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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8개월만의 야외 음악축제…"'내적 떼창'만 해도 신나네요"(종합)

등록 2021.06.26 21: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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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올림픽공원서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
코로나19 이후 첫 대형 야외 대중음악 페스티벌
4000명 입장…"환호 없는 아스트랄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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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펼쳐진 야외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코로나19로 인해 1년8개월 만에 열린 대형 야외 음악페스티벌이다. 2021.06.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키트를 받으시고, 줄이 생기면 가지고 오세요."

26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 체온 측정과 QR 체크를 한 뒤 스태프로부터 한 의료기기업체의 신속항원진단키트를 받았다. 타액(침)을 통해 10분 내 코로나19 감염여부를 할 수 있는 키트(kit).

영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라디오헤드'가 2012년 지산 록 페스티벌을 통해 첫 내한했을 당시 만큼 떨렸다. 2010년대 초부터 수많은 음악 페스티벌을 다녔지만, 입장을 위한 이런 조치는 처음이었다.

혹시나 두 줄(양성)이 나올까 두근두근. 5분여 뒤 다행히 한 줄(음성)이 나왔다. 손목에 녹색 입장 밴드와 함께 '검역 완료'라고 적힌 하얀색 밴드가 감겼다.

드디어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공연장 내로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코로나19 시대에 1년8개월 만에 열리는 대형 야외 음악 페스티벌이다. 케이스포돔 옆 공연장인 88잔디마당으로 이동하면서 몸이 가뿐했다. 아침까지 비가 보슬보슬 내렸으나 오후에는 쾌청했다. 날씨도 축제의 성공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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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야외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참석을 위해 신속항원 자가진단키트로 자가 진단을 했다. 결과는 음성이 나왔다. 2021.06.26. photo@newsis.com

뮤지컬·클래식 등 다른 공연 장르와 달리 그간 대중음악 콘서트는 모임·행사로 분류돼 일부 소극장 공연을 제외하고, 대부분 열리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4일부터 거리두기 개편안이 새롭게 적용, 수용인원이 100인 미만에서 최대 4000명으로 늘어나면서 줄줄이 개최를 예고하고 나섰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을 시작으로 '미스터 트롯' '미스 트롯' '싱어게인' 등의 대형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다른 콘서트의 방역 전범이 돼야 하는 만큼, 실제 이날 공연장 내 입장 절차는 까다로웠다. 케이스포돔 내 칸막이 등을 설치해서 모두 철저하게 자가 진단을 받은 뒤 입장을 해야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데이먼스 이어를 시작으로 축제가 개막했는데 오후 5시 남짓까지 검사를 받기 위한 줄이 케이스포돔 앞에 늘어섰다. 역시 거리두기가 적용됐다.

축제 주최사 민트페이퍼 관계자는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것 자체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사전에 작은 우려도 없기를 바라며 행한 조치"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 없이, 민간 기업이 안전한 공연 관람을 만들기 위해 자비를 들였다. 적자를 보게 됐지만, 코로나19 시대에 대중음악 공연 안전 개최의 선례를 만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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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야외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에 참석하기 위해 관객들이 각자 칸막이 안에서 신속항원 자가진단키트로 자가 진단을 하고 있다. 2021.06.26. photo@newsis.com

일부에서는 콧구멍에 멸균 면봉을 삽입해 검체를 채취하는 것이 아닌, 타액을 통한 코로나19 진단 결과가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현장에 와 있던 의료 기기 업체 관계자는 "끊임없이 비교 실험을 했고, 편차가 크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만일 자가진단 결과 양성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 2차 검진을 위한 공간과 의료진이 따로 마련돼 있었는데 이날 오후 6시까지 방문한 관객은 없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2010년 출발한 '뷰티풀 민트 라이프'의 기존 하루 관객은 8000명 수준. 이번엔 그 절반 수준인 4000명만 입장했다. 거리두기가 가능한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였다.

공연장 내 무대에 가까운 의자 객석엔, 한칸씩 띄어 앉아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뒤쪽 잔디밭 구간도 돗자리마다 거리두기가 적용됐다. 예년 같았으면, 공연장·객석과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았을 '푸드 존'도 구역이 나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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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야외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에 거리두기 안내문이 붙은 좌석들이 배치돼 있다. 2021.06.26. photo@newsis.com

푸드 존 내부 입장 인원도 제한이 돼, 구역 입장문 앞에는 내내 줄이 늘어서 있었다. MD를 사기 위한 줄 역시 거리두기를 지킨 채 늘어서 있었다.

민트페이퍼 관계자는 "양도 티켓을 철저히 금지시키려고 했다. 실물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이 없는 약 30팀을 되돌려 보냈다. 안타깝지만, 혹시 모를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 철저하게 사전 안내한 내용을 지켰다"고 전했다.

기존 야외 음악 페스티벌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떼창과 자유로운 환호다. 특히 한국 음악 축제의 상징적 풍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 오후 6시께 무대에 오른 정준일이 "공연은 2년 만에 처음이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객석은 고요했다. 대신 박수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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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야외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에 '푸드 존'에 들어가기 위한 관객들이 줄을 서 있다. 2021.06.26. photo@newsis.com

이날 헤드라이너로 마지막 무대를 책임진 '고막 남친' 폴킴이 '너를 만나'를 부르면서 등장하고 '커피 한잔 할래요'를 연이어 부를 때 환호가 비집고 나올 뻔도 했으나, 주변에 있던 스태프들이 바로 자제시켰다.

이날 빨간 옷을 입고 등장한 폴킴은 "녹색 잔디를 보자 숨어 있던 공연 세포가 나온다. 오늘 소리를 내거나 환호할 수 없지만 어느 관객분의 손바닥이 제 옷보다 더 빨개졌는지 지켜보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민트페이퍼 관계자는 "공연장 풍경이 아스트랄(뭔가 신기한 것을 봤을 때, 4차원 세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표현할 때 쓰는 말)하다. 떼창, 환호가 없다. 보통 열정적인 한국 공연 관객과 비교해 박수만 치는 일본공연 관객에 대해 조용하다고 표현하는데, 이날 일본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고 했다.

20대 여성 관객은 "정준일 씨 팬인데 그가 노래를 부를 때 '내적 떼창'(노래를 속으로만 따라부르는 것)만 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야외에서 음악 축제를 즐기니 신난다. 공연을 즐기는 자리에서 치맥을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이것만 해도 어디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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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펼쳐진 야외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코로나19로 인해 1년8개월 만에 열린 대형 야외 음악페스티벌이다. 2021.06.26. photo@newsis.com

30대 연인 관객은 "원래 음악 페스티벌을 좋아해 코로나19 이전에 음악 페스티벌 데이트를 많이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않아 아쉬웠다"면서 "이렇게 열린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연장 내 질서를 유지하는 임무를 맡은 스태프는 "관객분들이 물을 마실 때를 제외하고 마스크를 내리는 일도 없고 예년부터 더 말씀을 잘 들어주신다. 함성이나 기립 금지 같은 방역 수칙도 잘 지켜주셔서 편하다"고 말했다.

인원 제한으로 오프라인 공연을 미처 예매하지 못한 온라인 관객들은 소셜미디어 등에 "오늘 날씨가 좋아 더 아쉽다" "다음엔 꼭 현장에 가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뮤지션들도 설렘을 드러내기는 마찬가지다. 콘서트 둘째 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밴드 '소란'의 보컬 고영배는 전날 밤 리허설을 마치고 인스타그램에 "꿈이네 이거"라고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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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펼쳐진 야외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코로나19로 인해 1년8개월 만에 열린 대형 야외 음악페스티벌이다. 2021.06.26. photo@newsis.com

콘서트를 직접 보지 못하지만, 공연장을 둘러싼 펜스 주변에서 음악만 즐기는 인근 주민들도 반가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말티즈와 함께 산책을 나온 50대 여성은 "올림픽공원 주변에 산지 꽤 됐다. 코로나19 전에는 공원 내에서 콘서트가 많이 열려 밤에 산책할 때마다 절로 흥겨운 기분이 들었는데 오랫동안 그걸 누리지 못했다"면서 "오랜만에 음악을 들으면 걸으니 신난다"고 했다.

이날 공연에는 솔루션스, 설(SURL), 페퍼톤스, 이하이, 폴킴이 출연했다. 축제 마지막날인 27일에는 예빛, 호피폴라, 콜드(Colde, 엔플라잉, 데이브레이크, 소란이 출연한다.

오는 8월 27~28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는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파크 콘서트가 예정돼 있는 등 이번 '뷰티풀 민트 라이프'를 시작으로 야외 공연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번 6월·7월에 잇따른 열리는 공연들이 하반기 대중음악 콘서트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내달부터 음악 공연을 포함한 대규모 콘서트는 좌석제로 최대 5000명까지 입장이 허용된다.

특히 적어도 1만명 이상이 모이는 아이돌 콘서트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연들이 안전한 상황에서 치러지고, 백신 접종이 가속화되면 조만간 곧 아이돌 콘서트도 가능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브레이브걸스와 세븐틴이 7월과 8월 각각 팬미팅을 온오프라인으로 병행하는 등 아이돌 기획사들도 본격적인 콘서트 재개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이날 한국연예제작자협회 개최로 NCT드림, 에스파, 오마이걸, 있지 등이 출연한 '제27회 드림콘서트'는 온택트로 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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