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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대출 풀어야 하는데…인플레 변수에 금융당국도 근심

등록 2021.05.1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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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뛰면서 전세와 월세 상승률이 각각 1.6%, 0.7% 오른 4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업체에 매물 전단이 게시돼 있다. 월세는 2014년 10월(0.7%)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2021.05.04.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뛰면서 전세와 월세 상승률이 각각 1.6%, 0.7% 오른 4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업체에 매물 전단이 게시돼 있다. 월세는 2014년 10월(0.7%)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2021.05.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아직은 물가 상승이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상승과 기저효과 등의 영향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펜트업소비(보복소비)'까지 더해지면 인플레이션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대응으로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상승으로 차주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변동금리를 선택한 가계 비중이 70%에 달하는 데다, 젊은층 등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일 수록 이자 부담의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25조7000억원으로 한 달 전(1009조5000억원)보다 16조1000억원 늘어났다.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던 2000년 11월 13조7000억원 보다도 높은 것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최고치다.

이런 가운데 대출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시장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 3월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개월 연속 상승,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 3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2.88%로 전월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66%에서 2.73%로 0.07%포인트 상승했다.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도 커지고 있다. 한은의 '소비자동향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1%로 이미 2%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최근 급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총량 규제를 재개하는 등 타이트한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금융위는 지난달 상환능력심사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체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특정 차주에만 적용되는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오는 2023년 7월 전면 시행을 목표로 오는 7월부터 3단계에 걸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내년까지 가계부채 증가율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대로 복원한다는 목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2일 '주택 금융과 청년층 주거사다리'를 주제로 열린 금융발전심의회(금발심) 청년분과 '금발심 퓨처스(Futures)' 첫 회의에서 "정부는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국가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개인에게도 마냥 '빚'을 장려할 수만은 없어 가계부채를 일정수준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현재 소득수준이 낮은 청년층, 사회 초년생들에게 의도치 않은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금융당국의 관리 기조에도 정치권에서는 젊은층·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를 연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기존 부동산 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협의 중이다.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현재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 LTV 40%, 조정대상지역에서는 50%가 적용되는데 청년, 서민 등 일정 요건을 갖춘 무주택자들에게는 각 10%포인트씩 우대해주고 있다. 여기에 10%포인트를 더 올려준다는 것이다.

또 이 우대혜택이 적용되는 주택가격 기준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소득 기준은 연 8000만원에서 1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LTV 90% 완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당정 논의가 마무리 되는대로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무래도 실수요자들의 경우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들이 많다 보니 대출규제 완화 정도를 놓고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시스템적 위기까지 올 것이라 생각지는 않지만, 금리상승으로 가계의 상환부담이 늘어나고 소비여력이 축소돼 장기적으로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가계부채가 경제 정책인 동시에 사회 정책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며 "따라서 경제, 사회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규제를 일방적으로 완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실질적인 소득이 있고 안정적 대출상환 능력을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완화해야 한다"며 "일방적인 신용확대 형태가 되면 이 자체가 또 다른 위험을 내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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