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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작가' 이시구로 "한국, 젊은 세대에 K팝 같은 문화 근원지"

등록 2021.04.08 09:49:31수정 2021.04.19 09: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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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노벨상 수상...신간 '클라라와 태양' 출간

© Lorna Ishiguro.

© Lorna Ishiguro.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신작 소설 '클라라와 태양'을 출간했다.

인공지능(AI) 로봇과 인간 소녀의 우정을 다룬 '클라라와 태양'은 작가가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이시구로는 최근 한국 언론과 가진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국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최우수 작품상 수상에 대해 "대단한 일"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클라라와 태양' 작품이 코로나19 시국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에 대해 "코로나 전 집필을 끝냈었다"며 "우연"이라고 쑥스러워 했다.

또 "한국은 훌륭하게 대처했고 영국, 미국 등은 확실히 처음에는 대처를 아주 못했다"며 "현재 영국은 백신으로 대응을 아주 잘하고 있지만 국제 사회 측면에서 봤을 때는 완전히 실패"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한국 독자들에게 "제 책이 한국의 '문화적 현장'의 일부를 이루게 돼 정말 기쁘다"며 "한국은 지난 10~15년간 문화의 근원지로서 국제적으로 정말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시구로와의 질문과 답변.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4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2017년 12월에 노벨상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3년하고 몇 달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모두 아시다시피,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록다운을 겪었다. 그리고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로는 '클라라와 태양'을 마무리하고, 올해 다음 달에 촬영이 시작될 영화 대본도 쓰고 있었다. 제가 작업하고 있던 프로젝트는 이렇게 두 개였다. 한국에선 아주 잘 대응했지만 영국에서는 록다운이 거의 1년, 1년 이상 이어졌죠. 1년간 외출을 못했다.

-노벨상 수상이 저의 글쓰기 또는 생활 방식을 바꾸었나?

"별로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노벨상을 수상했을 때 저는 '클라라와 태양'을 3분의 1 정도 집필한 상황이었다. 소설에 대한 제 계획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글쓰기와 비교하면 수상이나 출판 등의 일은 마치 다른 행성,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제 서재에서 글을 쓰는 건 매우 사적인 세상이다. 그래서 별로 그렇게 큰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60대가 되었을 때 노벨상을 수상했다. 어렸을 때 그런 일을 겪었다면 물론 당연히 상황은 바뀌었을 것이다. 많은 노인들이 그렇듯 저는 지금 제 습관과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작품의 배경을 영국으로 설정하지 않은 이유는?

"좀 재미있는 내용인데, 하마터면 배경을 영국으로 설정할 뻔했다. 책 집필을 거의 끝냈을 쯤, 미국으로 배경을 설정해 놓은 상황이었다. 배경을 영국으로 설정하면 스토리가  더 효과적일까에 대해 아내와 의논했다. 그리고 '클라라와 태양'의 세계가 별로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설정을 미국에서 영국으로 바꾼다 해도 그리 큰 노력이 들지는 않을 거란 점을 깨달았다. 마치 상상의 세계와 같다. 그래서 아마 한 2~3주 정도만 작업하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다. 묘사 장면들 몇 가지만 바꾸면 될 것 같았다. 그러다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할 경우, 독자들에게 감정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까. 배경을 이런 미국으로 설정했을 때와 판타지 버전의 영국으로 설정했을 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러다가 아무런 확실한 이유 없이 계속 미국으로 설정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 Lorna Ishiguro.

© Lorna Ishiguro.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영상에서 말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린다. 특히 이번 작품을 '나를 보내지 마'의 연장선상에서 읽게 되는 독자가 많은 듯하다. 비슷한 소재를 택한 이유가 있는지, 그때와 이번 작품이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 두 책이 가장 유명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하. 그런데 진지하게 말한 면도 있었다.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들이 '남아 있는 나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클라라와 태양'과 '남아 있는 나날' 사이에는 몇 가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아 있는 나날'에는 주인공이자 해설자로 영국 집사가 나온다. 그는 로봇은 아니지만 로봇과 거의 비슷해서 사회로부터 단절돼 있다. 그래서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대상을 본다. 그리고 클라라의 경우, 진짜 로봇인 클라라와 같은 해설자가 갖는 장점 중 하나는, 매우 이상한 시각에서 인간 세계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공통점이 하나 있고, 다른 한 가지 공통점은 당연히 '남아 있는 나날'의 집사는 서비스를 제공이라는 개념에 헌신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결국 '클라라와 태양'은 희망, 그리고 세상에는 선함이 존재한다는 믿음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 Lorna Ishiguro.

© Lorna Ishiguro.


-복귀작으로 왜 우화적인 내용의 SF 장르를 선택하게 됐는가.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유전자 복제 등 미래의 기술을 다룬 작품을 여러 차례 발표해 왔다. 이런 소재에 특별히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있는가?

 "최근 몇 년간 현실 세계의 인공 지능이나 유전자 편집의 실제 개발에 관심을 가졌다. 관련 글을 읽고, 과학자들과 함께 이 주제를 다루는 콘퍼런스와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저는 이 주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오늘날 인공 지능과 유전자 편집 분야의 발전은 '클라라와 태양'에서 나타난 것과 비슷한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두 분야의 과학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지난 15~20년 동안 SF는 주류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책뿐 아니라 영화와 TV에서도 SF가 훨씬 더 대중적인 장르로 느껴지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나를 보내지 마'를 출판했을 때와 이번 책을 출판했을 때를 비교해 보면 굉장히 흥미롭다. 이번에는 SF에 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

-무엇을 보고 '클라라'라는 존재를 창작하게 됐는가?

 "클라라는 최근에 만들어진 기계이기 때문에 그녀에겐 아무런 역사도 없다. 다른 행성에서 온 인물과도 다르다. 만일 화성 같은 데서 왔다면 그곳 사회의 많은 가치와 편견들을 갖고 와서 인간을 자신의 종족과 비교하겠지만 저는 클라라가 마치 세상에 갓 도착한 아기처럼 처음으로 인간을 바라본다는 점이 정말 좋다. 그리고 그녀는 지능을 가진 기계이기 때문에 아주아주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점도 그렇다. 하지만 아이들처럼 무언가를 어렵사리 배우게 된다. 그래서 저는 클라라가 매우 제한된 자료를 가지고 있고, 이런저런 것들을 다 볼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클라라는 뭔가를 보면 이상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점이 제게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독자들이 실제로 저를 따라서 세상을 순수하게 시각적인 차원에서, 마치 지능형 기계의 눈을 통해 보는 것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jeffcottenden.co.uk

© jeffcottenden.co.uk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지난 10~15년 동안 한국이 문화의 근원지로서 국제적으로 얼마나 중요해졌는지 말씀드리고 싶다. 과거 우리는 한국을 삼성과 같은 기술이나 자동차의 생산지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은 K-팝 같은 흥미로운 문화의 근원지다. 한편, 저 같은 사람들에게는 한국 영화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 15년간 전 세계가 최첨단의 흥미진진한 한국 문화의 등장을 잘 인식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제 책이 매우 미래 지향적인 문화가 만들어지는 현장인 한국에서 읽힐 수 있다는 건 매우 신나는 일이다. 서양인들 대부분이 한국을 현대적이고 젊은 나라로 보는 것 같다. 봉준호 감독 같은 사람들은 젊지 않지만, 이들이 만드는 작품은 새롭고 신선하고 미래 지향적인 현대 국제 문화로 간주된다. 한국에서 읽히는 책들의 대열에 제가 함께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 사람들은 한국을 흥미진진하고 현대적이고 새롭고 예술적인 작품들의 원천지로 여기니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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