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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탈의실서 시작한 현대百 집단 감염…"사물함 다닥다닥"

등록 2021.07.08 17: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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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1층 식품관 직원들이 쓰는 지하3층 15평 탈의실

종사자 파견직 다수…"시설 좁고 환기도 열악" 주장도

현대百 "10분마다 환기…거리두기 때문에 좁을 수도"

이용객 감염 가능성 커…전문가 "매장 인원 제한 필요"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48명까지 늘며 임시휴점에 들어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입구에 휴점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1.07.0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48명까지 늘며 임시휴점에 들어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입구에 휴점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1.07.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코로나19 확진자가 76명 발생한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탈의실과 창고 등 식품관 직원들이 사용했던 공용공간이 감염 확산 연결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백화점·마트 등 업계 노동조합은 이런 공간이 대체로 비좁아 감염이 퍼지기 쉬운 이른바 '3밀(밀집·밀접·밀폐)' 조건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휴게실을 폐쇄하면서 직원들이 더 몰리는 문제도 빈번하다고 지적한다. 현대백화점 측은 환기 등 관리를 철저히 했다는 입장이다.

8일 업계와 방역 당국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집단 감염이 퍼진 공용 공간으로는 이 건물 지하3층에 위치한 15평 규모 탈의실과 11층 흡연실, 화장실 등이 거론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무역센터점 집단감염 관련 확진자는 이날 0시 기준 누적 76명으로 늘었다. 이 중 69명은 백화점 정규직, 파견직 등 종사자다. 현대백화점은 확진된 종사자 69명 대부분이 지하1층 식품관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다. 다른 층 매장에서도 확진자가 일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무역센터점 감염 확산 원인으로 "지하 식품점부터 유행이 시작됐고 종사자들이 공용 공간을 같이 썼다"며 "환기가 어려운 환경 요인, 무증상으로 감염 시 빨리 알기 어려운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한 직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무역센터점 식품관 쪽 직원들이 같이 쓰는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가 있다"며 "11층 흡연실은 칸막이가 다 쳐져 있어 한 명씩 앉아 흡연할 수 있지만, 중앙에는 다 모여 이야기하면서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전했다.

무역센터점 식품관은 중앙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푸드코트 성격의 'H'키친', 식료품을 살 수 있는 각 업체 아일랜드 매장이 있다. 반대편에는 슈퍼마켓이 자리하고 있다.

집단 감염 내 첫 확진자(지표환자) 2명은 식품 물류창고, 슈퍼마켓에서 근무하는 협력사원이다. 증상이 있어 3일 귀가 후 검사를 받고 4일 확진했다. 현대백화점은 4일 오전 슈퍼마켓 내 일부 매장을 폐쇄하고 주변에 있던 직원 50명에게 검사를 받도록 했다. 무역센터점 전체를 임시 휴점한 것은 이튿날인 5일이었다.

현대백화점은 지표환자인 식품 물류창고 직원이 역학조사 과정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증상을 느꼈다' 진술했다고 전했다. 최소한 6월30일~7월4일 5일간 직원들 사이에 감염이 확산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검사를 받은 무역센터점 전체 직원은 3600명에 이른다.

[서울=뉴시스]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1층 식품관 지도. (사진=현대백화점 홈페이지 캡쳐). 2021.07.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1층 식품관 지도. (사진=현대백화점 홈페이지 캡쳐). 2021.07.08. [email protected]


백화점과 마트 등 업계 노동조합에서는 이번 사태가 예견된 일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연우 민주노총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백화점 내 탈의실은 사물함도 다닥다닥 붙어있는 데다 지하에 있어 환기도 열악한 경우가 많다"며 "해당 백화점도 그렇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탈의실도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10분에 1회씩 공조 시설을 통한 환기를 진행했다"며 "고객이 앉아 쉬는 휴게 공간도 거리 두기를 하듯 직원 공용 공간도 방역 지침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공간이 협소하다고 느낄 수는 있다"고 해명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감염이 광범위하게 확산했다고 보고 6월26일~7월6일 수도권 지역에 사는 이 점포 방문자는 모두 선별검사소를 찾아 검사를 받도록 안내했다.

아직 이용객 중에 무역센터점 집단 감염과 상관관계가 확인된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높은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도 현재 분석 중에 있어 1주 정도 걸릴 전망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4차 대유행 초입이라는 점에서 일반인을 통해 감염이 확산되는 게 시간 문제라고 우려한다. 백화점은 유동인구가 많아 감염이 확산할 경우 대규모 유행 진원지(클러스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식품관 내 식당가에선 마스크를 벗고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인파가 몰려 거리 두기가 안 되는 일이 빈번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코엑스 단지에 있어 밀도가 높아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지킨다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며 "정부가 1일부터 거리두기를 완화한다는 신호를 준 게 애초부터 잘못됐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여러 층에서 확진자가 나온 만큼 엘리베이터나 공조 시설을 통한 감염 확산 가능성도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며 "식품 매장과 명품관처럼 인파가 특히 많은 공간에선 백화점에서도 운영 시간과 수용 가능 인원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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