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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 "춤으로 푼 전통음악 '산조'…불협 속 하모니"

등록 2021.06.16 13:33:13수정 2021.06.28 09: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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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산하 국립무용단 신작 '산조' 연출
24일~26일 국립극장 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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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구호. 2021.06.16.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는 2010년대 공연계 주요 인물로 손꼽힌다. 연출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를 듣는다.

2013년 '단'과 '묵향'을 시작으로 '향연'(2015), '춘상'(2017) 등 국립무용단과 협업한 작품들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담백하고 절제된 미학을 통해, 전통무용에 숨겨진 세련미를 발굴했다.

깔끔한 정리·편집을 통해, 익히 알려진 전통 춤에서 미답의 본질을 끌어냈다. 객석은 매진으로 화답했다. 패션과 영화 작업뿐만 아니라 이미 2000년대부터 발레계 등과 의상 등을 협업하며 공연계에서 촉망받는 '팔방미인 예술가' 정구호 역시 국립무용단을 통해 재발견됐다.

정구호가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손인영)과 4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다. 경기도무용단 상임안무가 최진욱이 안무를 맡은 국립무용단 신작 '산조'(24~2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를 통해서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정구호를 만나 우리 전통 기악 독주양식인 산조(散調)와 무용 공연에 대한 애정을 확인했다.

-장단과 가락이 모이고 흩어지는 '산조'의 미학을 시각한 작품입니다. 연출뿐만 아니라 무대·의상·영상디자인도 맡으셨습니다.

'산조'는 비대칭적이고 비정형화된 한국적 아름다움을 담고 있어요. 굉장히 불규칙적이고, 누가 연주하느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불협도 있고요. 산조는 가장 현대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박제된 것이 아니라 듣는 이가 사고를 해야 하는 문인의 음악이기도 하죠. 제가 원래 좋아하는 음악이에요. 한국무용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산조를 마음에 품어왔죠. '묵향' 2막에 산조가 삽입돼 있기도 합니다. 이번에 불협에서 나오는 하모니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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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립무용단 '산조' 콘셉트 사진. 2021.06.16. (사진 = 황필주 제공) photo@newsis.com

-작품은 3막9장으로 구성됐더라고요.

"1막 '중용'(中庸)은 비움의 미학과 절제미가 중심입니다. 2막 '극단'(極端)은 불균형 속 균형을 추구합니다. 3막 '중도'(中道)는 불협과 불균형마저 품어내는 새로운 균형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산조 양식이 지닌 궁극적인 철학이자, 새로운 정의를 하려고 했습니다."

-새로운데 전통을 지켜내는, 오묘하지만 현명한 작업을 해오셨어요.

"한 나라의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 부류의 사람이 필요해요. 첫 번째는 전통을 지키는 사람, 두 번째는 전통을 응용해 현재화하는 사람, 마지막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사람이죠. 저는 두 번째에 해당해요. 기존 뿌리를 잘 유지하면서 지금과 호흡할 수 있게 변화시키고자 노력하죠. '산조'는 '묵향'이나 향연에 비해 훨씬 더 실험적이에요."

-앞선 무대에선 화선지가 드리워졌는데, 이번엔 지름 6m의 대형 바위가 무대 위에 자리를 잡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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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립무용단 '산조' 연습 사진. 2021.06.16.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바위라는 오브제는 무게감이 있죠. 흩어지는 산조의 중심을 잡아준다고 생각했습니다. 1막1장에 바위 앞에서 여성 무용수 홀로 춤을 추는 장면이 있어요. '산조'를 떠올리면서 가장 먼저 구현했던 비주얼이죠. 이미지는 직관적으로 만들어요. 처음 생각했던 비주얼이 대부분 끝까지 갑니다. 이번에 사용하는 LED 패널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용해요. 달이나 해 같은 미니멀한 영상만 나오죠."

-이번에 최진욱 안무가뿐만 아니라 고블린파티의 임진호(협력안무), 모던테이블 김재덕 안무가(음악), 그래미상 2회 수상에 빛나는 황병준 프로듀서 등 내로라하는 창작진이 대거 함께 합니다.

"최진욱 선생님은 '묵향' 조안무를 담당하셨는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시는 힘이 커요. 임진호 협력안무님은 아이디어가 넘치시고요. 김재덕 안무가님은 실력 있는 음악가이기도 한데, 덕분에 재미난 음악을 듣고 있어요. 황병준 선생님은 입체적이고 멋진 사운드를 들려주십니다. 공연예술은 종합예술이라, 최고의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멋진 작업입니다."
 
-비정형화된 것 속에서 새로운 사고를 하는 산조는 선생님과 잘 어울립니다. 선생님 덕분에 공연계에서 다른 창작진이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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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구호. 2021.06.16.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제게도 예전보다 더 자유를 주세요. 하하. 특이한 것을 하려고 하면, 예전에는 안 된다는 시선이 많았는데 지금은 '해보죠'라는 응답이 많죠. 그런데 제가 공연 작업을 하면서 얻은 것이 더 많아요. 가장 큰 건, 협업입니다. 주고 받는 시너지를 배웠고, 무엇보다 사고 방법이 입체화됐어요. 전에는 평면적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처음부터 3D로 기획해요. 무엇보다 제가 몰랐던 부분을 공부한다는 재미가 큽니다."

-발레(포이즌), 오페라(동백꽃 아가씨) 등 다양한 공연 장르 작업을 하셨는데, 연극 등의 분야에서도 러브콜이 많이 올 거 같습니다.
 
"연극으로 딱 장르를 규정 짓기보다는 언플러그드(전자 장치 등을 사용하지 않는)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국립발레단 '포이즌'(2012) 작업 전에, 개인적으로 프로젝트 그룹을 통해 기회한 작품이 있었어요. 제목은 '투엘브 퀸 앤 투엘브 킹'인데, 스물 네명이 등장하죠. 음악 없이 배우의 목소리로만 풀어가는 작품이에요. 기회가 되면, 언제가 올리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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