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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쟁 도구 된 부정입학…악순환 고리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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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4-02 13:45:52  |  수정 2021-04-02 16: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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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4·7 재·보궐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달 30일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여의도나 선거유세장 대신 경쟁하듯 대학으로 발길을 옮긴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날 부산대학교로 내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부정입학 의혹 관련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총장에게 요구했다.

같은 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들은 홍익대학교를 찾아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딸 입학 청탁 의혹 관련 응시 여부나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정치인들의 행보는 교육부가 부산대에 조 전 장관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지시한 시기와도 맞아떨어진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입학 취소 권한을 가진 대학이 학내 입학 부정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조사한 후 일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법과 원칙,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한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정치인 출신 장관인 만큼 정치적 의도가 짙다고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교육부 안팎에서도 유 부총리의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유 부총리가 부산대에 조사를 지시한 이후 양측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로부터는 '정치적 배신'이라는 비난을, 국민의힘 지지자들로부터는 '선거용 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민 씨의 학부·대학원 부정 입학 의혹이 제기된 지 1년7개월만,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유죄 판결 이후 3개월여만, 그것도 보선 2주 전에 이 같은 결정이 나왔다는 점, 선거 뒤인 6~7월은 돼야 입학 취소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도 '시간끌기'라는 해석에 힘을 실었다.

유 부총리는 나아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최근 제기된 입시 의혹과 관련해 어떤 경우든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행정절차를 준수하면서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며 박 후보 자녀 관련 부정입학 의혹 조사 의지도 에둘러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유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할 부처로서 기본적 책무를 다하는 대신 오히려 정적을 깎아내리기 위한 정쟁 도구로 사용되도록 부채질했다는 비판이다.

문제는 정치인 등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해 사회적 갈등이 불거지는 일이 언젠가부터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자대학교 체육특기자 입학에 특혜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돼 입학취소됐으며,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아들과 딸도 대입 관련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정치인 자녀의 부정입학 여부는 도덕성과 직결된다. 검증 대상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다만 이같은 정치적 공방이 되풀이될 때마다 우리 사회 공정성에 대한 청년들의 불신과 혐오가 더 깊어진다는 점은 우리가 비싸게 치러야 할 비용이다. 마치 스포츠처럼 특정인의 사회적 몰락을 기원하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도 결국 제 살을 깎아 먹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교육과 대학입시, 취업 공정성은 이 시대 청년들이 사회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사회 지도층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가능한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대학, 검찰의 협력체계 등 보다 근본적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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