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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면허취소' 음주측정에도 운전자는 무죄…왜?

등록 2021.07.25 05:00:00수정 2021.07.25 07: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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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서 나와 30여분 운전후 복귀…음주 신고

경찰, 20분만 음주측정…혈중 알코올 0.122%

운전자는 혐의 부인…"운전후 소주 3잔" 해명

"딱봐도 취했다"던 신고자, 법정서 진술 번복

법원 "측정 오류 배제 못해…혐의 증명 안돼"

[죄와벌]'면허취소' 음주측정에도 운전자는 무죄…왜?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불과 20분전 차에서 내린 운전자에게서 면허취소 수준의 알코올 농도가 측정됐다. 수사기관은 음주운전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9년 9월7일. 춘천시 한 주점에서 나온 A씨는 오전 2시52분께 가게 앞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그는 약 30분이 지난 오전 3시9분께 같은 장소로 돌아와 주차를 했고, 다시 해당 주점으로 돌아왔다.

이를 본 한 목격자가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오전 3시20분께 A씨의 입 안을 행구게 한 뒤 오전 3시29분께 호흡검사 방식의 음주측정을 진행했다. 측정 결과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22%로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에 해당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A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A씨가 이미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당초 해당 술집에서 선배와 친구들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술은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주점을 나와 운전대를 잡았고, 후배와 그 여자친구를 태워 주점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운전을 마친 뒤에야 소주를 세 잔 정도 마셨다고 해명했다.

결국 법원에서도 A씨가 운전대를 잡기 전 술을 먹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신고자인 B씨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시다 담배를 피기 위해 밖으로 나갔는데,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A씨가 담배를 피다가 주차된 차를 운전해 어디론가 가는 것을 보았다. 운전하기 전 딱봐도 술에 취해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고, 운전하는 것을 보았다. A씨와 사이가 안좋은 지인(C씨)과 술을 먹으러 갔다가, C씨가 '어 저분 술먹었는데 운전을 하네'라며 신고해달라고 해서 신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B씨는 "지인 말을 듣고 A씨를 봤을 때 술에 취한 사람이 걷는 것처럼 살짝 비틀거리는 것 같아서 당시에는 음주운전을 한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A씨가 계속 비틀거리지는 않았다"며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결국 법원은 B씨의 경찰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 당시 CCTV 영상에서 A씨의 걸음걸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짧은 시간 술을 마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22%로 높게 측정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았다.

A씨의 음주측정은 술집으로 되돌아 온지 20분만에 이뤄졌다. 경찰이 측정 10분전 음주감지를 한 만큼 사실상 술을 마실 시간은 최대한 길게 잡아도 10분에 불과했던 셈이다.

법원은 호흡측정기를 통한 측정방식에 주목했다. 호흡측정기는 혈액 속 알코올이 폐를 통과하면서 증발해 배출되는 것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최종음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지 않거나 트림, 구토 등으로 입 안에 알코올 성분이 남아있으면 실제보다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A씨가 주점으로 돌아와 술을 마셨다면 최종 음주시로부터 호흡측정까지 시간은 길어도 20분 미만이라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알코올이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 호흡측정은 입을 헹구게 한 뒤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헹군 후부터 측정까지 트림, 딸국질, 알코올 성분이 있는 침이 고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난해 9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운전 이후 술을 마셨다는 A씨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취지로 항소했지만, 2심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춘천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진원두)는 지난 9일 A씨의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사 항소를 기각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법관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할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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