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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허준호 "북한 사람 같지 않다고 느낀다면 죄송"

등록 2021.07.29 0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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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 北 대사 림용수 役

"실화인 줄도 몰랐다…김윤석과 호흡 영광"

"류승완 감독은 영화에 미친 멋있는 사람"

데뷔 36년차...'얼굴 주름에도 서사' 호평


[서울=뉴시스] 영화 '모가디슈' 허준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7.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영화 '모가디슈' 허준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7.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배우 허준호가 류승완 감독의 200억원대 블록버스터 '모가디슈'를 통해 북한 대사로 변신했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립된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에서 냉철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이념을 넘어 한데 뭉친 생존기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28일 화상으로 만난 허준호는 "처음엔 실화인 줄도 몰랐다"며 "류승완 감독을 눈빛이 신뢰를 줬다. 대본을 안 보고 결정한 첫 작품이다"고 첫 만남을 기억했다.

영화는 내전과 기아, 테러로 얼룩져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된 소말리아의 상황과 고립된 이들의 필사적인 생존과 탈출을 담아냈다.

허준호가 연기한 림용수는 대한민국과 유엔 가입을 경쟁하며 외교 각축전을 벌이는 인물이다. 당시 우리나라보다 20년 앞서 아프리카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맺었던 북한의 상황을 느낄 수 있게끔 당당하면서도 침착한 모습이 엿보인다.

허준호는 림용수 대사 캐릭터에 대해 "처음엔 북한 사람이라고 하니 막연하게 나쁘고 센 캐릭터가 아닐까 싶었는데 전혀 달랐다"며 "북한 사람 같지 않다고 느낀다면 죄송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북한 체제에서 20여년 벗어난 사람이라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프기도 하고 나이도 있고 일단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북한에는 서로 감시하는 오호담당제가 있는데 그런 생활에서 나이 든 사람은 눈치가 빠를 것이라 생각했다. 능구렁이 같은 면도 있지 않을까 상상하며 연기했다"고 돌이켰다.
[서울=뉴시스] 영화 '모가디슈' 허준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7.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영화 '모가디슈' 허준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7.28 [email protected]


허준호는 김윤석, 조인성과 '모가디슈'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그동안 한 번도 작품에서 만난 적 없는 인연의 배우들이 펼치는 시너지는 영화에 신선한 재미를 더한다.

허준호는 김윤석과 관련 "대놓고 '김윤석 봐서 너무 좋다' '영광이다'고 얘기했다"며 "역시 대배우라는 걸 느꼈다"고 감탄했다.

조인성에 대해서는 "작품으론 처음 만났는데 어릴 때 전 소속사 사장하고도 친해서 주변에서도 가끔 보는 후배였다"며 "아기로만 본 인성인데 깊어졌다. 현장에서 후배들을 다 아우르는 모습도 멋졌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고 칭찬했다.

현장을 지휘한 류승완 감독을 향해서는 남다른 신뢰를 드러냈다. 한마디로 영화에 미친 멋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며 류 감독 눈빛에 마음이 흔들렸고, 출연 결정을 바로 내렸죠, 영화에 미친, 멋진 사람이에요. 류 감독이 다시 하자고 하면 안 할 이유가 없죠. 저를 쓸 생각이 있는지가 관건일 뿐이죠. 하하."
[서울=뉴시스] 영화 '모가디슈' 허준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7.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영화 '모가디슈' 허준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7.28 [email protected]



영화는 아프리카 내전의 생생한 울림을 전달하기 위해 한국영화 최초 아프리카 모로코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됐다.

허준호는 모로코 항구도시 에사우이라에 꾸려진 '모가디슈' 촬영장에 들어섰을 당시를 잊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는 "(스태프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었던, 꿈에 그리던 현장이었다"고 떠올렸다.

"'모가디슈 현장에 갈 때는 '고생 정말 많이 하겠구나' 했는데 현장을 구경하는데 놀랐어요. '어'가 '우와'로 변하는 순간이었죠. 제작비가 많이 투여된 대작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돈보다는 사람의 문제인 것 같다. 준비 잘하는 프로덕션을 만났어요. 감독님과 스태프들에게 감사할 뿐이에요."

1986년에 영화 '청 블루 스케치'로 데뷔한 허준호는 올해로 36년 차 배우가 됐다. 세월이 지날수록 얼굴의 주름 하나에도 서사가 느껴진다는 평을 받는 그는 최근 들어 '모가디슈'를 비롯해 '킹덤' 시리즈 등 연이어 화제작에 출연하며 더욱 두각을 보이는 모습이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될지 안 될지 생각하기보다는 재밌는 작품을 고르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자꾸 써주시고, 불러주셔서 감사할 뿐이죠. 배우로서 나이가 들면서 대중들에게 희로애락을 줄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이제는 상보다는 작품이 우선이 됐어요. 같이 하는 작업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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