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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철, '월급받던 교수작가→전업작가'로...30년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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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14 06:00:00  |  수정 2021-05-24 09:58:01
국제갤러리 부산점서 개인전
'사물의 뒷모습' 7월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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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규철 작가.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2021.5.13.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미술가에게 은퇴는 없다. 작가로 산 지 30년. 이 중 24년은 대학교수로 살다, 정년 퇴직하고 다시 작가가 됐다.

"전업작가 본래로 돌아왔죠."

조각가 안규철(66)이 30년전의 초심으로 돌아갔다.

90년대 후반, 한 화랑에서 전시했을 때 화랑 주인은 "안 선생은 10년쯤 고생해야 될 것 같아"라고 했다. 작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1997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가 되면서 "그 고생은 하지 않은 셈"이 됐다.
 
"월급 받는 '교수 작가'로 하고 싶은 작업하면서 살아왔다"는 그는 "작년 이후 학교로부터 탈출하면서 자유로워진 시간이 새삼스럽다"고 했다.

오랜 교직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작가로서 다시 시작을 알리는 전시가 부산에서 열렸다.
 
13일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연 개인전은 부산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자 회고전으로 마련됐다.

'사물의 뒷모습'을 제목으로 지난 30 여 년의 작가적 여정을 보여준다.첫 개인전부터 최근까지, 그간의 핵심적인 작품들 중 일부 소실된 작품을 복원하거나 보완, 발전시킨 형태로 재현하여 지난 30 여 년 작업의 변화를 조망한다.

 '사물의 뒷모습'이라는 전시 제목에는 “진실은 사물의 표면보다 보이지 않는 이면에 숨어있다”는 작가의 핵심 사유가 함축적으로 담겨있다.오브제, 회화, 드로잉 작품 등 대표작 40 여 점을 공개했다.

작가의 유학 시절, 1980 년대 말부터 1990 년대 초 관습적인 미술 재료에서 벗어나사람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 사용하는 사물과 언어를 소재로 세상의 모순을 드러냈던 오브제 작품을 한층 완결성있는 모습으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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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제갤러리 부산점 안규철 개인전 '사물의 뒷모습' 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2021.5.13. photo@newsis.com

전시는 '개념 미술'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옷과 구두, 화분에 심은 나무 의자, 시를 써놓은 칠판 등 '도대체 이게 작품인가 싶은 것'들이다.

알고보면 진지하고 무거운 느낌이다.

검은 외투가 강강수월래를 하듯 둥글게 붙어있는 작품 제목은 '단결 권력 자유'. 1992년 ‘단결해야 자유를얻는다’는 의미를 붙인 '세벌의 외투'가 이번엔 아홉 벌로 확장됐다."둥근 고리를 통해 자아와 타인, 우리와 그들,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 그리고 타자의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변화한다"고 소개했다.

구두 세 켤레를 이어 붙인 '2/3 사회'(1991)도 원형을 그리며서로 맞물리는 형태로 변형되면서 모든 것이 상호관계 속에 묶여있는 사회를 은유한다.

지난 2012 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회화 '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도 다시 만날 수 있다. 당시 작가는200 개의 캔버스에 그린 바다 그림을 광주 시내 곳곳에 배치한 후 전시 기간 내내 ‘그림을 찾습니다’라는 공고를냈다. 이 때 작가에게 다시 돌아온 그림은 20 여 점 남짓이었고,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는 작품 대부분이‘실종’된 상태로 전시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관객이 볼 수 없었던, 200 개 캔버스의 원래 작품이 재제작되어 온전한 상태로 전시됐다. 이와 함께 69 개의 역대 대통령 선거 벽보를 선거구호와 형상이 제거된 모노크롬 회화로 변형한 '약속의 색'(2020)도 공개됐다.
 
오브제나 회화 작품보다는 가볍고 재치 있는 소박한 연필 드로잉도 선보여 실제 작품을 만들기 전 작가의 생각과 작업을 대하는 본질적인 태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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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13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안규철 작가가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2021.5.13. photo@newsis.com

작가는 1992 년 첫 전시에서 발표한 자신의 오브제 작업들과 그 가치가 지금도 유효한지, 30 여 년 후인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질문하고 있다.

그가 앞섰던 것일까. 아니면 감각적으로만 발달한 이 시대 탓일까. 죽은 나무를 화분에 심어 만들어낸 나무 의자처럼, 그의 작품은 여전히 당혹감을 전한다.

그는 "감각적인 것만을 추구한다면 예술의 근본 원칙을 놓칠 것 같다"고 했다.

젊은 시절 인생과 예술사이 중간지대에서 흔들린 그는 "예술가가 된다고? 그렇다면 무엇을 하고 있지?" 이러한 의심속에서 깨달은 건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구나"였다.

그 불가능한 일을 30년째 해오고 있는 그는 "이런 세상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고백했다.

"부끄럽고 보잘 것 없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스스로 지는 게임을 자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에게 자기 내면의 온도를 전하는 것, 모르는 사람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 그러기 위해 부도체(不導體)가 아닌 특별한 그릇을 만드는 것 그것이 예술가의 일"이라고 했다.(사물의 뒷모습 책 158p)

팔릴 것 같지 않은 작품들. 판매하는 것이냐고 묻자, 국제갤러리 찰스 김 대표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그럼요. 여긴 상업화랑입니다." 전시는 7월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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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리는 안규철 개인전 '사물의 뒷모습' 전시 장면. 싸리 빗자루가 기계에 달려 좌우로 움직이며 바닥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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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규철, 모자 II,1994 / 2004 / 2021Fedora, showcase, ink drawing on wood31.5 x 36 x 14(h)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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