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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서세옥 화백도 이건희처럼...3290점 성북구에 기증

등록 2021.05.12 19: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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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그림 2300점+컬렉션 990점 포함

성북구립미술관에서 관리"11월 추모전"

성북구청 "서세옥 미술관 건립 추진"

[서울=뉴시스] 산정 서세옥, 춤추는 사람들, 1989, 닥종이에 수묵, 163.5x259cm. 사진=성북구립미술관 제공. 2021.5.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산정 서세옥, 춤추는 사람들, 1989, 닥종이에 수묵, 163.5x259cm. 사진=성북구립미술관 제공. 2021.5.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화가는 그림을 남긴다.

한국 수묵추상 거장이었던 고(故) 서세옥(1929~2020)작가가 평생 그린 작품 2300점과 수집한 작품 990여 점이 기증됐다.

12일 성북구립미술관은 성북구청에서 서세옥 작가의 유족과 작품 및 컬렉션 기증을 위한 협약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서 화백의 미망인 정민자 씨, 장남인 설치미술가 서도호 씨, 차남인 건축가 서을호 씨 등 유족들은 고인의 유작과 평생을 두고 수집한 소장품 3290점을 성북구에 기증했다. 기증 작품은 성북구립미술관이 관리한다.

김보라 성북구립미술관장은 “이번 기증은 서세옥 작품 세계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포괄적인 기증의 전무후무한 사례”라고 감탄했다.
 
특히 “고인이 수집한 작품들은 작가의 작품 세계와의 영향관계를 비롯해 한국미술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기에 의미 있다”며 “서세옥 작가 1주기인 오는 11월 개최할 추모전에서 기증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증작품은 초기작부터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생’(1972), ‘행인’(1978)을 비롯해 1980년대부터 이어진 먹선으로 어깨 걸치고 춤추는 군상을 은유한 대표작 ‘춤추는 사람들’(1989)까지 주요 작품 450점이 포함됐다. 또 드로잉, 전각, 시고 등 작가의 모든 작업 세계를 망라한 2300여점의 대규모 기증이다.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소정 변관식, 소전 손재형, 근원 김용준 등 한국미술의 맥을 잇는 작품들이 포함된 990여 점의 ‘서세옥 컬렉션’도 기증했다.

이번 무상 기증으로 유족과 성북구청은 협약을 통해 서세옥 작가의 가치를 기리기 위한 미술관 건립도 추진한다.성북구는 이미 지역의 자산을 활용한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을 지난해 개관하여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성북구에 작품 기증은 서세옥 작가의 성북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덕분이다.

서세옥은 60년 이상 성북동에 살면서 2009년 개관한 자치구 최초의 등록미술관인 성북구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했고 명예관장을 맡은 바 있다.서세옥 작가를 중심으로 1978년에 시작된 ‘성북장학회’는 성북의 미술인들이 작품을 판매한 기금을 지역 장학금으로 조성한 모임으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승로 구청장은 “이번 협약체결은 성북구와 故 서세옥 작가 유족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며 향후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여 성북구의 중요한 미술문화 성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산정 서세옥, 행인, 1978, 한지에 수묵, 81.4x74.8cm. 사진=성북구립미술관 제공. 2021.5.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산정 서세옥, 행인, 1978, 한지에 수묵, 81.4x74.8cm. 사진=성북구립미술관 제공. 2021.5.12. [email protected]

2019년 11월29일 향년 91세로 별세한 고(故) 서세옥 작가는 1929년 대구 출생으로 1946년 서울대 미술학부 1회생으로 입학했다. 4학년이던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꽃장수’로 국무총리상을 받으며 화단에 등단했다. 1960년대에 전위적 예술가그룹인 묵림회(墨林會)를 결성, 동양화 혁신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고인은 한시를 자유자재로 짓고 또 쓸 수있는 마지막 동양화가 세대였다. 전통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수묵추상이라는 자신만의 독창적 화풍을 개척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수묵의 선, 점만으로 서로의 손을 잡는 등 사람들의 다양한 형상을 그린 ‘사람들’ 시리즈 등을 선보였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 ‘손에 손잡고’ 하나 된 사람들의 화합과 희열의 몸짓을 보여주는 '수묵 군상'을 남겨 고인의 상징적인 그림이 됐다.

서울대 교수와 미술대학장을 지내며 수많은 후학들을 양성했다. 전국미술대학장협의회 회장과 한·중미술협회 초대 회장,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국민훈장 석류장, 일민예술상,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예술문화상 대상,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대한민국예술원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사후 2020년 문화훈장중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전수받았다.

한편 서세옥의 작품 기증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에 맞춰 대표작 100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고향인 대구미술관에도 최근 유족이 90점을 기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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