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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닥터 벤데타 "이대론 유령수술 못막아…국가배상소송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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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6-09 19:40:36  |  수정 2021-06-10 10:15:41
의사면허 있으면 유령수술 해도 된다는 인식 만연
단순 사기죄 적용해선 유령수술 공장 막을 수 없어
9월까지 50억~100억원 규모 국가배상소송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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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튜브 채널 '닥터 벤데타' 화면 캡쳐. (사진= 뉴시스DB) 2021.06.09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제가 레지던트(전공의)일 땐 환자의 동의 없이 신체에 칼을 대는 것이 극도로 금기시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의사면허가 있으면 유령수술(대리수술) 해도 되지 않느냐는 인식이 만연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사면허가 아닌 환자의 동의 여부 입니다.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해 유령수술이 왜 죄질이 좋지 않고 정확한 죄명(사기죄·살인죄·중상해죄 등)이 무엇인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김선웅 천안메디성형외과 원장(의료범죄척결 시민단체 '닥터 벤데타' 대표)은 지난 8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통해 "지금처럼 의료진에게 사기죄만 적용해선 유령수술 공장을 막을 수 없다"면서 "유령수술은 살인이다. 반드시 살인죄로 처벌 받아야 한다"며 국가배상소송을 준비 중인 배경을 밝혔다.

유령수술은 환자가 동의하지 않은 의사나 비의료인이 몰래하는 수술을 말한다. 미국 뉴저지주 대법원은 지난 1983년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사람이 환자의 신체에 칼을 대는 등의 행위는 의료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사기·상해·살인미수로 기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상해·살인미수죄가 적용된 전례가 없다. 지난 2014년 서울 강남의 G성형외과에서 쌍꺼풀과 코 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뇌사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에서 해당 병원 유모 원장에게 사기죄만 적용됐을 뿐이다.

김 원장은 "성형수술은 2003,2004년부터 유령수술 공장들이 난립했고 환자들이 많이 죽어 (병원은)인간 도살장이라 불렸다"며 "대법원까지 의견서가 들어가 그나마 일단 사기죄로 (유모 원장에게)1년 징역형이 선고됐지만 사기죄가 말이 되나. 엽기적인 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이 유씨를 사기죄로 기소했는데 판결문에는 업무상과실치사 범주를 뛰어넘는 대단히 반사회적 범죄라고 판시돼 있다"고 모순적인 상황을 지적했다.

김 원장은 G성형외과 유령수술 사태 당시 실태를 비판했다 특정 병원과 의료진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에 기소돼 법정에 섰을 때도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의사가 수술을 하면 왜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 판사를 향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일일이 설명했다. 김 원장은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건 2건 모두 지난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내가 아무리 20년 넘게 전문의로 일하고, 수술을 만 건이나 했다해도 수술 동의를 하지 않은 환자를 수술대에 눕힐 순 없다"면서 "수술 전 환자의 동의를 받은 집도 의사가 수술실을 나가버리면 수술대에 누워있는 환자는 시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진료 기록에도 남지 않는 유령의사들이 환자를 살리려고 최선을 다하겠느냐"며 "오히려 증거를 없애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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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의료범죄척결 시민단체 '닥터 벤데타' 대표 겸 성형외과 전문의 김선웅 천안메디성형외과 원장. (사진= 본인 제공) 2021.06.09
최근 인천·광주 척추 전문병원에서 잇따라 발생한 유령수술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기에 한편으로 착찹한 마음이다. 김 원장은 "수술실에 CCTV를 달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의료진 처벌이 제대로 안 되는 현 상황에서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수술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사람들한테 알릴 필요는 있는 만큼 CCTV라도 먼저 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사가 환자를 진찰한 후 정상적으로 수술해야 수술실력이 향상된다"면서 "하지만 유령수술 의사들은 진료기록에 남지 않아 수술 과정을 복기하고 개선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환자가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유령수술을 방치하고 있다며 사법부를 상대로 공소시효 5년이 만료되는 오는 9월까지 약 50억~100억 원 규모의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마루타 수술을 방치하고 있는 국가기관을 상대로 배상 받아야 한다"면서 "총 네 차례에 걸쳐 유령수술 피해자와 의사를 포함한 전 국민이 홈페이지를 통해 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알렸다.

지난 2014년 성형수술 도중 여고생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7년째 유령수술 근절을 위해 싸우고 있는 김 원장은 성형외과 유령수술 실태 등을 고발하는 유튜브 채널 '닥터 벤데타'를 운영 중이다. "유튜브 채널명인 '벤닥터'는 이태리어로 '신념', '사명'이라는 뜻입니다. 수치스럽지만 사법부가 유령수술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그 날까지 유튜브든, 카툰이든 어떤 방식으로든지 유령수술을 알리는 일을 지속해 나갈 겁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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