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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 상사가 준 탁상시계, 몰카였다"…보고서 공개

등록 2021.06.17 15: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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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W,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보고서 공개

한국 성범죄 사건의 46.8%는 불기소 처분

성범죄 가해자 가운데 2%만 징역형 선고

"사법부가 성인지 감수성 갖추도록 교육"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직장 상사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하며 추근댄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유부남이었고, A씨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루는 직장 상사가 A씨에게 탁상 시계를 선물로 줬다. A씨는 그 시계를 침실에 뒀다가 이후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직장 상사가 어떻게 알았는지 시계를 원치 않으면 돌려달라고 했다. A씨는 께름칙한 마음에 해당 시계를 검색해봤더니 특수 시계였다. 쉽게 말해 몰래카메라였다. 한 달 반 동안 A씨의 침실이 직장 상사 휴대전화로 생중계되고 있던 것이다.

다음날 A씨는 직장 상사에게 따져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더욱 황당했다. 그는 A씨에게 "그거 검색하느라 밤에 잠안자고 있었니?"라고 되물었다. 검색하는 모습까지 본 것이다.

17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를 전날 발표했다고 전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와 정부·민간 전문가 등을 심층 면담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많은 이유로 빠른 기술발달에 비해 성평등 문화는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전세계에서 성인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가장 높고, 인터넷 속도가 매우 빠르고, 가구 인터넷 접속률은 99.5%에 달하는 등 기술적인 발전에서도 선도자로 부상했다"며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남성보다 낮고, 여성의 평판은 고용과 대인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법적 대응을 할 때 큰 장벽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검찰은 성범죄 사건 46.8%를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몰래카메라, 촬영물의 무단 유포, 아동 및 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및 유통으로 한정된 성폭력 사건에서도 비율이 43.5%에 달했다. 살인 사건과 강도 사건의 불기소 처분율이 각각 27.7%, 19.0%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아울러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도 형량이 대체로 가볍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7년은 디지털 성범죄로 체포된 가해자 5437명 가운데 2%에 해당하는 119명만이 징역형을 받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사법기관이 디지털 성범죄 심각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젠더폭력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경찰을 상대로 성인지 감수성과 재트라우마에 대한 교육을 하고 젠더폭력 신고자 등 민원인을 부당하게 처우하는 경찰관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판사의 수를 늘리고 모든 판사를 상대로 성평등·젠더감수성·젠더폭력의 영향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권고 사항을 전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현행 양형과 구제의 적절성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립하고 촬영물 삭제 지원, 법률 지원, 심리사회적 지원 등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 지원 서비스에 충분한 기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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