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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트윈데믹' 위험 여전한데…중고생 독감백신 무료접종 '아웃' 논란

등록 2021.05.14 10: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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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가을 독감 백신 무료접종 대상서 중고생·62~64세 제외

예산 문제·독감환자 감소 이유로 한 해만에 제자리

중고생 접종률은 매년 최하위…집단 감염 기폭제 우려

"한 시즌 환자 줄었다고 특정 연령 제외 부적절"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독감백신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에서 만 62~69세 사이의 어르신들의 무료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2020.10.26. jc4321@newsis.com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독감백신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에서 만 62~69세 사이의 어르신들의 무료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2020.10.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집단 감염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중·고등학생들이 도리어 계절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의 무료 접종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라 논란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의 올해(2021~2022 절기) 독감 백신의 국가예방접종 사업 조달 계획에는 중고생(14~18세)과 62~64세가 제외됐다. 이들은 지난해 처음으로 무료 접종 대상자에 포함됐던 연령층이다.

4월 말 질병관리청과 인플루엔자 백신 제조·수입사의 간담회에서 공개된 ‘2021~2022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조달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무료접종 대상은 ▲어린이(생후6월~13세 이하)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 등 1461만명이다. 무료 연령이 확대되기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중고생과 만 62~64세 총 500여만 명을 무료 접종 대상자로 확대했다. 코로나19와 독감 동시 감염의 트윈데믹으로 인한 건강 악화 우려에 따라서다.

그러나 올해 다시 제외된 것은 예산 이유가 가장 크다. 지난해 추경으로 증액된 881억원은 지난 절기 추가된 인원에 대한 것으로, 올해도 포함시키려면 증액이 필요하다. 500여만 명 접종 시 필요 예산은 약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작년 국회에서 결정한 2021년 예산에는 2020년 접종 대상자와 동일한 규모로 접종대상자가 반영돼 있다”며 “정부는 국회에서 결정된 예산에 따라 집행하므로 올해는 재량이 없고 현재 추경예산 요구를 검토하지 않는다. 연령층 확대의 필요성엔 충분히 공감하므로 내년도 예산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트윈데믹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들 연령을 제외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작년에는 무료 접종 대상 확대로 코로나19와 독감의 트윈데믹에 대한 대비가 잘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독감환자는 크게 줄었다. 2020~2021 절기 외래 환자 1000명당 독감 의사환자는 대부분 1~2명대로, 유행기준(5.8명) 이하를 유지했다. 독감 의사환자는 38℃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과 더불어 기침 또는 인후통을 보이는 사람을 말한다.

마스크 착용 방역수칙 강화로 환자가 줄었다는 이유가 특정 연령대를 무료 접종에서 제외시키는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중고생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전 연령대 중 최하위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중 소아청소년 인플루엔자 접종률 추이를 보면, 2019년 15~18세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24.6%에 그쳤다. 소아청소년 전 연령대(1~18세) 평균 64.4%에 턱없이 못 미친다. 반면 작년에 무료 접종이 가능해진 후 만13~18세의 접종률은 57.2%(12월5일까지 기준)까지 뛰었다.

게다가 학교 집단감염은 통상 감염병 전파의 트리거(기폭제)가 될 위험 또한 있다.

일부 해외 전문가는 지난해 잠잠했던 독감이 올해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보건대학 미생물학과 앤드류 패카쉬 교수는 최근 미국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독감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해의 다음 해에는 독감이 크게 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감이 잠잠했던 만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형성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조사된 올해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적 다양성이 적다는 점도 지목했다. 백신을 만들려면 올해 유행할 바이러스 아형들을 예측해야 하는데, 올해는 다양한 아형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유행할 아형의 종류가 적은 것이라면 백신이 잘 맞을 확률이 높아져 더 효과적이지만 충분한 샘플링이 안 이뤄진 것이라면 적절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가의 정책은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며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지며 한 시즌 동안 독감 환자가 줄었다는 것이 특정 연령대의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제외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고, 이런 논리라면 무료접종 대상군이 굳이 필요한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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