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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여왕·마린스키의 왕자…K발레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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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6-14 08:18:21
박세은, 파리오페라발레 수석무용수 승급
김기민 마린스키발레단 등 세계 발레단 한국인 대거 활약
발레 한류 원조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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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세은. 2021.06.14. (사진 = 파리오페라발레 소셜미디어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발레리나 박세은(32)이 세계적 명문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BOP)에서 에투알(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352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발레단에서 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수석무용수가 됐다. 1669년 설립된 파리오페라발레는 세계 최고(最古) 발레단이다. 영국 로열발레단,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볼쇼이 발레단과 함께 세계 발레계를 호령하고 있다.

피겨계의 김연아, 대중음악계에 '방탄소년단'(BTS)의 세계 제패와 비견되는 발레계에 큰 성과다. 박세은은 지난 2018년엔 '발레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무용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에투알은 프랑스어로 '별'을 뜻한다. 그만큼 뽑히기 힘든 영광의 자리다. 감독과 이사회 등의 논의를 거쳐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 등 다양한 방면을 본다

박세은은 지난 2011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 정단원으로 입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더 큰 국제 무대를 위해 같은 해 파리오페라발레 준단원 입단을 택했다.

네덜란드 발레단에 미안함을 표현하기 위해, 이메일 등이 아닌 안무가가 있는 곳까지 직접 찾아가 사정을 얘기하는 등 평소 배려심이 상당하다. 주변 사람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에투알 임명 이후 소셜 미디어, 휴대폰 등으로 축하가 쏟아지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수많은 메시지를 처음 받아봐서 마음이 급하다. 이틀 동안 자는 시간을 쪼개어 답장을 하는데도 반도 못 보냈다. 답장이 많이 늦어져도 섭섭해 마시고, 이해 부탁드린다. 많은 분들이 항상 응원해주시고 또 함께 기도해주셔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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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돈키호테' 김기민. 2018.09.10. (사진 = 서울 콘서트 매니지먼트 제공)
세계 유명 발레단 곳곳에 한국인 무용수
K팝이 한류의 선봉이 돼 세계를 휩쓴 가운데 이제 K발레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미 여러 한국인 무용수들 세계적인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자리를 꿰찼다. 지난 2012년 발레리나 서희가 한국인 최초로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수석 무용수에 올랐다.

2011년 아시아 남자 무용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정상급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한 김기민은 2015년 수석무용수가 돼 한국 발레계가 들썩인 적이 있다. 그는 '마린스키의 왕자'로 통하며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또 미국 '빅4 발레단'으로 통하는 명문 보스턴 발레단에는 한서혜와 채지영, 2명의 한국인 수석무용수가 있다. 이와 함께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 강효정, 독일 드레스덴 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상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최영규 등도 세계적인 발레단에서 활약 중이다. 작년에는 발레리노 안주원이 서희에 이번 ABT 한국인 두 번째 수석무용수가 됐다.

또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인 이은원은 세계적 무용수 출신인 줄리 켄트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워싱턴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약 중이다. 영국 로열발레단에선 유망주 전준혁, 박한나가 주역의 꿈을 키우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한국 발레 무용수들이 해외 명운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발레 해외 진출 원조는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겸 단장이다. '강철 나비'로 통하는 강 단장은 독일 명문 발레단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으로, 수많은 '강수진 키즈'를 양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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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16년 7월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고별 무대. 2021.06.14. (사진 = Stuttgart Ballet 제공) photo@newsis.com
발레리노 중에서는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가 있다. 그는 박세은에 앞서 2000년 동양인 남성으로는 처음 파리오페라발레에 입단, 쉬제(솔리스트)로 은퇴했다.

이와 함께 볼쇼이발레단 솔리스트로 활약한 배주윤, 키로프발레단 솔리스트 출신 유지연,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인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경희대 발레학과 교수) 등도 앞서 해외에서 활약한 선배들이다.

앞선 선배들은 김용걸 교수를 제외한 대부분이 해외 유학파였다. 2006년 ABT가 들어간 서희 수석무용수 역시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발레를 익혔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볼쇼이발레단 출신 등의 교수를 적극 영입하며 교육 시스템의 선진화를 꾀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무용원 출신 등을 위주로 국내파 무용수들이 대거 활약하기 시작했다.

박세은, 김기민 모두 한예종 출신이다. 이들은 타고난 기량과 꾸준한 연습, 한예종의 교육 시스템 등이 맞물려 '발레 황금 세대'가 탄생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콩쿠르의 여왕' 박세은을 비롯 세계 각종 콩쿠르를 한국인 젊은 무용수들이 대거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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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세은. 2021.06.11. (사진 = 파리오페라발레 제공) photo@newsis.com
2010년 세계적인 발레 경연 대회인 '제24회 바르나국제발레콩쿠르'에서 당시 한예종에 재학 중이던 박세은, 김기민, 채지영이 시니어와 주니어 부문을 통틀어 남녀 금메달 4개 전부를 따내기도 했다. 박세은과 김기민은 2009년 말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국내 발레 사상 최연소 주역 커플로 주목 받았다.

이들 무용수들이 어릴 때 국내에서 익힌 기술과 인성을 갖고, 세계적 발레단에서 각종 편견을 뚫어내며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은 150명의 무용수 중 남녀를 합해 16명(여성 10명·남성 6명)에 불과하다. 특히 외국인 수석무용수는 드물다. 박세은 이전까지 남미(아르헨티나) 출신 루드밀라 파글리에로 정도였다.

파리오페라발레 출신인 김용걸 교수는 "프랑스인들은 발레 종주국으로서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 환경에서 에투알이 된 박세은은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준단원으로 시작을 해서 차곡차곡 올라갔다. 특히 에투알은 승급오디션을 통하는 것이 아닌, 임명되는 것이라 무용만 잘해서는 안 된다. 언어도 잘해야 하고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발레단 내 관계도 좋아야 한다. 세은이가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를 했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박세은의 파리오페라발레 수석무용수 승급 출신 소식을 전하며 "소수의 무용수들에게만 주어진 최고의 영예"라면서 "박세은은 우아하고 유연한 기술로 찬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파리오페라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개막공연 무대에 줄리엣으로 오른 박세은은 오는 16일 에투알이 된 후 처음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에 선다. 19일, 23일 무대도 예정돼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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