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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세대]⑬장밋빛은 없다…"미래요? 당장 사는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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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4-13 05:01:00  |  수정 2021-04-13 05:25:01
20대 "불안한 미래로 불안정한 현재 살아"
취업뿐 아니라 취업 이후의 삶도 고민해
자구책? 미래 계획을 하나 둘 포기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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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요즘 불안한 미래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자신을 20대 후반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이다.

갈수록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내 집 마련은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가 돼버렸다. 열심히 일해도 집 한 채 살 수 없다며 근로소득 대신 비트코인과 같이 '한방'에 눈을 돌린다.

작성자는 20대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언급하며 "오늘도 불안을 안고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며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은 내일에 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외환위기·금융위기에 이어 코로나19 위기까지. 위기(Crisis)와 함께 하는 일상에 익숙해진 C세대 청년들에게 미래란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뉴시스와 만난 4명의 20대 초·중반 청년들은 약속이나 한듯 미래를 '불안감'이라고 표현했다. 어느 세대에게나 불확실한 미래는 불안감을 안겨주기 마련이지만, C세대에겐 불안한 미래는 불안정한 현재까지 불러왔다. 불안정한 현재란 의식주와 같은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아 자기 자신을 보살피는 일마저 어려운 현실이다.

최모(21)씨는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곰곰이 고민하다 "우선 지금 당장 무엇을 하며 먹고 살아야 할지 내 의지로 결정할 수 없는 것부터 문제"라며 "미래가 걱정된다"고 입을 뗐다.

최씨는 그동안 계획했던 인생 노선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2년제 대학 재학생인 최씨는 약 1년간 승무원 준비를 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다. 영어인증시험을 준비하고 승무원 취업을 돕는 학원도 다녔지만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항공업계는 공고 자체를 내지 않았다.

올해 상황도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한 최씨는 "승무원이 되길 간절히 바랐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최근 계획을 변경해 어느 직종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규 학기를 다 마쳤지만 취업이 되지 않아 졸업을 유예한 한모(24)씨는 "지난해 공공기관 청년 온라인 모니터링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는데 2019년보다 경쟁률이 많이 세져서 15대 1을 기록해 스펙을 쌓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지인을 통해서 호텔 프런트 관련 서비스직에 지원했는데 경력이 없어서 뽑아줄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이럴 경우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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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뉴시스 창사 20주년 특집 ‘C세대’ 글 싣는 순서.
취업을 한 청년들도 불안정한 현재와 불안한 미래로 걱정하는 건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가치관은 통하지 않아 자신의 생각에 의문을 품게 됐기 때문이다.

조모(28)씨는 지금껏 능력을 키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취업을 한 이후 회사에선 영업을 이유로 "사람들 흥을 띄워줄 수 있도록 노래를 잘 부르고 춤을 잘 추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우세한 것을 보고 허탈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회사라는 곳은 서로 이기기 위한 경쟁으로 치열하다고도 털어놨다.

조씨는 "사람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능력은 다른데 사회가 이들을 같은 줄 세워두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다들 같은 트랙에 서서 재능이 없을 수도 있는 공부에 자원을 쏟아내서 공부해야 하고, 대학에 간 이후에도 대외활동에 몰두하며, 취직을 하고서도 자기 개발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불안정한 현재를 기반으로 한 미래는 아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자구책을 찾는다. 그 자구책은 미래 계획들을 하나둘씩 포기하는 일이다.

대학교 4학년생인 박모(24)씨는 친구들과 만날 때면 '비혼'을 다짐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애인과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세웠지만 취업을 준비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박씨는 "숨 쉬지 않고 일만 해야 집을 겨우 산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그동안 계획했던 것들이 부담이고 짐으로 느껴지더라"며 비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조금이라도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진로 계획을 세우는 경우도 있다.

조씨는 지난해 약 3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 두고 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조씨는 "일종의 자격증이 있으면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지키며 오래오래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서른살 가까이 돼서 진로를 틀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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