨는 같은 대학을 나와 다를 게 없던 이들에게 이따금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을 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이제는 힘들어하고 싶지도 않고 다 포기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시끌벅적한 채팅방을 나와 온라인 뉴스를 본다.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로 높다는 기사를 클릭하며 나만 이런게 아니라는 안도감과 동시에 허탈함을 느낀다.

이는 1일 뉴시스가 N포 니트족들을 인터뷰해 재구성한 내용이다.

88만원 세대, N포 세대에 이어 C(Crisis·위기)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재앙적인 청년 실업률에 코로나19까지 덮쳐오며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 극단적인 무기력감을 느끼고 아무것도 안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니트(NEET)족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2020년 연간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2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전년 대비 8만4000명(25.5%) 증가해 41만5000명을 기록했다. 5년래 최대 증가폭이다.

개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자꾸 늘어나는 실업률이 20대의 의지를 꺾는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15∼29세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원하는 만큼 일하지 못하는 체감상 실업자도 포함한 개념)은 26.8%로 같은달 기준 조사 이래 최대치다.

이 같은 상황은 우울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나 취업난 등으로 인해 무기력함을 느끼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연도별 성별·연령별 우울증 현황자료(2016년~2020년 상반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우울증 진료자 수는 59만5043명으로 나타났다.

연율 환산시 지난해 진료자 수는 119만86명으로 계산되는데, 이는 전년 79만8495명 대비 39만1591명(49%) 폭증한 것이다. 특히 이 중에서는 20대 치료자 수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청년들이 활기를 잃어가는 것은 사회적으로 우려해야 할 요소이다.
[서울=뉴시스] 뉴시스 창사 20주년 특집 ‘C세대’ 글 싣는 순서.

[서울=뉴시스] 뉴시스 창사 20주년 특집 ‘C세대’ 글 싣는 순서.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차차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청년 실업 인구가 이미 적체된 상황이어서 한동안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일단 노동시장으로 직격타를 맞은 청년들의 실업 상태가 장기화되면 마음건강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으면 청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도 잃는 것"이라며 "현재 좋은 일자리가 적은 데다가 신기술 분야 쪽으로만 일자리가 쏠리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또 "특히 20대 여성들의 자살율이 사상 초유로 높은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개인의 실패나 의지부족으로는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 교수는 "이건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실패한 세대라든지, 응원의 대상이라든지 하는 프레임을 씌우는 건 지양해야 한다"며 "사회적, 제도적 문제를 짚은 후 청년들의 능력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정책들을 과감히 잘 설계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구 교수는 "가장 큰 취업 문제도 그렇지만, 청년들이 아무리 좋은 직장을 가져도 '평생 집을 못 산다'는 등 좌절감과 박탈감이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