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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윤미현 "양갈래머리 땋은 엄마에 진행중인 IMF 녹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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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4-09 09:53:05
극작가 겸 연출가...10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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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윤미현 극작가. 2021.04.09. (사진 = 무브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왜 우리의 삶은 성실히 살아도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걸까?"

극작가 윤미현(41)이 신작 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를 통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서민의 삶을 톺아보면서 던진 질문이다.

최근 흥인동에서 만난 윤 작가는 "IMF 이후에 소박한 가정들을 들여다보면 그 때 이후로 삶이 나아진 것이 없다"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도 재기를 한 적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는 오는 10~25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 애초 작년 3월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1년여가 미뤄졌다.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는 윤 작가의 '집 시리즈' 3부작·'노인 3부작'에 이은 'IMF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IMF는 윤 작가가 오래 전부터 골몰해온 소재다. 지난 2018년 고속터미널역 인근 구둣방에서 샌들 밑창을 수선해준 노인의 삶을 듣고, 이야기가 진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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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2021.03.21. (사진 = 두산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그 노인은 구두 수선 일을 하면서, 이틀에 한번 꼴로 강남 아파트 경비일도 봤다. 6·25 동란 이후 그와 아내의 삶은 한번도 쉼이 없었고, 노동이 늘 반복됐다고 했다.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주인공 마찬가지다. 횟집부터 정육점, 슈퍼, 찜닭집, 치킨집까지 온갖 종류의 가게를 해보지만 전부 폭삭 망한다.

윤 작가의 가정은 IMF로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2층집에 살며 장사를 하던 친구네 집의 1층에 팔리지 않았던 물품으로, 가득 차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고 했다.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에서 남편의 실직으로, 콜라텍 주방 일을 시작하는 엄마 캐릭터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잠깐만 하려던 아르바이트가 20년 가까이 계속되던 어느 날, 그녀는 갑자기 머리를 양갈래로 땋기 시작한다. 그날부터 엄마는 행복했던 학창시절과 아이엠에프의 기억만을 오가며 살아간다.

이 역시 윤 작가가 신문의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독자 투고란에서 봤던 글을 녹여냈다.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는데, 자신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교복 입고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때'로 기억을 하시더라고요. 그 때가 행복했고, 꿈도 많았던 시절이라면서요. 그 점을 반영했어요."

윤 작가는 '전방위 글쓰기' 필력을 자랑한다. 시를 전공하시고 소설로 등단했는데, 왕성하게 희곡을 발표하고 있다. 오페라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해 작곡가 나실인과 작업한 국립오페라단의 신작이자, 부동산을 다룬 오페라 '빨간 바지'로 주목 받았던 윤 작가는 "연극 작업하는 것보다 오페라 쓰는 것이 100배 더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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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윤미현 극작가. 2021.04.09. (사진 = 무브온 제공) photo@newsis.com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를 통해서 첫 연출 작업도 한다. 윤 작가는 "평면적인 글자가 배우의 목소리로 공간을 채울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면서 "하루 하루가 새로워요. 이번 작품은 기존 작품들과 분위기가 달랐고, 그런 의도를 잘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2012년 구둣방 가족과 청년 실업자의 이야기 '텃밭킬러'로 연극계에 발을 들인 이후 고령화 사회의 소외된 노인을 그린 '장판', '궤짝'으로 주목받았다.

 '텍사스 고모'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를 통해 소외된 타자를 돌아보는 동시에 사회에 대한 삐딱한 시선과 날선 유머를 담은 희곡으로 주목 받아왔다. 2018년 동아연극상 희곡상, 2019 두산연강예술상과 벽산희곡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한국연극계의 주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극작가로 데뷔한 지 10주년. 아직까지 '극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하다고 털어놓았다.

"어릴 때는 극작가에 대해 상상도 못했고, 꿈이 이쪽으로 될 지도 몰랐어요. 여전히 마음 속에는 문학에 대한 갈망이 남아 있고, 정리되지 못한 상태이기도 해요. 희곡을 쓸 때마다 제자리가 아닌 것 같았어요. 매번 조심스럽죠.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재밌고, 설레는 작업입니다."

한편,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거리두기 좌석제'로 관객과 만난다. 나 작곡가가 음악감독 겸 작곡가로 합류해 6곡을 썼다. 배우 이영석, 홍윤희, 이호성, 이호철, 황미영 등이 출연한다. 17일 공연 종료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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