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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공수처, 선택적 침묵…'깜깜이 수사' 우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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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4-28 18: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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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김지훈 기자 =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그는 전날처럼 짙게 선팅된 1호 관용차를 타고 보안용 펜스를 통과했다. 취재진 '드라이브 패싱' 정도로 설명될 것 같다.

이런 일은 지난 19일부터 반복되고 있다. 그날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최후의 만찬' 속 무학에 가까운 갈릴리의 어부 13명이 세상을 바꿨는데 공수처 검사도 13명이다"라는 말을 끝으로 출근길 취재진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최후의 만찬'이 최후의 발언이 된 것이다.
 
공수처는 이달 중순 수사 검사를 임용하고 수사 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에 처장이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는 것은 보안상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공수처가 과거 수사기관이 관행적으로 했던 피의사실공표 행위와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기에 이같은 모습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검찰에서 조사받을 당시 '논두렁에 뇌물로 받은 시계를 버렸다'는 내용이 흘러나온 것과 같은 망신주기 목적의 피의사실공표 행위가 더는 일어나선 안 된다는 데도 의견이 다르지 않다.

다만 우려되는 대목은 공수처가 1호 수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피의사실공표 최소화를 표방하며 원칙 없는 선택적 공보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면담'이 대표적 사례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위법 출국금지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피의자다.

이 사건은 지난달 초 검찰에서 공수처로 넘어갔었는데 이때 공수처장이 이 지검장 면담에 1호 차량을 제공해 청사 출입 기록이 남지 않게 하고, 조서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 지검장 면담 사실을 숨겼던 공수처는 선제적으로 알리는 것 자체가 피의사실공표가 될 수 있다며 행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당시 수사 검사도 없는 상황에서 처장과 차장이 현직 검사장을 조사하고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비판적 여론에 직면할 것을 우려해 숨겼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피의사실공표 최소화라는 '방패'로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인데, 과거 검찰 종사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논두렁 시계'처럼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내용으로 여론전을 벌여 지탄을 받았던 것과 다를바 없어 보인다.

이 뿐이 아니다. 이 지검장 '황제 면담' 해명 과정에서 2호 차량은 뒷좌석에 문이 열리지 않아 부득이하게 1호 차량을 제공한 거라고 해명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도자료 허위 작성 등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데 급급하다 사태만 더 악화시켰다.

공수처는 공보준칙을 만들고 있는데 '논두렁 시계'와 같은 사태가 재현되어선 안 된다는 공감대 속에 피의사실공표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고는 하나 공소 사실을 알리는 정도가 될 거라는 전언이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고위공직자'다. 수사 대상이 말 그대로 '공인'이기에 국민들은 더욱 엄격한 잣대로 공수처를 지켜볼 거다. '황제 면담' 같은 일이 또 벌어지면 국민들은 '봐주기 수사', '깜깜이 수사'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공수처가 아무리 성역 없이 수사했다고 해도 결과에 의혹이 남게 된다면 국민들은 공수처의 존재 이유부터 다시 묻지 않겠는가.


◎공감언론 뉴시스 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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