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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의 역설①]반반택시가 이끈 택시 합승 허용, 카카오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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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4-25 05:00:00  |  수정 2021-05-10 09:07:06
부총리, "상반기 중 택시 합승 허용" 발표
반반택시 실증 특례 결과 실보다 득이 커
법 바꾼 것 전적으로 '반반택시 공'이지만
혜택 없이 시장만 개방…카카오와 싸워야
"스타트업이 푼 규제, 득은 대기업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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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1.03.31. kmx1105@newsis.com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불합리한 법·제도 손질에 한창이다. 적절한 규제 완화는 새 시장을 창출하고, 경제에 활력을 줘 있어 긍정적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스타트업(신생 창업기업)을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대기업과의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를 내고 실증 사업을 통해 창출한 새 시장을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에 빼앗길 위기에 놓인 셈이다. 뉴시스는 '규제 완화의 역설' 기획 기사를 통해 규제 완화에 나서 새 시장을 창출했지만,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에 시장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스타트업을 살펴보고, 현행 제도의 허점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보려고 한다. [편집자 주]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택시 업계와 온라인 플랫폼이 상생할 수 있도록 올해 상반기 중 합승 서비스를 허용하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난달 31일 제3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 중 일부다. 정부는 "국민의 심야 시간대 택시 탑승이 용이해지고, 교통비가 절감되는 등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택시발전법(택시 운송 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을 통해 택시 합승을 금지해왔다. '택시 운수 종사자는 여객을 합승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제16조 제1항 제3호)는 조항이다. 택시 합승 과정에서 이용자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기사가 "요금을 더 내라"는 부당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마음을 바꾼 것은 택시 합승 허용에 따른 부작용이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합승에 초점을 맞춘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 '반반택시'(운영사 코나투스)를 통해서다. 정부는 "반반택시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 사업 결과가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해 택시발전법을 고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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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 센터에서 택시 합승 플랫폼 '반반택시'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코나투스 제공) 2020.08.12

규제 샌드박스는 기존 법·제도상 규제를 '임시 허가' 등 형태로 면제해 기업이 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코나투스는 "택시 공급이 부족한 시간대(오후 10시~오전 10시)에 합승을 통해 '심야 택시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 ICT(정보통신기술)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됐다. 2019년 7월 2년 한도의 사업권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반반택시가 1년9개월가량 큰 사고 없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코나투스가 마련한 각종 안전장치 덕분이다. 회원 가입 과정에서 스마트폰·신용카드 본인 인증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고, 합승은 같은 성별만 할 수 있도록 했다. 합승한 승객 중 한 사람은 앞 좌석에, 다른 한 사람은 뒤에 앉도록 '좌석 지정제'도 마련했다.

합승 매칭 과정에서 택시 기사는 개입하지 못하게 했고, 2명의 승객은 각자의 목적지에 도착한 뒤 플랫폼에 등록한 카드로 사전에 합의한 금액만큼의 요금을 자동으로 분할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오후 9시~오전 5시까지 콜센터를 집중적으로 운영해 각종 민원에 대응했고, 승객 보호를 위해 책임 보험에도 가입했다.

근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이용자 중 이동 거리가 70% 이상 중복되는 사람을 묶어 합승 매칭하고, 택시비는 중복 구간·추가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해 분배했다. 승객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는 것이 코나투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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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카카오 모빌리티가 운행하는 택시. (사진=뉴시스 DB)

코나투스는 자체 사업을 통해 '택시 합승을 허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몸소 입증한 것이다. 정부가 택시발전법을 개정해 택시 합승을 허용하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아무 제약 없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수 있는 셈이지만,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강력한 경쟁자 카카오 때문이다.

택시 합승이 허용되면 카카오도 자사 앱 '카카오 T'를 통해 반반택시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 시장이 열리면 코나투스는 맨몸으로 카카오와 싸워야 한다.

김기동 대표는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규제는 소규모 스타트업(코나투스)이 풀고, 그 혜택은 대기업(카카오)이 누리는 셈"이라면서 "아무 보호 장치 없이 이대로 법이 바뀌어버리면 대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1등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 T가 합승 서비스를 시작하면 누가 반반택시를 이용하겠느냐는 얘기다.

실제로 카카오는 택시 산업을 관련 자회사(카카오 모빌리티) 수익성 개선의 열쇠 중 하나로 삼고, 몸집을 맹렬히 불려나가고 있다. 2019년 가입자 수 2200만 명을 확보했고, 2020년에는 1만6000대(가맹 포함)의 택시를 모아 전국 최대 규모가 됐다. 미래에셋증권은 "8조5000억원 규모의 택시 시장 승자는 카카오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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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법 개정을 이끌어냈다고 해서 코나투스에 인센티브를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담당자는 "서비스 요금을 저렴하게 설계하는 등 경쟁 우위를 만드는 것은 코나투스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개정 택시발전법 시행 규칙을 만들 때 코나투스가 고안한 '성별 제한' '지정 좌석제' 등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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