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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산불진화 최전선의 영웅…"나는 산림청 헬기 조종사"

등록 2021.05.03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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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조종사 이경수 기장

28년 군생활루 공군대령 전역 후 8년 경력

"200시간 비행중 100시간이 3~4월에 몰려"

"주말도 대기…결혼 기념일도 챙기지 못해"

"급상승과 급하강 반복하게 돼…위험 업무"

"산림청·조종사 소통 활발해지는 것이 바람"

[서울=뉴시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조종사 이경수(52) 기장. (사진=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조종사 이경수(52) 기장. (사진=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부쩍 따스해진 봄볕에 춘곤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계절, 한편엔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산불 진화의 최전선을 지키는 헬기 조종사가 그들이다.

뉴시스는 최근 이경수(52)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조종사를 통해 그들의 희노애락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화염이 솟구치는 하늘을 8년째 누벼왔다.

문. 어쩌다 산불 진화 조종사가 됐나.
답. "군생활을 28년 했다. 공군 대령 전역 후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만 내가 잘하는 것을 하려고 왔다. 군에서 쓰던 카모프 기종을 산림청에서도 주력으로 이용하니까 바로 전력화가 가능했다."

군에 있을 때보다 힘든 일도 많고 보수도 적지만 사람으로서 받는 스트레스는 적다는 게 이 조종사의 설명이다. 수십년 비행을 했지만 여전히 재미를 느끼는 점도 조종석에 남게 된 이유였다.

문. 최근까지 바빴던 걸로 안다.
답. "원래 3월에서 4월까지 산림청에선 제일 피크다. 1년에 비행을 200시간 한다고 하면 100시간은 3~4월에 한다. 그러다보니 산불 근무하는 사람들은 봄꽃은 구경도 못한다."

조종사들은 주말에도 항시 대기 상태다. 주말엔 산행객들이 늘어나는만큼 산불도 더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하던 지난달 24일도 이 조종사는 원주에 위치한 산림항공본부에서 대기 중이었다.

4월 말 정도가 되면 큰 불은 잘 안난다고 한다. 풀들이 많이 자랄수록 불이 덜 번지기 때문이다. 또 다행히도 올해는 봄비가 잦아 예년만큼 큰 불은 없다고 한다.

문. 일과가 어떻게 되나.
답. "불이 있는 날엔 일출과 동시에 나온다. 오전 5시에 출근해서 오전 6시에는 이륙해야 한다. 아침에 바람이 적고 습기가 있어 진화하기가 좋다. 한번 비행에 나가면 2시간~2시간30분은 난다. 그렇게 하루에 총 4번을 뜬다."

항공안전법상 8시간 이상 비행은 금지돼있다. 그러나 산불 진화 조종사는 예외가 되곤 한다. 산림청 규정에 따르면 산불은 '재난'으로 취급돼 이 조종사는 그동안 하루 비행시간이 8시간을 훌쩍 넘어갈 때가 많았다고 한다. 최근에서야 예비조종사가 투입되는 등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문. 바쁘다보니 가족도 잘 못 볼 것 같은데.
답. "평소엔 일주일에 한번씩 집에 간다면 산불 기간엔 한달에 한 두번 간다. 지난달 22일이 결혼기념일이어서 집에 가 점수 좀 따려고 했는데 못 갔다."

이 조종사는 현재 안양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원주에 마련된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휑한 도시에서 찾은 하나의 낙이 테니스였다. 이 조종사는 일과 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테니스 동호회에 나가 운동을 즐긴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산불진화헬기가 물을 뿌리는 모습. (사진 = 산림항공본부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산불진화헬기가 물을 뿌리는 모습. (사진 = 산림항공본부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문. 비행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답. "비행은 기본적으로 위험한데 그 중에서도 산불진화 임무는 안전의 범위를 벗어나있다. 산을 돌아다니다보면 급상승과 급강하를 반복하는데 그게 위험하다. 바람요소까지 있으면 위험이 가중된다."

지난달 21일엔 대청호에서 산불진화 헬기가 추락해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헬기는 담수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문. 대청호 사고 소식을 들었나.
답. "비행 나가기 전 그런 소식을 들었다. 그 헬기가 왜 추락했는지는 모르지만 담수 자체가 위험하다. 특히 새벽에 물을 뜨러가면 바람이 없을 때가 많다. 그때 저수지가 유리같이 잔잔하고 고요한데 그럼 (헬기의) 고도 판단이 잘 안된다. 나도 몇번 위험했었다."

안전을 위해선 고도를 표시하는 계기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다. 인간의 느낌은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인데, 순간의 오판이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로가 누적되면 판단력이 흐려지기에 과로도 줄여야 한다고 이 조종사는 이야기한다.

문.불 끌 때 무슨 생각을 하나.
답. "그 땐 그냥 불을 꺼야한다는 생각뿐이다. 나중에 일이 끝나면 내가 좀 기여했다는 생각도 하지만,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안 좋은 상황이 되면 나뿐만 아니라 국가 재산과 부조종사, 정비사들도 잘못될 수 있으니 책임 의식도 항상 느낀다."

산불집중기간이 지난 후에도 이 조종사의 업무는 계속된다. 밤나무충, 소나무재선충 등 해충을 막기 위한 농약을 살포하며, 등산로 조성에 필요한 자재를 나르기도 한다.

이 조종사는 산림청과 산불 진화 조종사들 간 활발한 소통을 바란다고 밝혔다.

"산불철엔 조종사들과 소통하고 처우를 개선해주려 하다가도 철이 지나면 관심이 떨어집니다. 그런 점이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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