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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공군참모총장 전역 재가 결정에 대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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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6-14 11:04:28  |  수정 2021-06-14 11: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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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공군 부사관 성추행·사망 사건에 분노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치는 빠르고 단호했다. 문 대통령은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사의 표명을 즉각 수용하고, 이 총장의 전역지원서 제출 사흘 만에 이를 재가했다. 현충일 추념사에서는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했고, 같은 날 추모소에 찾아가 피해자인 이모 중사의 부모님에게는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군 통수권자로서 책임을 통감했다.

"공군 부사관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의 범행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엄정하게 처리하라",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 등 공군참모총장 사의 표명에 앞서 발표된 대통령 지시도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이번 사건에 있어 대통령이 취한 일련의 조치는 국민적 분노를 일정 부분은 달랠 만한 내용이었다.

다만 이 총장의 전역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에는 의문 부호가 남는다. 군 안팎에서는 이 총장의 전역이 진상 규명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공군 수장까지 자진해서 사퇴한 만큼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법 집행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군 수뇌부를 먼저 경질함으로써 이같은 상황을 만든 공군 내 핵심 인물들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라는 일종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피해자가 상관의 의한 강제추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이 미온적인 대처를 넘어 조직적으로 회유까지 했으며, 지휘관에게 생사여탈권이 잡혀 독립성을 상실한 군 수사기관은 이를 두 달 넘게 수수방관했다는 점이다. 군 내부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이번 사태는, 단순히 조직의 총책임자인 군 수뇌부가 '일반적인 지휘 책임'을 명분으로 물러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모으는 사안과 관련해 의전상 장관급인 공군참모총장이 사의 표명을 한 만큼 이를 대통령이 거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총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을 지려고 했다는 점도 의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총장이 사퇴함으로써 본인 스스로 밝힌 "무거운 책임"에서는 오히려 더 벗어난 것은 아닌지, 이를 대통령이 은연중에 묵인하게 된 것은 아닌지는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지난 10일 춘추관 브리핑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 수석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이 총장 전역 재가 사실을 알리며 "현역 군인이 의원 전역을 하기 위해서는 군복무 중 비위사실 유무 등 전역 제한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감사원, 경찰청 등 수사기관에 확인절차를 거쳐야 하는 바, 기관으로부터 관련 절차를 거쳤으며, 절차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국방부 감사 결과, 아직까지 이 총장의 뚜렷한 문제는 없다는 의미다.

물론 박 수석은 "성추행 피해 공군부사관 사망사건 관련 현재까지 국방부 감사결과는 참모총장으로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지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추후라도 참모총장이 관여된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기관에서 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청와대가 앞서서 이같은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청와대의 설명을 인정한다면, 대통령이 이 총장의 전역을 보류시키고 군복을 입은 상태에서 끝까지 사태의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실제로 지휘계통에서 문제가 있다면 군에서, 군의 규율을 통해, 엄한 군기를 보였음이 더 마땅하다. 이 총장이 이미 옷을 벗고 민간인이 되어버린 지금, 설령 군 수사기관에서 이 총장의 문제점이나 혐의를 확인했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참고인 조사뿐이다.

만약 이 총장에게 어떤 문제점이 발견돼 민간 검찰에서 이를 수사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군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민간 검찰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군과 별개로 진행되는 민간 수사에서, 근본적인 조직 문제는 완전히 실종되고 개인에 대한 형벌 문제쯤으로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다. 이쯤 되니 혹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 총장만 혼자 빠져나갔다"고 말을 할 정도다.

청와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참모진과 여러 차례 논의를 했다고 한다. 특히 내부회의에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발생한다면 아주 엄정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 다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대통령 역시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 인식을 정확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추가 지시를 통해 "차제에 개별사안을 넘어 종합적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할 기구를 설치해 근본적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개별 차원이 아니라 군 조직 문화 전체를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다.

또 문 대통령은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라"며 국회 계류 중인 군사법원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도 요청했다. 국방부는 지난 2018년 군 검찰의 독립성 등을 담은 '군 사법개혁안'을 발표했지만 3년 넘게 입법 미비를 이유로 이를 추진하지 않았다. 뒤늦게라도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인 군 수사기관의 개혁을 추진하는 점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엄중하고도 무거운 대통령의 말이 이번 만큼은 군 수뇌부 몇 명을 향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 많은 군 수뇌부들이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군 통수권자의 질타를 받고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분명 당시에도 비슷한 응분의 조치가 나열됐다. 하지만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이번 만큼은 달랐으면 한다. 더 엄중하고 더 무겁고 더 아래로 내려가 핵심을 짚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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