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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성폭행" 신고후 사망…집념수사로 친부 기소

등록 2021.04.20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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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하루 전날 극단적 선택 한 친딸

피해자 진술조서도 없어 수사 차질 불가피

친딸 112 신고 육성 확보…처벌 의사 판단

일기장 등 과거 기록 훑으며 혐의 입증 주력

친부, 자신 혐의 계속 부인…다음달 첫 재판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아버지로부터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20대 여성이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결국 친부가 친딸 성폭행 혐의로 구속기소돼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경찰의 '집념 수사' 덕분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숨진 A씨는 남자친구의 설득으로 지난달 5일 새벽 친부 B씨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과 추행을 당했다며 서울 성동경찰서에 신고했다.

A씨는 B씨를 피해 경찰이 마련한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던 중, 신고 후 불과 사흘 만인 같은 달 8일 아침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정신적 괴로움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사의 '첫 단추'인 피해자 진술조서조차 작성되지 못한 못한 상태에서 A씨가 숨지면서 혐의 입증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당연히 제출받은 증거도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열흘 동안 수사력을 총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일단 최초 신고자였던 A씨 남자친구로부터 참고인 신분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초 112 신고 당시 녹취 파일을 통해 A씨가 직접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있는 부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112에 처음 신고 전화를 한 것은 A씨 남자친구였고, 경찰이 A씨와 직접 통화를 할 수 있도록 바꿔준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 파일에는 A씨가 아버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가정폭력처벌법상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처벌하지 않는 죄)를 적용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A씨가 아버지에 대한 확실한 처벌 의사를 갖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경찰은 수사에 더욱 속도를 냈다. A씨의 노트북, 일기장 등 과거 기록 등을 샅샅이 훑으며 혐의 입증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바로 B씨 조사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자신을 준강간 혐의로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 경우 도주 내지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속전속결로 혐의 입증 자료를 모은 뒤 A씨 사망 이틀 뒤인 지난달 10일 B씨를 임의동행해 딸의 사망 소식을 알리고 조사에 착수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경찰은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판단해 지난 15일 B씨를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고, 검찰도 지난 1일 B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친족 관계에 의한 준강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한 죄를 말한다.

B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부의 첫 재판은 다음 달 1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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