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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문식·연출가 남인우 "나이 든 배우가 10대 연기...그 꿈 이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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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19 06:00:00  |  수정 2021-05-19 09:40:58
연극 '소년이 그랬다' 21일 개막
이문식, 5년만에 연극 무대
소년↔형사 1인2역..."배우로서 욕심"
남인우 연출 "2011년 초연 그대로 살려"
"한국사회 어디까지 왔나" 질문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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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소년이 그랬다'의 배우 이문식과 남수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1.05.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배우로서 욕심이 났어요. 이 시기에 해봄 직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죠."(이문식)

"나이 든 배우가 10대를 연기하는 걸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 꿈을 이뤘어요. 10년 만에 드디어 완성된 거죠."(남인우 연출가)

배우 이문식이 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연극 '소년이 그랬다'에서 1인2역을 소화한다. 2011년 초연을 맡았던 연출가 남인우가 이번에도 연출한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개소 10주년을 맞아 다시 선보이는 '소년이 그랬다'는 호주에서 일어난 실화를 극화시킨 작품으로, 원작 '더 스톤즈(The Stones)'를 한국 현실에 맞게 재창작해 초연 당시 호평을 받았다.

장난을 하면서 육교 위를 올라간 중학생 '민재'와 '상식'이 장난삼아 던진 돌에 자동차 운전자가 숨지게 되고, 두 소년과 두 형사가 만나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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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우 이문식이 연극 '소년이 그랬다'에서 1인2역을 연기한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1.05.18. photo@newsis.com
1인2역 이문식은 20세가 넘는 나이 차를 넘나들며 소년과 형사를 오간다. 15살 중학생 '상식'은 42살 형사 '정도'가 되고, 13살 중학생 '민재'는 29살 형사 '광해'가 되기도 한다.

"무대는 NG가 없기 때문에 긴장된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이문식은 "대본을 보니까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고 했다. "주제도 그렇고 한번 해봄 직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죠. 제 애들이 중3, 고3인데 비슷한 나이이고 의미 있는 작품을 해봐야지 않나 생각했어요."

50대인 이문식은 40대 형사보다 10대 소년의 역할이 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공사장 같은 구조물로 이뤄진 무대를 10대 소년처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그는 "미리 알았으면 도전을 안 했다. 대본에는 뛴다고 안 나와 있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소년에서 형사로 변신하는 건 '리듬의 차이'라고 했다.

"(옷) 지퍼 하나를 올리고 내리면, 아이가 됐다가 어른이 되죠. 사실 완벽할 순 없고 허구의 인물에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느냐인데, 처음엔 10대 애들처럼 말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연출님이 '10대를 흉내 내려고 하면 오판이다. 10대 감성을 말해야지, 10대 목소리를 낸다고 똑같아질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생각을 바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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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소년이 그랬다'의 배우 이문식과 남수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1.05.18. photo@newsis.com

남인우 연출가는 이문식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처음에는 10대가 가능하겠냐고 엄살을 피더니, (오디션에서) 순식간에 바뀌는더라고요.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역시 배우라고 감탄했죠"

남 연출가는 "초연 때부터 1인2역으로 구상했고 나이 든 배우가 10대를 연기하는 걸 보고 싶었는데, 그때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중년의 배우가 10대처럼 엄청 뛰어다니고 이미 성장한 사람들이 청소년을 표현하는 방식을 보면서 내 청소년은 어땠나, 내가 잊은 건 뭔가, 내가 봐야 하는 청소년은 무엇인가 그런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10년이 지난 만큼 초연 때와 달라진 점은 뭘까.

 남인우 연출가는 "스태프는 동일하지만, 배우가 바뀐 만큼 질감이 바뀌었다"며 "그때는 지금, 바로, 여기가 중요했다. 2011년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하고 연출했고 관객들을 목격하는 사람으로 존재하게끔 했다"고 말했다.

"그때의 청소년들 이야기를 2021년 현재로 바꾸느냐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2011년을 그대로 살리기로 했죠. 이를테면 '햄릿'은 15세기가 배경이지만, 인간의 본성 문제를 다루잖아요. 이 작품도 마찬가지죠. 단순히 청소년 범죄를 다루는 게 아니라 한 사건을 하나의 관점으로만 볼 수 있는가. 그 질문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효하다고 판단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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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인우 연출가.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1.05.18. photo@newsis.com

소년들은 돌을 던졌지만, 연극은 질문을 던진다. 딜레마에 갇힌 질문으로 다소 불편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고 했다.

남인우 연출가는 "10년 전 사건을 끄집어 보면서 한국사회가 어디까지 왔는지, 지금도 여전히 갖고 있는 문제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문식 역시 "의미 있는 작업이다. 생각의 차이를 느끼며 저도 기성세대화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인 이슈에서도 그 이면을 찬찬히 생각하게 된다. 연극이 던지는 질문이 묵직하면서도 불순하다. 극 중 인물들이 질문을 던지며 대립하는데, 당연시되는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꼭 맞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묵직한 주제이지만, 연극적 재미는 빼놓지 않았다. 남인우 연출가는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인 청소년과 취조하는 형사, 연극적인 기호가 관객에게 주는 즐거움이 있다. 저도 배우들을 보며 감탄한다"며 "라이브 연주는 생동감을 준다.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참여해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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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소년이 그랬다'의 배우 이문식과 남수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1.05.18. photo@newsis.com
애드리브의 제왕으로 꼽히는 이문식은 두 달여간의 연습에서도 실력을 펼쳤다.

그는 "11년 전 다른 배우일 때 만든 대본이고, 지금의 배우인 저희가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있겠더라. 연습에서 가감 없이 했고, 애드리브를 하면서 대사가 더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남인우 연출가도 "이문식 배우는 애드리브의 천재"라며 "말과 말 사이를 애드리브로 풀어내면서 배우도 인물에 근접해가고, 저도 배우가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게 된다. 애드리브 80%는 제거했는데, 20%는 살렸다"고 웃었다.

지난 1992년 극단 한양레퍼토리에 들어가며 연극 무대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이문식은 어느새 데뷔 30여년이 되어간다. 그는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운이 좋았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귀가 얇아서 남의 말을 잘 들어요. 항공대를 갔다가 한양대를 가고, 신방과를 가려다가 연극영화과를 갔죠. 졸업 후 연극을 해야지 않겠냐고 해서 극단에 들어갔고 연봉 200~300만원을 받고 생활이 위태위태했죠. 그러다가 영화 '공공의 적', '달마야 놀자'를 찍게 됐어요. 돌아보면 운이 좋았죠. 이제는 삶의 의미를 찾는 도중, '소년이 그랬다'를 만난 것도 의미 있고 감사한 일이죠."

 이문식의 의미있는 도전과 변신으로 주목받는 '소년이 그랬다'는 오는 21일 개막한다.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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