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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근무 안했지만 업무 스트레스 사망…법원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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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10 06:00:00
생소한 업무맡으며 피로·스트레스 누적
결국 산행하던 중에 심근경색으로 사망
고용노동부 고시 근로시간 초과는 안해
법원 "업무부담·스트레스 심근경색 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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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근로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가 정한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업무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한 것이 명백하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96년 2월부터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우리나라의 주력 전차인 K2 흑표 등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했다. 연구개발 업무를 약 22년4개월 동안 수행한 A씨는 2018년 6월 다른 팀의 팀장으로 보임돼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당시 A씨가 옮긴 팀은 연구본부의 예산·인사·보안·기술기획·연구계획 등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였다. A씨는 보임 이후 일상 업무 외에도 조직재구조화 업무와 기술료 배분 업무도 수행했다.

그러던 중 A씨는 2019년 4월13일 산길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틀 뒤 오전 9시35분께 숨을 거뒀다. A씨의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 및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A씨는 사망하기 전날까지도 조직재구조화 마무리를 위해 인사명령 발령 작업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심근경색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41시간22분 근무했고 매주 1~2회씩 2~3시간 야근을 수행했다.

사망 무렵 A씨는 고혈압 등의 의학 소견은 있었으나 심장과 관련해 진료를 받은 내역은 없었다. 사망 후에도 기존 건강검진에서 사망 원인이 되는 기왕증이 확인되지 않고 급성 심근경색 관련 다른 위험인자도 없다는 의학적 소견이 나왔다.

A씨의 배우자는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를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지급 처분을 했다.

이에 불복한 A씨 배우자는 A씨가 팀장으로 보임돼 생소한 업무를 하게 됐고 발병 하루 전까지 과다한 업무를 수행했다며 A씨의 심근경색은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에서 비롯돼 업무상 재해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업무상 사유로 인해 사망한 것이 맞다고 판단해 A씨 배우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의 급성 심근경색 발병 12주간 등의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1주 평균 60시간)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는 한다"면서도 "위 고시는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또 "A씨의 각 업무시간이 위 고시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A씨의 급성 심근경색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는 약 22년 4개월 동안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다가 사망 10개월 전부터 예산·인사 등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며 "이는 A씨에게 생소한 각종 행정업무 전반을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업무량이나 범위 또한 방대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는 생소하고 방대한 업무 처리 외에도 여러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조직재구조화, 기술료 분배 업무를 수행하며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 데다가 건강 사정이 더해져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됐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이 A씨의 산행 시에 약간의 신체적 부담만으로도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하도록 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줬다"면서 "A씨는 업무상 사유로 인해 사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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