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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똑똑해진 소비자…'10원' 경쟁에 속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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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07 14: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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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유통업계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최저가 경쟁'에 돌입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자가 내세울 수 있는 필승카드를 모두 꺼내들며 치열한 생존경쟁이 시작된 모양새다.

이 경쟁은 쿠팡에서 시작됐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 회원에게 제공하는 로켓배송을 일반 회원에게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쿠팡보다 비싸면 보상하겠다는 '최저가 보상제'를 내놨다. 그동안 한 발 물러나있던 마켓컬리도 신선식품 위주로 최저가로 제공하겠다며 맞붙었다. 편의점도 합류했다. 라면, 채소류 등 소비자가 많이 찾는 품목에서 대형마트와 경쟁을 시작했다.

유통가의 전방위적인 최저가 경쟁은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에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출혈경쟁을 했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납품업체 쥐어짜기, 마케팅 비용 증가 등 유통 구조만 왜곡시켰다는 평가를 남기며 승자없이 막을 내렸다.

최근 시작된 최저가 경쟁이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유통 대기업의 '제살 깎아먹기'였다면 지금은 한 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대응 차원 성격이 강하다.

최저가 경쟁을 시작한 유통업계를 살펴보면 '이 모든 것은 쿠팡 때문'이라는 속내가 읽힌다. 쿠팡은 로켓배송 무료 행사를 시작하면서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쿠팡이 로켓배송을 완전 무료화해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하려한다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쿠팡이 쏘아올린 작은 공에 경쟁사들이 자극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저가는 유통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답안이다. 오전 가격과 오후 가격을 다르게 내놓으며 치열한 전쟁을 벌인 경험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고객에게 최저가가 주는 유인도 크다. 

하지만 유통업계의 최저가 경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혁신적인 서비스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단적으로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해 수십조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로켓배송에 있었다. 마켓컬리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올린 비결은 신선식품의 품질과 새벽배송에 있었다.

소비자의 변화도 곳곳에서 보인다. 가격은 비싸도 품질이 좋은 상품에 만족감을 느낀다. 무라벨 생수의 판매가 급증하는 등 친환경 소비도 새로운 트렌드다. 친환경 포장재 사용에도 관심이 크다. 소비자가 가격에만 관심을 둔다면 이 같은 현상은 나타나기 어렵다.

유통업계도 소비자의 변화에 발맞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홈플러스는 최저가 경쟁에 불참하면서 10원 전쟁이 아닌 소비자의 가치소비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새벽배송 서비스도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조만간 전국 단위 새벽배송 전쟁이 본격화될 공산이 크다. 상품 구색을 늘리기 위해 판매자 우대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정률 수수료 정책을 도입하고 정산도 빠르게 제공한다. 

소비자가 10원 차이에 유통 채널을 바꾼다고 보는 것은 이제 구시대적인 사고가 됐다. 가격은 상품을 선택하는 수많은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유통업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유통도 결국 서비스 산업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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