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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위안부 책임' 있다→없다…석달만에 180도 판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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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4-21 16:48:48  |  수정 2021-04-26 09:03:07
1차소송 '승소'와 달리 2차소송은 '각하'
'국가면제' 원칙 다른 해석에 판단 갈려
2차소송 "국제관습법 아직 변경 안됐다"
"외교 합의 통한 대체 권리수단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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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두번째 손해배상 소송에서 앞선 첫번째 판결과 달리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에는 '국가면제' 원칙을 달리 해석했다는 점이 주된 근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이날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이번 각하 판단은 법원이 지난 1월8일 위안부 할머니 등에 승소 판결을 내리며 일본 정부가 각각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과 배치된다.

판단이 갈린 두 위안부 피해 소송 판결의 주된 이유는 '국가면제' 원칙이다. '주권 국가는 타국 법정에서 재판받을 수 없다'는 원칙으로 일본 정부는 이를 근거로 두 소송에서 모두 소장 접수 자체를 거부해왔다.

우선 두 소송 모두 "일본 정부의 행위는 일본군의 요청에 따라 총독부가 행정조직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위안부로 차출하고 군이 주둔한 곳에 배치시켜 성관계를 강요한 것으로 공권력 행사"라며 주권적 행위가 맞다고 봤다.

하지만 앞선 판결에서는 국가의 주권적 행위임에도 일본 제국에 의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어서 예외적으로 대한민국에 일본 정부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는 재판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부는 "영토 내에서 국가기관에 의해 이뤄진 행위가 국제강행규범을 위반해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 관행에 이를 정도로 뒷받침된다고 볼 수 없다"며 "대다수 국가는 이런 경우 국가면제를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앞선 판결에서 국가면제 이론이 고정적인 가치가 아니고 국제질서의 변동에 따라 계속 수정된다고 본 판단 역시 이번 판결에서는 달리 해석했다.

이번 재판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로 끌려가 강제노역한 이탈리아인 '루이치 페리니(Luigi Ferini)' 사건 관련 국제사법재판소(ICJ)가 12대3 다수 의견으로 이탈리아 주장을 배척하고 독일에 국가면제가 인정돼야 한다는 판결을 인용했다.

당시 ICJ는 '최후 수단' 여부가 외국에 대한 국가면제 인정 여부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이탈리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피해자로서는 이탈리아와 독일의 외교적 협상에 의해 권리구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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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21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88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기자회견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1.04.21. yesphoto@newsis.com
또 이번 재판부는 유엔(UN·국제연합)에서 영토내 불법행위에 관해 국가면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조약을 개별 입법한 국가와 국제조약에 협의한 국가을 합쳐도 유엔 회원국 전체의 19%에 불과하다며 국제관습법이 아직 변경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번 재판부는 우리 대법원 판결에서 비주권적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주권적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제시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되는지 여부도 정반대의 해석이 나왔다.

앞선 판결에서는 이 같은 협정과 합의가 피해를 입은 개인에 대한 배상을 포괄하지 못했기 때문에 협상력과 정치적 권력을 갖지 못하는 개인에 불과한 원고들이 소송 외에 손해를 배상받을 방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재판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결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현재까지 전체 피해자 240명 중 99명(41.3%)에 현금지원 사업이 이뤄졌다며 해당 합의가 외교적 요건을 구비했고 권리구제 성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판부는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등 내용과 절차에서 문제가 있다"면서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재량권 일탈·남용을 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정치적 합의였어도 국가간 합의"라고 언급했다.

이어 "법원이 추상적 기준을 제시하면서 예외를 창설하는건 적절하지 않다"며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는건 국제법 존중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고 새로운 예외의 창설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대법원 판레는 물론 대한민국의 입법부·행정부가 취해온 태도에는 부합하지 않고 국제 사회의 일반적인 흐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이 사건에서 일본 정부에게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것은 이미 양국 사이에 이뤄진 외교적 합의 효력을 존중하고 추가적 외교를 원할하게 하기 위함이지 일방적으로 원고들에게 불의한 결과를 강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재판부는 외교적 합의 등을 통한 대체적 권리수단이 존재하고 국가면제라는 국제관습법이 국내법과 다르다며 부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국가면제 원칙을 적용해 일본 정부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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