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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욱 연출 "이스트 허그는 음악과 빛이 있는 신명나는 굿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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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06 14:35:28
'당클매다', 국립극단 야외매당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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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스트 허그 '당클매다'. 2021.05.06.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 1일 서울역 뒤편 국립극단 야외마당.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가운데 굿판이 펼쳐졌다.

우리가 익히 아는 굿의 형태가 아니다. 신을 모시는 큰대(나뭇가지로 만드는 대) 대신에 발광다이오드(LED)가 촘촘히 붙어 있는 큰 기둥, 무당 대신에 다원 아티스트 그룹 '이스트 허그(EASThug)'의 고동욱·심준보·김상완이 그 기둥을 마주했다.

이들이 각각 연출·디제잉·브이제잉을 맡아 선보인 공연 '당클매다'다.

 무당의 구음(口音)과 우리 전통악기 소리가 아닌, 노트북과 각종 장비로 '찍어낸' 비트가 넘쳐났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변화무쌍하고 전통적인 장단은 소규모 EDM 페스티벌을 연상케 했다.

모든 소리는 관객이 각각 착용한 블루투스 헤드폰을 통해서만 흘러나왔다. 검은색 헤드폰의 겉면이 파란 불빛으로 반짝거렸다. 기둥에는 신이 내려오는 대신, 색색의 불빛이 번쩍거렸다.

최근 국립극단에서 만난 고동욱 연출은 "누군가는 저희의 굿을 보고 엉터리라 이야기할지도 모른다"면서 "하지만 비트를 듣고 어깨를 들썩이거나, 반짝거리는 빛을 보며 아름답다 느낄 수 있다면 이곳이 굿판"이라고 말했다.

"짧은 순간이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음악과 빛이 있는 비현실의 세계 속에서 '신명나는 굿 한 판을 보고 왔구나'라고 느끼신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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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스트 허그 '당클매다'. 2021.05.06.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빛을 사용해야 하는 공연을 야외에서 진행하다 보니, 해가 떨어져야 가능했다. 도심 속이라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헤드폰 아이디어를 냈다. 객석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음에도, 코로나19 시대에 자연스레 거리를 두는 효과도 나왔다. 

공연제목의 '당클'은 제주에서 굿을 할 때 집 안의 중심에 신을 모시기 위해 마련된 '신의 자리'를 가리킨다. 굿을 하게 되면 벽에 제상(祭床)을 달아매는데, 이를 당클이라 한다.

이스트 허그는 작년 1월에 선보인 공연 '굿, 트랜스 그리고 신명'에서도 전통 굿의 음악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연주자의 뇌파를 미디어 아트로 표현했다. 하지만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공연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지 못하고, 기술적으로 매몰됐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당클매다'에선 기술적인 테크닉보다 힐링에 중점을 뒀죠."(고동욱)

이스트 허그의 굿에 대한 관심은 심준보로부터 출발했다. 그는 EDM 페스티벌에서 테크노에 열광하는 대중의 감정에서 종교적인 샤머니즘을 봤다. "엄청나게 원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에 황해도 굿을 테크노와 결한 적이 있는데 잘 어울렸거든요. 제주 굿은 더 원시적이에요. 놋그릇을 엎어놓은 악기인 '설쇄'가 대표적인 예죠."

인터렉티브디자인 영상을 담당한 김상완은 "원초적인 음악에 주술적인 기운을 불어넣고자 흐름에 맞게 0.1초 단위로 작업을 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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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스트허그 심준보·고동욱·김상완. 2021.05.06.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이스트 허그는 고동욱을 중심으로 그래픽디자이너, 사운드디자이너, DJ, VJ, 금속디자이너, 건축가, 일러스트작가 등 6명이 뭉쳐 있다. 그룹 이름은 '동'(東·East)을 비롯 일부 멤버들의 이름을 따와 조합했다.

2012년부터 구상된 팀이지만, 2018년 연극 창작집단LAS의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고동욱은 창작집단LAS 단원이기도 하다. 디자인 스튜디오 형태로 출발한 이스트 허그는 어떻게 회사의 꼴을 갖춰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당클매다'는 국립극단이 새로운 공연을 선보이는 프로젝트 '셋업 202'의 하나다. 오는 8~9일에도 선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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