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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배우 김설진 "연기든 춤이든 제가 '우와!'하는 것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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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7-20 15:48:23
국립현대무용단과 신작 '등장인물' 작업
8월20~22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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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 '힙합' 김설진 안무가. 2021.07.20. (사진 = BAKi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부캐'가 유행이라지만 김설진(40)은 '본캐' 투성이다.

벨기에 유명 현대무용단 '피핑톰'에서 활약한 그는 '엠넷' 댄스 경연 프로그램 '댄싱9' 시즌2·3에서 우승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가수 이효리의 노래 '서울'의 안무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JTBC '전체관람가' 중 이명세 감독의 단편영화 '그대 없이는 못 살아'를 통해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 최근 tvN 드라마 '빈센조'의 래리 강, 연극 '완벽한 타인'의 페페를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속 '연근 괴물'도 직접 연기했다.

"연기든 춤이든 결국 제게는 똑같다. 어쨌든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평소 그의 지론이 확인되는 나날들이다. 그래서 무용 신작을 준비 중인 김설진이 '본업으로 돌아왔다'는 표현은 틀리다. 연기·무용이 어떤 시너지를 낼 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국립현대무용단(단장 겸 예술감독 남정호)이 오는 8월 20~22일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선보이는 '힙합(HIP合)'이 그 확인의 무대다.

김설진은 이 공연에서 자신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창작그룹 '무버(MOVER)' 신작 '등장인물'을 선보인다. 최근 김설진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나 신작과 연기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오랜만에 김기수, 김봉수, 서일영 등 무버 무용수분들과 신작을 선보입니다. '등장인물'이라는 제목은 최근 연기 활동과 연관된 것인가요?

"제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 화두로 삼고 있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국립현대무용단이 내건 이번 작업 전제조건은 스트리트 댄스, 국악이 어우러진 무대에요. 그런데 이미 제게 익숙한 것들이에요. 2007년 '깊이에의 강요'에서 국악 뮤지션들과 정가 작업을 했죠. 힙합도 해왔던 춤이고요. 제가 이미 해왔던 부분보다, 화두를 붙잡는 데 더 신경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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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16년 '춤이말하다' 김설진. 2021.07.20. (사진 =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photo@newsis.com
-'등장인물'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을 맺어오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등장인물'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주목한 작품이라고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예전엔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그것이 기억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됐고요. (국립무용단과 작업해 무용수 8명의 기억을 반영한) '더 룸'이 그런 관심을 반영한 작품이었죠. 이후에 그것이 '관계'에 대한 생각이 됐어요.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아무도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을 떠올렸고, 죽음이라는 것은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니 기억에 관심을 갖게 됐다가, 기억은 오류가 많다는 생각에 그걸 만들어내는 관계를 바라보게 된 거죠. 관심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요. '등장인물'에서 네 인물이 어떤 관계인지 유추해보시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관객들이 관찰자가 돼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관계를 보고, 자신만의 '오해'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관전 포인트라고요.

"관계에선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런 부분 때문에 본인이 태도를 바꾸기도 하고요. 작품을 만들 땐, 선입견이 항상 나쁘게 작용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선입견이 있으니까 선입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는 거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시간, 공간, 에너지의 질감이 다르게 표현됐으면 해요."

-사실 설진 씨가 평소 보여주시는 그로테스크하고 신기한 동작들만 계속 이어가도 관객분들이 '우와!' 할 거 같아요. 그럼에도 계속 새로운 일에 도전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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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tvN 드라마 '빈센조' 래리 강 역 김설진. 2021.07.20. (사진 = tvN 제공) photo@newsis.com
"제가 '우와!'하는 것이 중요하죠. 제가 두근거리지 않으면 할 필요가 없어요. 관객분들을 '우와!'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건 건방진 생각이기도 하고요."

-댄스학원을 운영하는 '빈센조'의 래리 강 캐릭터는 처음부터 설진 씨를 생각해서 만든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어울렸습니다. 다양한 춤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고, 좀비 연기가 특기라는 점도 그랬죠.

"아니에요. 본래 '댄스 스포츠' 학원 설정이었어요. 학원 이름도 '더티 댄싱'이었죠. 하하. 테스트 촬영 뒤 감독님(김희원)이 너무 그쪽으로 가지 말자고 하셨죠. 캐릭터가 잘 살아난 건, 작가님(박재범)과 감독님 덕분입니다."

-연극 '완벽한 타인'(연출 민준호·8월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도 연기가 너무 안정돼 인상적이었어요. 친구들에게 연인을 소개하지 않는, 비밀을 간직한 캐릭터인데요. 오직 연기력으로만 승부를 본 인물이라 더 눈길을 끌었습니다.

"캐릭터 제안이 왔을 때 '춤 춰요? 안 춰요?'라고 먼저 물어봤어요. 어느 순간부터 연극에서 제가 춤을 추는 것이 '칼자루가 없는 검을 휘두르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쉽게 (심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직도 몇몇 분들은 오해를 하세요. 제가 연예인을 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시죠. 그런 오해에 대해 온전하게 거리를 두고 싶었어요."

-클래식 음악 축제인 '제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공연하는 '산 vs 죽은'(Alive vs Dead)(8월 2~3일 알펜시아 콘서트홀) 무대에도 오르시죠. '피에로'가 주인공인 무대인데요. 대관령음악제 손열음 음악감독과는 지난 2019년 음악 체험극 '겨울, 나그네'에서도 호흡을 맞추신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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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완벽한 타인' 페페 역 김설진. 2021.07.20. (사진 = 쇼노트 제공) photo@newsis.com
"클래식 음악은 오래 전부터 제게 가까운 장르예요. 안성수 선생님(한예종 무용원 창작과 교수) 덕분이죠. 열음 씨랑은 호기심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이번에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피에로',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등 현대음악이 기반인데 어떻게 하면 잘 풀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에요."

-이제 마흔살이 되셨어요. 조심스런 질문이지만, 무용수로서 이후에 대한 고민이 생길 거 같습니다.

"예전과 가장 다른 건, 예전에 무대에서 잘하는 사람을 보면 '내가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이 앞섰어요. 그런데 지금은 '와, 잘하신다'라며 감탄해요."

-여유가 생긴 걸까요?

"제 몸이 세퇴하고 있다는 걸 인정한 거죠. 막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요. 분명 나이 들어서도 무대 위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전 용기가 나지 않아요. 조금씩 정리를 해야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계신다고요?

"중장기 프로젝트로, 단편영화 '풍경들'을 선보일 계획이에요. 요양원을 배경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요. 죽음을 기다릴 수 있고, 가족을 기다릴 수 있고, 퇴원을 기다릴 수 있죠. 그런 풍경을 담은 영화의 후반작업 중인데, 상영회 다음 그걸 풀어서 무대 위로 옮겨낼 겁니다. 영상과 무대에 대한 공존을 고민하는 거죠. 점점 무대가 사라질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무대 라이브 생중계를 봤는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왜곡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무대라는 플랫폼에 대한 많은 분들의 관심을 위해 시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무대 매력이 분명하잖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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