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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면론… 文 "국민들 의견 들어 판단"(종합2보)

등록 2021.05.11 00:00:00수정 2021.05.17 09: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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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10일 특별연설서 이재용 사면 입장 밝혀

반도체 경쟁력 언급하며 사면 가능성 열어둬

재계 "정치학적 요소로 당장 실현 어려울 것" 관측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논단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01.18.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논단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01.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요구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했다. 달라진 문 대통령의 태도에 재계는 실현 여부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여러 정치학적인 요소로 인해 당장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국정 운영 방향과 주요 현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재계의 관심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요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정확한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부회장에 대한 사면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 경제계 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그런 사면을 탄원하는 의견들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더 높여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며 "충분히 국민들 많은 의견을 들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청와대가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과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당시 청와대는 경제계에서 쏟아지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요구에 대해 "현재까지 검토된 바 없다"며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계는 특히 문 대통령이 반도체 경쟁력을 언급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 역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삼성전자의 어려움을 십분 이해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날로 악화되고 있는 지지율 또한 사면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이 꼭 집어 국민적 공감대를 언급한 이유가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게 재계 안팎의 판단이다.

현재 국민들의 이재용 부회장 사면 찬성율은 약 70% 정도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달 26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해 찬반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71.2%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24~25일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에게 조사한 결과 또한 '사면해야 된다'는 응답이 69.4%, '사면하면 안된다' 23.2%로 나타났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4월 19~20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사면에 대한 찬성 의견이 70%(매우 찬성 51.8%, 찬성하는 편 18.2%)로 반대 의견(26.0%·매우 반대 16.9%, 반대하는 편 9.0%)보다 약 3배 가량 많았다. 이들 조사에서 국민 10명 가운데 7명 가량이 대체적으로 사면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말한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알기 어려워 이 기준으로 사면 여부를 판단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단체를 시작으로 비롯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요구는 종교계를 넘어 최근 정치계까지 크게 번지고 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반도체 전쟁에 우리나라가 뒤지지 않기 위해 이 부회장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미정상회담에 참여할 기업인 대표단에 그를 포함시켜 한국 정부의 친(親)기업 분위기와 경제활력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이재용씨(의 사면에 대해서)는 미래 먹거리, 반도체 문제, 글로벌 밸류체인 내에서 경쟁력 있는 삼성그룹에 대한 어떤 형태로든지 무언가 배려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걸 알고 있다"며 "그분들이 갖고 있는 상황, 인식 등 그런 문제를 잘 정리해서 대통령께 전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가 매우 불안하고 반도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국민들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가 좀 적극적인 고민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이번 회견을 통해 문 대통령 또한 반도체 위기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서인지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X에서 △정도로 입장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사면은 경제계의 문제를 떠나 내년 대선 등 여러 정치학적 요소 또한 살펴봐야 한다"며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고려해야 한단 측면에서 당장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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