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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웃는 가계대출 증가세…백약이 무효?

등록 2021.08.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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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695조

주담대, 올해 들어 최고치 증가

"거래량 감소에도 대출은 늘어"

무주택자 규제 완화 영향인 듯

하반기 금리 인상 변수 등 감얀

정부 비웃는 가계대출 증가세…백약이 무효?

[서울=뉴시스] 박은비 최홍 기자 = 국내 주요 은행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부동산 규제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조해온 정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수치다. 다만 은행들의 예상 범위 안에 있는 데다 무주택 실소유자로 인한 증가분이라 일부 정책적 효과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082억원으로 전월 689조1073억원 대비 6조2009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말 증가액(9조2266억원)만큼은 아니지만 그다음으로 눈에 띄게 불어났다. 증가세를 견인한 건 주담대로 489조583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485조7600억원보다 3조8237억원 늘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증가한 규모다.

통상적으로 주담대 잔액 추이는 주택 거래량에 비례하는데 최근 거래량은 쪼그라들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 4240건으로 전월 5090건보다 16.69% 감소했다. 이 중 35.2%를 30대가 거래했다. 20·30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은 올해 1월 44.7%까지 올랐다가 2~4월 들어 주춤하더니 지난 5월 42.12%로 다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지난달 주담대가 올해 들어 최고로 증가한 건 1일부터 시행된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의 규제 완화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주담대 우대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조건 중 소득기준과 주택가격 기준을 모두 완화했다.

부부합산소득 기준이 종전에는 8000만원 이하였지만 9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고, 주택가격 기준도 투기과열지구는 종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에서 8억원 이하로 변경됐다. 담보인정비율(LTV)은 10%포인트에서 최대 20%포인트로 확대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가의 아파트는 현금 거래가 많은 반면 실수요자들은 대출을 이용하는데, 현재 규제가 빡빡해서 다주택자가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기는 어렵다"며 "(지난달 주담대 증가는)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일으켜서 내 집 마련에 나선 걸로 봐야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정부 비웃는 가계대출 증가세…백약이 무효?

당초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대로, 내년까지 4%대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특히 올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8~9%대를 기록하면서, 하반기에는 3~4%대 수준으로 더 죌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줄어들지 않자, 일각에선 하반기 목표인 3~4%대도 지킬 수 있을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줄지 않으면 2금융권에도 DSR 40%를 적용하겠다는 강수를 둔 상태다. 또 내년 7월까지 DSR 규제가 유예된 카드론의 적용 시기를 미리 앞당기는 방안도 시사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더 지켜보고 추가 규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하겠다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며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는 최근 대형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일시적으로 대출이 늘어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서울권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 매물도 거의 실종된 상태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도세 완화 등을 통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가격을 안정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다른 변수를 제외하고 금리만 고려하면 금리 인상은 부동산 가격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과거 금리 인상기에도 집값은 되레 오른 사례들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2005년 10월~2008년 9월 기준금리를 8차례 인상했는데,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가격은 KB 시계열 기준 20.99% 상승했다. 2010년 7월~2012년 6월에도 기준금리가 5차례 올랐지만 전국 아파트가격은 12.08% 뛰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는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값이 곧바로 하락하기보다는 매수가 줄어들면서 거래가 둔화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말하자면 하반기 주택가격이 오르더라도 상반기보다 낮은 '상고하저'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변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집값이 많이 오르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집값이 쉽게 떨어질 것 같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기존 매물이 증가할 필요가 있어 전향적으로 양도세 규제 완화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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