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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치료 힘든 뇌전증 환자, 국산 로봇수술 첫 성공

등록 2021.04.22 10: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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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뇌수술 로봇 활용 뇌에 전극 심어 발생 부위 제거

10살 소녀 대상 뇌수술 자동가이드 로봇 '카이메로'로 수술

"뇌신경·혈관 등 위험한 부위 피해 정교하고 안전하게 수술"

[서울=뉴시스]장원석 교수가 국내 최초로 개발된 뇌수술 보조 로봇장비 카이메로를 이용해 환자의 뇌심부에 전극을 삽입하고 있다. 카이메로를 이용한 뇌전증 수술은 약 2~3mm의 작은 구멍으로 전극을 삽입할 수 있어 수술시간도 짧고, 부작용이나 수술 후 통증도 줄일 수 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2021.04.22

[서울=뉴시스]장원석 교수가 국내 최초로 개발된 뇌수술 보조 로봇장비 카이메로를 이용해 환자의 뇌심부에 전극을 삽입하고 있다. 카이메로를 이용한 뇌전증 수술은 약 2~3mm의 작은 구멍으로 전극을 삽입할 수 있어 수술시간도 짧고, 부작용이나 수술 후 통증도 줄일 수 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2021.04.22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세브란스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약물치료가 힘든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국산 로봇을 이용한 수술에 성공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원석, 소아신경과 강훈철·김흥동 교수팀은 최근 뇌내 해면상 혈관종 진단을 받은 김모(10)양을 대상으로 뇌수술 로봇을 이용해 뇌에 전극을 심는 수술 후 뇌전증 발생 부위를 찾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장 교수팀은 김양에게 최근 도입된 뇌수술 보조 로봇장비 '카이메로'를 이용해 뇌전증 수술을 시행했다. 카이메로를 이용해 한 시간 반 만에 양측 뇌심부에 전극을 심고, 뇌전증 발생 부위를 정확히 찾아 제거했다. 김양은 수술 후 현재까지 뇌전증 발작증상 없이 회복 중이다.

카이메로는 고영테크놀러지가 뇌수술 보조 로봇수술 장비 개발을 시작한 이후 장 교수팀이 임상연구 개발에 참여해 최근 임상 허가를 받은 국내 첫 뇌수술 보조 로봇장비로 지난해 10월 세브란스병원에 설치됐다.

카이메로는 사전에 촬영한 환자의 컴퓨터 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정보를 센서가 인식한 환자의 실제 수술부위와 결합해 환자의 자세와 수술 도구들의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의료진은 이를 통해 뇌신경이나 혈관과 같은 위험한 부위를 피해 정교하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의 이상 발작으로 반복적인 의식소실과 경련, 인지기능 장애 등을 유발한다. 전체 인구의 약 1% 정도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36만 명 정도가 뇌전증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뇌전증 환자 중 약물로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는 약 25%로, 약물치료로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 수술을 해야 한다.

김양 역시 급작스러운 발작증상을 일으킨 후 뇌내 해면상 혈관종 진단을 받고 혈관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발작증상은 하루 3~4회로 더 심해져 학교생활이 어려워졌고, 약물치료 부작용으로 하루 종일 멍한 상태로 지내는 지내기 일쑤여서 뇌전증 발생 부위를 절제하는 수밖에 없었다.

뇌전증 수술은 뇌전증 발생 부위를 정확하게 절제하기 위해 두개골을 절개해 뇌에 전극을 삽입하고 뇌전증 발생 부위를 찾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전극을 삽입하는 데만 4~5시간 정도 걸리는 데다 두개골을 열고 판 모양의 전극을 뇌에 붙이는 방식이라 수술로 인한 뇌출혈이나 마비, 언어 장애 등의 부작용 위험도 높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뇌수술용 로봇을 이용해 두개골에 약 2~3mm 정도의 작은 구멍들을 뚫어 바늘 모양의 전극을 삽입하는 입체뇌파전극삽입술이 최근 확대되고 있다. 뇌전증 수술 시 병변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반면 기존 두개강 내 전극 삽입술보다 전극 삽입에 따른 출혈, 감염 등의 부작용과 수술 후 통증은 훨씬 적다. 수술시간도 한 시간 반 정도로 짧다.

장 교수는 “뇌전증 환자들은 사회적 편견과 발작의 두려움으로 인해 사회활동에 큰 제약을 받는다”며 “이번 수술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로봇 기술이 접목된,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새로운 뇌전증 수술법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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